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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나른한 감성, 노곤한 피곤. 사람의 눈은 반쯤 떠 있고 온 몸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 새벽을 즐기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지만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 새벽을 기자는 달린다.

역주행을 하다

호주에서 역주행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한국과 운전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역주행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한국과 운전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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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처음으로 차를 구입하고 들었던 이야기.

"역주행 조심해. 특히 새벽에 일 갈 때 말야."

친구도 한국에서 운전을 꽤 했다. 그러나 이곳은 호주. 운전석과 진행방향이 반대다.

"나도 처음에 역주행 많이 했어. 너 운전병이었다고 해도 조심해야 할 거야. 특히나 새벽이면 헷갈릴 때 많잖아."

그는 신신당부했다. 익숙치 않은 운전. 걱정은 현실이 됐다.

첫 번째 역주행은 다행히도 아무도 없는 도로였다. 우회전을 하고 보니 주차된 차와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슬쩍 차선을 옮겼다.

"헷갈릴 때는 주차된 차 방향을 봐. 그러면 역주행 안 할 수 있어."

역주행 얘길 꺼내자 사장은 말했다. 사고가 나면 괜히 손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조심조심해서 다니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 아찔했다

새벽이 오고 피곤이 짓누른다. 다음 사이트는 몇 번 가보지 않은 곳. 초행길을 가려다보니 자연스레 구글맵을 켠다. 위치를 설정하니 안내하는 휴대폰. 무의식 중에 길을 나선다. 자연스레 본능에 따라 돌린 핸들. 그때 멀리서 오토바이가 내려왔다. 서로가 부딪칠 일촉즉발의 상황. 차를 멈췄다. 오토바이는 넘어졌다.

"what are you doing!"

넘어진 운전자는 다행히도 다치지 않았다. 그는 화가 무척 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차된 차와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역주행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 머릿 속은 하얘진다. 재빨리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그가 달려왔다.

"쨍강."

그는 손바닥으로 앞유리를 쳤다. 앞유리가 파손됐다.

'sorry."

실수라며 미안하다고 외친다. 밖으로 나오니 오토바이는 넘어져 있었다. 다친 곳은 없냐고 묻자 그는 화를 냈다. 왜 그런 거냐고 따졌다.

"mistake."

손짓 발짓으로 한국과 호주의 차이를 설명한다. 겨우겨우 진정된 그. 다친 곳은 없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앞유리와 바꾼 경험

넘어진 오토바이를 살폈다. 다행히 크게 긁힌 곳은 없었다. 사람도 안 다쳤다. 그가 보호장구를 입고 있었기 때문. 호주에서는 보호장구 없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그 덕분에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

"what number?"

그는 내 번호를 물었다. 서로 번호교환을 하고 사진을 남겼다. 다행히 그는 다치지 않았고 큰 피해는 없었다. 앞유리만 부서진 걸 빼면.

"경험했다고 생각해."

사장에게 보고하자 말한다. 다행히 다친 곳도 없었고 오토바이도 상하지 않았다. 물질적 피해는 결과적으론 기자만 입은 셈. 그러나 역주행의 잘못이 있기 때문에 따질 순 없다.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게 좋은 거란다. 결국 묻기로 했다.

한번 더 살피고 다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사람을 다치게 할 뻔 했다. 이 사실은 기자에게 큰 교훈으로 다가왔다. 한 번 더 살피고 다녔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정신차리지 않고 다닌다면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게 없다. 이후로는 주차 방향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운전하는 습관이 생겼다.

"조심 했어야지."

그나마 레지(Registration, 호주에서 합법적으로 차량이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표시)가 있던 게 다행이라며 친구는 액땜했다고 생각하라 말한다. 레지조차 없이 사람이 다쳤다면 끔찍하다.

"아는 사람이 여기서 다쳤었거든. 꽤 많은 돈을 보상받았어. 여기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큰 일이야. 조심해."

그는 혀를 끌끌 차며 당부한다. 다시 가슴에 새긴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공포는 강렬하다. 그것이 내 잘못으로 인해 생길 뻔 했을 때는 더더욱. 새벽에 한번 더 살피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한국에서도 유용할 습관이다. 자만하지 않고 운전하는 일은 호주에서 중요한 일이다.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일지 모른다. 큰 책임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운전대를 잡았다. 수리를 하기 위해서다. 앞유리는 300달러를 줘야 했다. 300달러. 큰 교훈 값으로는 적은 돈이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시드니, #차사고, #보험, #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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