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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서점을 둘러보는 게 일상이 됐다. 가끔 눈에 띄는 책들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앞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편집자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창립 22주년을 앞두고 기획한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 김동춘, 김찬호, 정태인, 조국, 손아람이 주인공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창립 22주년을 앞두고 기획한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 김동춘, 김찬호, 정태인, 조국, 손아람이 주인공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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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를 받았다. 내일(6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참여연대 22주년 창립 행사다. 아직 회원은 아니지만 경제 분야를 취재하면서 참여연대와 참 많이 엮였다. 특히 통신요금 인하 문제부터 대형마트 의무 휴업, KT 공익제보자 보호, 최근 자영업자와 임차상인 문제까지 주요 사회경제 이슈에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렇게 알음알음 알고지낸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책을 냈다.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기획. 북콤마. 2016.8.30. 345쪽. 1만5000원). 참여연대와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설킨 '민생 전문가' 5명이 주인공이다.

김동춘 "참여연대와 박근혜 정부의 민생은 달라야"

1994년 참여연대 창립멤버로 요즘 다른백년연구원을 만들어 자영업자를 조직하고 있는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하자센터에 이어 교육센터 마음의 씨앗에서 일하고 있는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참여정부 비서관과 새사연 원장을 지낸 경제학자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미완의 '진보집권플랜'을 이어가고 있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리고 용산 참사를 계기로 영화 <소수의견> 동명 원작 소설을 쓴 젊은 작가 손아람까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활동가들은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에 이들을 틈틈이 만나 인터뷰했고 에세이도 함께 실었다.

공동저자들이 맞닥뜨린 화두 역시 '민생'이다. '가짜 민생 vs. 진짜 민생'이란 책 부제처럼, 김동춘 교수는 참여연대와 박근혜 정부의 민생은 철학과 비전이 달라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근혜 정부의 민생은 동물들에게 먹을거리를 주는 민생이다.(중략) 그러니까 먹을거리만 좀 주면 만족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참여연대의 민생은 그것과는 다른 개념이어야 한다. 먹을거리의 부재가 물론 지금은 심각하지만 그것의 충족만 강조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인간의 자존감 상실이다.(중략) 사람들에게 안정된 미래,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민생이어야 한다."(74쪽)

김동춘 교수가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동물 취급한다고 비판한 건 지난 2월인데, 그 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7월 사석에서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참여연대 활동가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찬호 교수는 민생 대책으로 마을 공동체, 사람간 네트워크의 회복을 강조한다. 

"민생 대책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 속에서 이전 상태를 복원하거나 부족분을 보상받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해당 사건에 국한되는 단편적인 해결이 되기 쉽다. 여기에는 민생 내부에서의 횡적 연대가 없다. 물질적 보상에 머물 것이 아니라 고유한 면적과 입체감을 가진 차원으로 넓혀나가야 한다."(122쪽)

민생 문제는 불평등에서 출발해 갈등으로 이어진다. 임차상인과 건물주, 중소상공인과 재벌-대기업,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가 그렇다. 하지만 정태인 소장은 경제민주화하지 않아도 재벌은 스스로 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글로벌 경쟁력은 외면한 채 돈 되는 사업에만 투자하다가는 재벌의 생산성과 기술력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중략) 재벌이 저렇게 나가다 보면 스스로 망하게 된다. 그래서 대기업의 유통 시장 진출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자영업자와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 재벌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182쪽)

 16일 오전 경찰이 지난 4.13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을 벌인 2016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 관련 단체 압수수색에 돌입한 가운데,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앞에서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6일 오전 경찰이 지난 4.13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을 벌인 2016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 관련 단체 압수수색에 돌입한 가운데,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앞에서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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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민중의 언어와 국민 감정 메커니즘 이해하는 정치인 절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민생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던 조국 교수는 '민생과 정치를 분리하는 건 수구 기득권 세력의 책략 또는 프레임'이라면서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좌클릭도 우클릭도 아닌 '저클릭'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비로소 민생이 보인다는 것이다.

"수구 보수 세력은 민생이라는 이름 아래 재벌의 민원 들어주기를 실천했을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민생은 국민들에게 '입에 풀칠은 하게 해주겠다'는 정도의 의미에 불과하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특권 없는 상태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은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246쪽)

이 책의 제목(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도 바로 이 대목에서 나왔다. 조 교수는 "수구 보수 세력이 청년 문제를 호도하는 것은 청년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눈으로만 사안을 보기 때문"이라면서 "지금 민중의 언어를 쓰며 감성을 읽어내고, 국민의 감정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정치인이 절실하다"고 주문한다. 이는 한때 진보적 투사였지만 어느새 보수적 기성세대가 된 386세대를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손아람 작가는 지난 2010년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전태일'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지금의 20대는 거대한 기업과 창조적인 혁신가 그리고 위대한 대중 예술인에게 물려받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고 느낄 거예요.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삼성과 스티브 잡스와 서태지의 세계에 속하지 못하죠. 전태일의 세계에 살게 될 것입니다."(317쪽)

손 작가는 젊은 전태일들이 '불공평한 생존보다 공평한 파멸을 바라기' 시작한 대한민국은 이미 '망국'임을 선언하고, 이들에게 결혼, 내 집 마련, 중산층 같은 '덧없는 치유의 주술'을 거두고 지금 즉시 변화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참여연대 22주년 역사를 담을 팜플렛. 1994년 권력감시단체로 출발해 민생, 사회복지, 조세재정, 노동사회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22주년 역사를 담을 팜플렛. 1994년 권력감시단체로 출발해 민생, 사회복지, 조세재정, 노동사회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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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을 지낸 김남근 변호사는 민생 운동을 찾아가는 화두로, 집단 자치, 이기적 운동, 감성, 전선, 코디네이터, 분열, 정치권, 신뢰 등 8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신세대 시민운동가들과 과거 민주화 운동 세대간, 가맹점주 같은 대중 조직 지도부와 시민운동가들 사이의 '신뢰 쌓기'를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신뢰 상실의 시대' 시민운동 내부에서조차 '네트워크'가 '연대'를 대체하고 있다. 여전히 진정한 신뢰에 바탕을 둔 '연대'란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참여연대에게 '회원들의 신뢰'는 곧 생명이다. 결국 이 책도 22년 전 '국가권력감시단체'에서 출발해, 이제 민생 문제로 1만 5천여 회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참여연대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회원 보고서인 셈이다.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 - 가짜 민생 vs 진짜 민생

김동춘 외 지음, 북콤마(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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