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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거리' 가 생겼다.
 '즐길거리' 가 생겼다.
ⓒ 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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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던 폭염도 거짓말처럼 지나가고 바야흐로 '가을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종일 수업에 지친 학생도 부랴부랴 바쁘게 회삿일을 끝낸 직장인도 선선한 가을바람을 앞세워 피자 한 판에 치킨 한 마리를 들고 삼삼오오 야구장으로 모여든다. 지긋지긋한 폭염에 지쳐있던 우리에게 저녁 느지막히 '즐길 거리'가 생긴 것이다.

그래, 이왕 즐기는 것! 다 함께 즐겨보자는 심산으로 평소 야구관람 등 문화생활 즐기기에 어려움이 많은 지적장애인 몇 분과 함께 하기로 했다. 때마침 함께하고 싶다는 지인분께서 동료들을 이끌고 동행하신다니, 이동부터 식사까지 곁에서 보조역할이 필요한 지적장애인분들이 편안하게 야구관람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얼른 티켓예매부터 알아봤다.

봉사자분들이 비용 전액을 지원해주신다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장애인 복지할인부터 찾아보니 무려 50%가 할인되는 엄청난 혜택이 있었다. 모르고 결제했으면 얼마나 속상했을까? 역시나 찾아보고 물어보고 아는 것이 힘이다.

티켓구매대행업체인 '인***'를 통해 온라인 티켓예매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미리 구매해놔야 마음이 편하고 원하는 좌석에 앉을 수 있거니와, 지적장애인분들과 동행하기에 사람 많고 붐비는 곳에서 한참을 기다려가며 티켓을 구입하기엔 어려움이 많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분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시스템이 그렇습니다" 황당한 그 대답

오직 '현장발권' 만 복지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온라인 예매에는 없는 복지할인혜택 오직 '현장발권' 만 복지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 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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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온라인 예매를 진행하는데, 이건 아무리 찾아봐도 복지할인에 대한 선택창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 끝에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상담원에게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복지할인혜택은 무조건 현장구매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잠깐 당황했다가 이내 황당한 생각에 되물었다.

"왜죠?"

돌아온 대답은 예상했던 '그 대답'이었다.

"저희도 안타깝지만 현재 시스템이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네.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쓴웃음이 나왔다. 30일, 재차 전화를 걸었다.

"뮤지컬 티켓을 예매할 땐, 온라인에서도 장애인 복지할인이 적용이 되던데요. 야구 관람 티켓만 안되는 이유가 있나요? 궁금해서요."
"네. 뮤지컬은 온라인 예매로도 장애인 복지할인 적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야구 관람 티켓은 구단과의 계약 시 현장발권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서 온라인 예매 장애인 복지할인이
적용되지 못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다른 대행업체도 동일한 조건인가요?"
"저희는 잠실구장과 고척구장만을 담당하고 있어서 다른 업체의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타 구단 온라인 티켓예매를 진행해보니 역시나 같은 시스템이다. 현장발권시에만 장애인 복지할인을 적용해주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타 구단 온라인 티켓예매를 진행해보니 역시나 같은 시스템이다. 장애인 복지할인은 현장에서만 가능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타 구단 온라인 티켓예매를 진행해보니 역시나 같은 시스템이다. 장애인 복지할인은 현장에서만 가능하다.
ⓒ 온라인 예매 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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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이 문화적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부에서 그렇게 지자체마다 홍보하며 진행하고 있는 문화평등사업에 이런 허점이 있었다.

'복지카드'를 손에 쥐고 현장에서 발권을 해야만 할인혜택을 적용해주고, 온라인이나 전화예매로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아마 인증이 어렵고 도용 및 남용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검증시스템을 구축할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것이고 배려가 없는 것 아닐까. 결국 우리는 복지 혜택 없는 온라인 발권을 진행하기로 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겪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좋은 제도에 마음을 담아라. 시원하게 '즐길 거리'를 준비하다가 안타까운 '고칠 거리'를 찾아낸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보자. 그 지긋지긋했던 폭염도 지나가지 않았는가.

불편함은 줄이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자. 그게 '복지' 의 시작이다.
 불편함은 줄이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자. 그게 '복지' 의 시작이다.
ⓒ 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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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야구온라인예매, #복지할인, #프로야구, #현장발권, #야구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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