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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인해 경주의 한 기와집 지붕에 있는 기와가 흘러내렸다.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인해 경주의 한 기와집 지붕에 있는 기와가 흘러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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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은 지진이 나면 밖으로 빨리 뛰어나가기라도 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건지... 지진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뛰고 건물이 움직일 것 같아 너무 불안하다 안하요?"

지난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점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후 불과 일주일만인 19일 4.5 규모의 강력한 여진이 일어나는 등 20일까지 400회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자 경주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경주 시내 곳곳에는 담장에 금이 가고 건물 지붕의 기와가 떨어져 깨진 흔적이 남아 있다. 경주시는 지진으로 인해 6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한옥지구와 문화재의 피해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경주시 남산동 한 가정집의 담벼락에 금이 가 있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경주시 남산동 한 가정집의 담벼락에 금이 가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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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5.8의 강진으로 인해 경주시 남산동 한 가정집 방안의 벽체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심한 균열이 생겼다.
 지난 12일 5.8의 강진으로 인해 경주시 남산동 한 가정집 방안의 벽체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심한 균열이 생겼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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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동에 사는 서말선(80)씨는 "몇 년 전 영감이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려 무너지는 줄 알고 너무나 무서웠다"며 "다음날 보니 장독이 깨져 있고 방안의 벽체에도 금이 가 있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씨는 수리중인 기와지붕과 황토흙으로 만든 담장에 금이 간 모습 등 집안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방안의 천장이 내려앉고 벽에도 금이 갔는데 영감의 영정사진은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도자기를 생산하는 청광도예 김외준씨는 "전시실과 창고에 보관해 놓았던 도자기 400~500점 정도가 깨져 있었다"며 "지붕의 기와 일부가 날아가기도 했지만 도자기 피해만 3000만 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깨진 도자기를 모아놓은 자루 하나를 바닥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나마 도자기의 두께가 두꺼워서 이 정도이지 다른 도예공방은 우리보다 더 피해가 심할 것"이라며 "하지만 구미시는 건물 피해만 조사해가고 도자기 피해는 보상이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주 통일전의 지붕 기와가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쓸려내렸다.
 경주 통일전의 지붕 기와가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쓸려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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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주 통일전의 지붕 일부에 금이 가고 뜯겨져 나갔다. 통일전은 피해액이 약 11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주 통일전의 지붕 일부에 금이 가고 뜯겨져 나갔다. 통일전은 피해액이 약 11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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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남산동에 있는 통일전의 피해도 컸다. 지난 1977년 건립된 통일전은 신라가 이룩한 삼국 통일의 위엄을 기리고 남북 통일에 대한 의지와 염원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김춘추와 김유신 장군, 문무왕 등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통일전 관리소의 담장 일부가 세로로 틈이 벌어지는 등 금이 간 상태였다. 통일전 내부의 지붕에도 금이 가고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지붕의 기와가 날아가 깨져 응급복구를 위한 작업도 한창 진행중이었다.

"이제는 건물이 조금만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도 두렵다"

한 고등학교에는 교실과 교실 사이의 복도 중간에 틈이 벌어질 정도의 금이 간 모습이 보였다. 경주여고 본건물 2층과 3층 복도, 교직원 화장실, 강당 천장과 벽면, 기숙사 등 60여 곳 이상에서 지진으로 인한 균열이 발견됐다.

경주여고 3학년 김아무개(18) 학생은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는데 건물이 많이 흔들리면서 책상에서 책이 떨어져 무서웠다"며 "흔들림이 끝나자마자 운동장으로 뛰어 내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이 학생은 "어제 4.5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처음보다 덜 무서웠지만 건물이 조금만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도 두렵다"고 말했다.

경주여고 본관 건물의 복도 벽과 천장이 지난 12일 발생한 5.8의 강진으로 인해 균열이 가 있다. 경주여고는 약 1억 1400만 원 정도의 지진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주여고 본관 건물의 복도 벽과 천장이 지난 12일 발생한 5.8의 강진으로 인해 균열이 가 있다. 경주여고는 약 1억 1400만 원 정도의 지진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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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관 교장은 "당시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내려오도록 하고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 중 집에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모두 귀가시켰다"며 "집에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은 기숙사 1층에서 함께 모여 자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천장과 화장실 등 학교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위험할 수도 있어 13일에는 휴교하도록 한 뒤 교육청에서 나온 팀들이 안전점검을 했다"며 "피해액이 약 1억14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이날 오전 경주여고를 찾아, 피해가 난 건물 등을 돌아본 뒤 피해지원을 약속하고 경주와 포항, 울산 등 지진 우려 지역 학교에 내진보강을 위한 재난대책 특별교부금을 이른 시일 안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오후 경주 남남서쪽 11km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여진으로 동천동의 한 목욕탕 굴뚝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위험이 있자, 경주시는 20일 오전 황급히 굴뚝 일부를 철거했다.

굴뚝 철거를 지켜본 주민들은 "처음에는 목욕탕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일어나면 무서워서 살 수 있겠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주민들은 "지진이 일어난 후 10분이 넘어서야 재난 문자가 오고 우리더러 죽으라는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후 경주시 남산동의 한 음식점에는 '기와 추락 주의'라고 쓴 종이를 유리창에 붙여 놓았다.
 지난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후 경주시 남산동의 한 음식점에는 '기와 추락 주의'라고 쓴 종이를 유리창에 붙여 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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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1∼4호기는 12일 발생한 강진으로 현재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수동 정지된 상태다. 이번 지진 발생지역 반경 50km 안에 고리와 월성원전 등 원전 13기가 밀집해 있다. 정부는 원전이 규모 6.5~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수동 정지된 월성원전 1-4호기 월성원전 1∼4호기는 12일 발생한 강진으로 현재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수동 정지된 상태다. 이번 지진 발생지역 반경 50km 안에 고리와 월성원전 등 원전 13기가 밀집해 있다. 정부는 원전이 규모 6.5~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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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인근 주민들 "우리가 왜 이런 설움 당해야 하나?"

주민들은 경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노후된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상태에서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온다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다는 우려다.

월성원전 인근에서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주민들은 "이번 지진이 일어나면서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며 "이주대책을 세워달라고 3년째 농성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고 원망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월성원전을 찾았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소속 국회의원들도 월성원전을 찾아 안전대책을 촉구했지만 정작 이웃 주민들의 안전문제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주 월성원전 인근 나아리 주민들이 원전피해를 호소하며 20일 원전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 원전피해 호소하는 지역주민 농성장 경주 월성원전 인근 나아리 주민들이 원전피해를 호소하며 20일 원전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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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대표를 제외한 더민주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들의 농성장을 찾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설명을 들으려 하자 일부 주민은 "뭐하러 여기 왔느냐"며 "사진을 찍으러 왔으면 다른 데 가서 찍으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더민주 소속 국회의원들이 돌아간 뒤 이를 지켜본 한 주민은 "앞으로 국회의원들이 우리한테 온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해야 한다"며 "원전 인근에 산다는 이유로 우리가 왜 이런 설움을 당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한편 경주시는 지진 피해로 인해 20일 현재 민간에서는 4011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피해액은 16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또한 공공시설의 피해는 75건으로 파악됐으며 이중 문화재가 58건으로 가장 많아 피해액은 69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태그:#지진,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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