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영의 간판 박태환이 6일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을 4위로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수영의 간판 박태환이 6일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을 4위로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기적은 없었다. 수영스타 박태환이 명예회복을 노리며 어렵게 출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연이은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태환은 7일(한국시간)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 45초 65로 들어와 조 4위, 전체 10위에 머물러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400m는 박태환이 가장 자신있어하던 주 종목이기에 아쉬움은 컸다. 이어 8일 새벽 열린 200m 예선에서는 6조에서 1분 48초 06을 기록해 조 최하위로 추락하며 준결승 진출조차 실패하는 등 계속해서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눈에 띌 정도로 떨어진 기량

박태환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것은 기록만으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400m에서 금메달을 딸 때만 해도 3분 41초 53으로 한국 기록을 세웠다. 심지어 올해 자신의 최고 기록으로 알려진 3분 44초 26에도 못미치는 예선 기록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수영스타로 부상했던 박태환의 연이은 추락은 올림픽에서 내심 부활을 기대했던 국내 팬들에게도 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냉정히 말하면 박태환의 올림픽 부진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 결과를 받아 1년 6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징계는 종료되었지만 박태환의 올림픽 국가대표 출전 자격을 놓고 리우 대회 개막 직전까지 대한체육회와 첨예한 대립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달 8일에야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CAS)가 박태환의 손을 들어주면서 힘겹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되찾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박태환은 온전히 올림픽 준비에만 전념할수 없었다. 이미 수영 선수로서는 적지않은 20대 후반의 나이에다가 2년간의 국제대회 실전 공백과 훈련 부족은 우려한대로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 본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박태환의 강점으로 꼽히던 빠른 출발과 막판 스퍼트에서의 뒷심이 모두 사라진 것은, 기본적인 체력부터가 전성기에 비하여 크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대로라면 박태환에게 이번 리우올림픽은 수영 인생의 내리막을 알리는 최악의 대회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때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 수영 영웅의 몰락을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아무래도 대회 직전까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대한체육회의 책임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기 위하여 무리한 규정을 들이대려다가 오히려 '이중처벌'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명분도 실리도 잃고 국제망신만 자초한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박태환도 대한체육회도 모두 얻은 것 없이 상처만 받은 제로섬 게임이었다.

현지에서 들리는 비난의 목소리

하지만 이 모든 사태가 결국 박태환의 자업자득이라고 보는 냉랭한 시각도 적지않다. 대한체육회의 시대착오적인 이중처벌 강행으로 오히려 동정론을 얻기는 했지만, 박태환이 애초에 금지약물복용을 둘러싼 부적절한 처신과 애매한 태도로 수영선수로서의 명예와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 박태환이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갈수 있는 자체가 이미 특혜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올림픽 출전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박태환으로서도 예고된 비극이었던 셈이다.

사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여부가 이슈가 되었을때부터 대한체육회와의 갈등과는 별개로 "박태환이 국민 영웅으로 국위선양을 한만큼 명예회복할 기회도 줘야한다."는 식의 섣부른 동정론과 '감상주의'를 불편하게 여기는 대중들도 적지않았다. 박태환의 스승이기도 한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을 위하여 규정을 바꿔서라도 올림픽에 보내줘야 한다."다는 망언에 가까운 발언으로 오히려 '체육 엘리트주의자들의 특권의식'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박태환을 바라보는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은 현지에서도 다르지 않다. 특히 400미터 금메달리스트였던 호주의 맥 호튼은 박태환과 쑨양 등을 싸잡아 "약쟁이(Drug cheat)"로 지칭하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호튼은 "금지약물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이 여전히 올림픽같은 큰 무대에서 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적은 달라도 한참 어린 후배에게 대놓고 무시를 당할 만큼 박태환의 위상과 이미지가 초라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한 원칙적으로 따졌을 때 호튼의 지적이 결코 틀렸다고 반박할수 없는 것이 더 서글프다.

아직 박태환의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10일 100m와 13일 1500m 종목이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명예회복이 쉽지는 않아보인다. 현재 박태환의 컨디션이나 지구력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예선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궁지에 몰려있는 박태환을 마냥 응원할수도 질타할 수도 없는 국내 팬들의 심경 또한 복잡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박태환의 올림픽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마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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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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