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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성우 이민규, 한미리, 진행자 권진영, 명로진씨
▲ 명권고 공개방송 왼쪽부터 성우 이민규, 한미리, 진행자 권진영, 명로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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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읽을 고전은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입니다."

널찍한 강의실에 로고송이 울려 퍼지고 사회자의 멘트가 시작되자, 수십 개의 어린 눈망울들이 반짝거린다. 지난 23일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서 열린 '명로진 권진영의 고전읽기(아래 명권고)' 여름캠프 '꿈꾸는 대로'가 막을 여는 순간이다.

지난 2014년 EBS에서 '고전읽기'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방송되다 갑작스럽게 폐지되고, 팟캐스트를 통해 부활한 명권고는 애청자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취지의 일환으로 이번 캠프를 기획했다. 이번 캠프에는 부모님을 따라온 초등학생 어린이들부터 60대 청취자까지 40여명의 인원이 참가, 성황을 이뤘다.

'꿈꾸는 대로' 캠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명권고 공개방송 외에 독서와 골든벨, 레크리에이션, 자선경매, 힐링 산책과 인문학 특강 등이 마련됐다. 그 중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시간은 역시 첫 스타트를 끊은 공개방송이었다.

팟캐스트를 통해 목소리로만 접했던 진행자들이 눈앞에서 대본을 읽고 있는 모습에 가장 열광했던 이들은 어린이 애청자들이었다. 주인공 마틸드 역을 맡은 한미리 성우와 남편 역의 명로진씨, 포레스티에 부인을 연기한 권진영씨와 해설을 담당한 이민규 성우는 라디오보다 한층 더 실감나는 열연을 선보였다.

"아이들이 이렇게 눈을 빛내며 집중해서 들으니 놀랍습니다."

23일 명권고 사회자 명로진씨가 캠프 참가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있다.
▲ 캠프의 시작 23일 명권고 사회자 명로진씨가 캠프 참가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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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명권고 캠프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게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우리 순서는 언제? 23일 명권고 캠프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게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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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방송을 마친 출연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입을 모았다. 요즘 아이들은 책 한 장 읽히려 해도 제대로 집중을 못하고 산만하다는 편견이 보기 좋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어린이들의 시선을 강력하게 붙잡은 것은 역시 쉽고 편하게 읽는 고전이 주는 '재미'에 있는 듯 하다.

이어지는 '골든벨' 시간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푸짐한 상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평창 태생의 작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주제로 한 퀴즈는 쉬운 듯 하면서도 은근히 어려웠다.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승부 끝에 영예의 1등은 김○○씨(44세)에게 돌아갔다.

"이번에는 패자부활전 안하나요?"

문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손을 번쩍 들고 참견하는 이는 바로 명권고 김희영 작가의 아들이기도 한 서준호군(8세)이다. 거듭되는 준호군의 '애정공세'에 참가자들과 스테프들 모두 시종일관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 식사 후 펼쳐진 레크리에이션에서는 공동 진행자인 개그우먼 권진영씨가 사회를 맡았다. 넌센스 퀴즈와 몸으로 말하는 스피드 퀴즈, 복불복 음식 먹기 등 깨알 같은 프로그램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엉덩이 나라에 사는 새 이름은?(정답은 똥냄새)"

권진영씨가 낸 퀴즈에 한 어린이가 손을 번쩍 들고 답한다.

"정화조요!"

명권고 최보화 AD(사진 가운데)가 참가자들에게 퀴즈게임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 신나는 퀴즈시간 명권고 최보화 AD(사진 가운데)가 참가자들에게 퀴즈게임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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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앞서나간' 대답에 어른들까지도 입이 딱 벌어졌다. 이런 대답이 나온다는 건 고전읽기를 꾸준히 한 결과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된다. 레크리에이션에서 자선경매로 마무리된 이날 밤, 잘 시간이 지난 어린이들까지 모든 참가자들은 지칠 줄 모른 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 아침에는 또 한 가지 행사가 마련돼 있었다. 바로 보물찾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잔디밭과 돌 틈에 숨겨진 보물(경품이 적힌 쪽지)들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초면에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아이들 덕분에 부모님들도 모처럼 쉬는 기분을 만끽했다.

인천에서 캠프 참가를 위해 평창까지 왔다는 박민선씨와 부인 최윤정씨는 "딸 채연이(8세)가 명권고 팟캐스트를 틀어 주면 꼼짝도 안하고 집중해서 듣는다."며 "아이가 워낙 이 방송을 좋아하다 보니 온 가족이 팬이 됐다"고 말한다.

이번 캠프에는 EBS 시절부터 고전읽기를 들어 왔다는 열혈 팬들이 특히 많이 참가했다. 멀리 전남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다음날 새벽같이 평창에 달려온 일가족과, 시각장애가 있음에도 캠프를 위해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찾아온 장가영씨(26세)를 보면 명권고를 응원하는 숨은 후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평창에 내려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남들보다 늦은 시간까지 정리와 허드렛일을 맡고 있던 최보화 AD(25세)는 "방송을 하는 일이 재미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어서 좋다"며 명권고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마지막 '명로진의 인문학 특강'으로 1박 2일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정이 마무리되자 진행자 명로진씨는 "앞으로도 명권고 캠프는 분기별로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그리스에서 캠프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지한 어투로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인문학을 사랑하고 고전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이 함께한 2016 명권고 고전캠프 '꿈꾸는 대로'는 아이들에게 흥미진진한 체험을, 어른들에게는 힐링을 안겨준 뜻 깊은 행사였다는 것이 스테프와 참가자들 모두의 소감이었다.

23일 명권고 고전읽기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공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모두가 함께하는 고전읽기 시간 23일 명권고 고전읽기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공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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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명권고, #고전읽기, #명로진, #캠프,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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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관련하여 식생활 문화 전반에 대해 다루는 푸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가의 음식문화, 패스트푸드의 범람, 그리운 고향 음식 등 다양한 소재들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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