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인나는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 달빛 아래의 교환>의 여주인공을 맡아 촬영 중이지만 주인공 역에서 하차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배우 유인나는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 달빛 아래의 교환>의 여주인공을 맡아 촬영 중이지만 주인공 역에서 하차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 후난위성TV


얼마 전 사석에서 한 중국 투자·제작사의 관계자를 만난 일이 있었다. 지난달 대규모 시나리오 공모대전의 당선작을 발표하기도 했던 이 회사는 한국 투자배급사와 합자법인도 설립하고 합작영화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당분간 한중간의 긴밀한 협력이나 합작 분위기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민간의 이러한 분위기와 달리, 중국발 위기가 구체화 될 거이란 관측이 나왔다. 11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외교통일위원회)은 "중국 광전총국, 16일 한류 콘텐츠업체 제재 본격화할 듯"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한류 콘텐츠 수출업체들을 통해 중국의 한류 제재 현황을 파악한 결과, "미디어 콘텐츠 주무부처인 광전총국이 오는 16일 중국 내 위성방송사와 제작사 등을 대상으로 한류 제재를 본격적으로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것이다.

"조사에 응한 한류 콘텐츠 업체들은 중국 광전총국이 그동안 공식적으로 문서에 의해 제재하지는 않았지만, 유선 등으로 중국의 위성방송사들에 한류 콘텐츠나 한국 연예인 등의 출연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방송사, 배급사, 온라인 인터넷 회사 등 한류 콘텐츠 업체들의 거래처나 공동사업자 회사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또 중국 내 현지 제작사들은 이미 계약된 한류 포맷 콘텐츠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있고 한국 관련 콘텐츠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편으로 '한류'라는 표현조차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렇게 중국의 한류제재 상황이 더욱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도 외교부는 '현지 공관을 통해 상황 확인 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중 광전총국이 실질적인 제재 시작한다면

 박보검이 스포츠의류브랜드 광고(CF)에서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바둑을 둬 이기는 장면. 이를 연기한 게 중국을 모독한 것이라며 여러 중국 매체들이 일제히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사진은 지난 5일 <중국청년망> 보도 갈무리.

박보검이 스포츠의류브랜드 광고(CF)에서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바둑을 둬 이기는 장면. 이를 연기한 게 중국을 모독한 것이라며 여러 중국 매체들이 일제히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사진은 지난 5일 <중국청년망> 보도 갈무리. ⓒ 중국청년망


'중국 정부의 공식화된 결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지 분위기만큼은 심상치 않다.'

추혜선 의원 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쯤 될 것 같다. 이러한 중국발 한류 콘텐츠의 위기는 이미 수많은 이상 징후를 보여 왔다. 지난주 업계를 달궜던 배우 유인나의 중국 후난위성TV의 28부작 드라마 <상애 천사천년2: 달빛 아래의 교환> 하차 소식이 대표적이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복수의 중국 매체들은 웨이보 등 중국 SNS에 퍼지고 있는 '한한령(한국 연예인 및 드라마의 방송 출연 제한)' 리스트를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에는 유인나를 비롯해 이종석, 박민영, 구혜선 등은 물론 이미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추자현, 채림 등이 포함돼 있다.

드라마만 총 53개 작품이다. 그 편수도 편수지만, 참여 배우의 면면을 포함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놀라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광전총국이 작성한 문서가 아니라고는 하나 최근 진행 중이거나 진행된 작품들이 총망라돼 있기에 업계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리스트엔 합작영화나 한국 배우가 출연한 영화 9편과 예능 프로그램들까지 망라돼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추혜선 의원 측의 주장대로 16일부터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진다면 한국 콘텐츠 산업에 미칠 파급은 악화일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화살을 한국 정부에 돌리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인터넷판은 4일 '서울은 한국 드라마와 한국 스타가 중국에서 차단되는 것을 책임져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류가 중국의 차단을 만나게 되면 그건 한국 측의 자업자득이다, 중국과 한국의 대치가 계속되면 한국 측은 더 큰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화끈하고 직접적인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괴담은 지향해야 하지만, 책임은 누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회견을 마친뒤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6월 27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회견을 마친뒤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10월 발간된 한중사회과학연구 제13권 제4호에 게재된 '중국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 문화콘텐츠 수출과 소비재 수출 및 관광 금액을 합한 중국 한류로 인한 총 수출액은 17억6700만 달러(=1조9672억 원)로 추정된다. 6조8928억 원 규모의 국내외 한류 관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 내 한류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실질적인 국내 관계자들의 중국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산업적으로도 탄력을 받는 상황이었다. 수익 역시 수직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으로 즉각적인 반응이나 피드백보다는, 거시적인 투자나 배우나 감독, 제작진의 부분적 진출, 점진적인 협력으로 세분되는 분위기였다.

지레 겁먹을 것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중국 진출의 명과 암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는 빠르고 쉽게 드러나지도 않는 법이다. 중국 역시 관과 민간 영역의 틈은 있기 마련이다. 실제 중국에서 공개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8>이나 <함부로 애틋하게>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확실히, 중국 정부의 제재 움직임이 민간 영역에서 한류 콘텐츠나 투자나 합작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건 맞다.

그런데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제재 가능성이 한국 정부를 향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설'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이리라. 더욱이 한국 외교부나 문체부 차원에서 어떠한 대응을 할 만한 여지도 거의 없다. '괴담'은 지양해야 하지만, 그 실체가 드러날 경우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아니, 실질적인 수익은 둘째 치더라도 점차 열리고 있던 중국 내 한류 콘텐츠 사업의 미래와 드리워진 불투명성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이번 중국 광전총국발 문화 제재 움직임이 더욱 씁쓸한 것은 '문화융성'을 외치던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문화를 위축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될 공산이 커 보여서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정치의 여파가 이렇게 무시무시하다.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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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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