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수정 : 5일 오후 6시 27분]

"넥슨은 13세 여자 아이 성 상품화를 중단하라!"

지난 7월 22일과 25일, 총 400여 명의 여성들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넥슨 사옥 앞에서 쉬지 않고 부르짖었던 구호다. 넥슨이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Closers)'의 미성년자 성 상품화에 대한 항의를 담고 있다.

구호 속에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는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 여성과 너무도 흡사한 외모'를 지닌 생명체다. 사람 나이로 치면 13세. 아이의 목소리로 말을 하며 주체적인 사고를 못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그려지지만, 풍만하고 성숙한 성인 여성의 신체를 지녔다.

"도구가 되겠다"고 말하고, 움직이면 속옷이 보이는 캐릭터

클로저스 동영상
 클로저스 동영상
ⓒ 넥슨

관련사진보기


클로저스 동영상
 클로저스 동영상
ⓒ 넥슨

관련사진보기


클로저스 공식 포스터
 클로저스 공식 포스터
ⓒ 넥슨

관련사진보기


"개의 소질이 있어 보이는군", "내가 너를 길들여주겠다", "너는 우리의 도구다"라는 등장인물의 대사에 "당신만을 위한 도구가 되겠어요", "복종할게요"라고 대답하는 이 캐릭터를 '로리거유' '색기담당'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는 나무위키의 친절한 설명은, 이 캐릭터가 게임 속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캐릭터의 이름은 '레비아(Levia)'. 영어 단어 'labia(레비아)'와 발음이 같다. labia는 여성의 성기 '음순'을 뜻하는 단어다. 이것은 단지 우연일 뿐일까? 누군가는 이 캐릭터의 이름이 신화 속의 짐승 '레비아탄(Leviathan)'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레비아가 주로 성적 캐릭터로 소비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일부 여성들이 이 캐릭터명의 의미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메갈리아4'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입고 인증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된 김자연 성우. 그녀가 연기한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Tina)'는 76%가 기계로 이루어졌고, 나머지 26%가 인간인 사이보그다. 티나의 나이는 몇 살일까? 짧은 주름치마를 입고 있어서, 총을 쏘는 역동적인 몸짓 사이사이로 붉은색 속옷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 티나는 겨우 8살이다.

클로저스 동영상
 클로저스 동영상
ⓒ 넥슨

관련사진보기


나딕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 코리아에서 2014년 12월부터 배급 중인 클로저스는 각자 선택한 캐릭터로 4~5명씩 한 팀을 이루어 미션을 수행하는 '역할 분담 게임(MORPG)'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여아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를 이용해 유사 성행위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다.

이쯤 되면 이 게임이 과연 누구의 욕망을 위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여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일부 소아성도착증 환자들인가? 아니면 여자는 어릴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남성들인가? 관음적 욕망을 부추겨 이용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넥슨인가?

그렇다면 그 피해는 누가 당하는가? 분명한 것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아는 여성이고 아이라는 점에서 이중의 약자이다. 게임 속 세계라고 해서, 성적 학대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게임 속 설정은 이용자들의 죄책감을 불식시키는 심리적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미디어는 인간의 의식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뇌가 발달 중인 청소년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 게임은 만 12세 이상, 초등학교 6학년이면 이용할 수 있다. 게임에서 묘사된 여성 및 어린이에 대한 왜곡된 성 의식이 아이들에게 어떤 정신적 상흔을 남길까? 어린이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향유하는 문화 콘텐츠가 범람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넥슨 게임의 성차별 문제엔 왜 침묵하나

김정주 넥슨 회장은 진경준 검사장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간의 정경유착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일정 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또한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 회장이 넥슨 코리아를 넥슨 재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2조8301억 원대 배임·횡령·조세포탈을 저질렀다며 추가 고발한 상태다. 넥슨의 비리 혐의는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에 비해 넥슨의 성차별적 콘텐츠 문제에 대해서는 기이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언론의 행태가 그렇다.

김자연 성우의 계약 해지 사건은 '너는 메갈리아냐, 아니냐'를 묻는 소모적 논쟁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클로저스'와 '서든어택2'를 비롯한 넥슨의 여성혐오적인 게임 콘텐츠는 여전히 별다른 반성 없이 소비되고 있다. 최근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결정이 나기는 했지만, 그것은 여성 캐릭터의 선정성 때문이 아니라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재미 면에서 이용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최근 네티즌들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클로저스'의 심의등급 재검토를 요청했다. 결과는? '심의 유지'였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여성 혐오적이며 소아성애를 조장하는 게임 콘텐츠를 계속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사회는 넥슨의 회삿돈이 회장 개인의 사적인 용도로 유용되고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 검은돈은 폭력성과 여성혐오를 조장·묵인하는 사회·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넥슨 본사 앞에서 '클로저스' 논란 지적하는 시위 이어져


지난 7월 22, 25일 여성들이 판교 넥슨 본사 앞에 모였다. 김자연 성우에 대한 넥슨의 노동권 침해와, 게임 '클로저스(Closers)'의 선정성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시위에 나온 여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의 홍보글을 보고 모였다.

이들은 넥슨 사옥 앞 노상에서 천막도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구호를 외쳤다. 22일에는 100여 명, 해산 할 때는 95명 정도가 남았고, 25일에는 300여 명의 여성들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하지 못한 이들은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30만 원 이상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여성을 위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후원금으로 부채, 우산, 손수건, 방석, 드라이아이스, 쿨토시 등 집회 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마련했다.

또한 피자·햄버거·치킨 등 먹거리와 얼음물·커피 등 마실거리도 전달됐다. 시위 첫날 넥슨 측이 제공한 음료 15병은 그날 저녁 되돌려주었다.

지난 5월 강남역 살인 사건의 추모 현장에서 몰카에 찍힌 여성들은 자신들을 무단 촬영하고 악의적으로 비방한 사람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 두려움 때문인지, 여성들은 썬캡과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나섰다.

이런 불안 속에서도 비슷한 시위는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30일에는 부산 서면 길거리의 하트 조형물 앞에서 50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몰카 근절 시위'를 열었다.


해당 주장글에 대한 넥슨 측의 반론


넥슨 홍보팀은 지난 5일 오후 기자에게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넥슨은 "'레비아' 캐릭터는 인간이 아닌 몬스터로, 차원전쟁 후기 동굴 안에서 발견된 알에서 부화한지 13년 된 차원종(몬스터)"이라며 "실험 도중 폭주상태가 되어 인간 다수를 학살, 다시 포획된 이후 자신의 죄를 참회하기 위해 인간에게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캐릭터의 배경 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기사에 묘사된) '복종', '도구', '미성숙한 존재', '13세', '아이의 목소리' 등과는 무관한 캐릭터"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레비아(Levia)'라는 캐릭터 이름에 대해서는 "바다에 사는 전설의 동물(뱀 종류) '레비아탄(Leviathan)'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Labia(여성의 음순)'와는 엄연히 다른 어원, 뜻, 설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넥슨은 "실제로 게임 내 '레비아' 캐릭터의 스킬(사용 기술)은 '독니꽂기', '독사떼', '뱀의 연무' 등으로 전설 속의 동물 레비아탄(뱀)과 동일한 컨셉을 갖고 있다, '성적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캐릭터 이름'이라는 표현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티나'에 대해서는 "캐릭터 대부분이 기계로 이루어진, 겉모습이 인간처럼 보이는 '로봇'이 명확한 설정"이기 때문에 "'티나'가 제조일로부터 8년이 지난 로봇이며, '겨우 8살의 어린 여자아이'라는 내용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게임 이용자들은 여아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를 이용해 유사 성행위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보편적인 게임 특성상 게임 콘텐츠 내에서의 악의적인 행동으로 보여진다, 위와 같은 내용은 게임 제작들의 의도를 비방하거나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시위대의 자유분방하고 재기발랄한 구호를 듣고 싶다면 여기로.(http://tvpot.daum.net/v/v3c40tuAjjMjsuWy9sA990M) 개인적으로는 이번 넥슨 시위가 새로운 집회 문화 형성에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뜨겁고 치열한 시간을 보낸 그녀들을 응원합니다.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악플 제보 받습니다.



태그:#넥슨
댓글2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