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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와 대청도, 백령도 어촌계와 선주협회 등으로 구성한 ‘서해 5도 중국어선 대책위원회’(이하 서해5도대책위)는 지난달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 부처별 과제로 정리한 대책을 정부가 이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 서해5도중국어선대책위 연평도와 대청도, 백령도 어촌계와 선주협회 등으로 구성한 ‘서해 5도 중국어선 대책위원회’(이하 서해5도대책위)는 지난달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 부처별 과제로 정리한 대책을 정부가 이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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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어민들이 지난달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연평도해역에서 조업하던 불법 중국어선을 나포한 지 한 달여 만에 정부가 지난 11일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서해5도중국어선대책위는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허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발표에 앞서 서해5도중국어선대책위는 각 부처별 대책을 정리해 정부에 요구했다. 대책위는 우선 외교부에 '서해 5도 해역을 영해'로 법적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영해의 법적 근거인 '영해 및 접속수역법'을 개정해 현재 옹진군 덕적면 소령도에서 끝나는 기선을 서해 5도까지 확대함으로써, '서해 5도 해역'이 영해가 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해양경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그리고 해양수산부에 '한ㆍ중 어업협정 9조'를 개정을 통한 어업주권 보장, 어민피해실태 조사, 조업구역과 조업시간 확장,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조업손실 지원 대책으로 선원 고용 지원과 어업수입보장보험 지원, 인공어초설치, 수산물 집하ㆍ가공ㆍ유통시설 지원 등을 요청했다.

또한 행정자치부에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보상을 골자로 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과 '서해 5도 지원위원회'에 서해 5도 주민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 밖에도 국민안전처에 서해 5도 전담 해양경비안전서 설치와 기동전단 상설화, 국방부에 중국어선 불법조업 공동대응을 위한 군사적 조치 마련, 통일부에 남북 어민 수산물 공동판매(=NLL 해상 파시) 등 남북 수산 경협 사업 추진, 기획재정부에 섬 기항 여객선 증설과 연 안여객 준공영제 예산 지원,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속가능한 전력체계 마련, 환경부에 식수해결을 위한 '서해 5도 물 자립섬' 추진 등을 요청했다.

이 중에서 정부는 어장을 일부 확대하고 조업시간을 일부 연장키로 했다. 아울러 전담 해양경비안전서는 아니지만 해경 단속인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업 손실로 인한 피해보상과 지원 등 서해5도 어민들이 기대했던 대책이 누락 돼,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 중 어민들이 특히 기대했던 ▲피해보상을 골자로 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행정자치부) ▲불법 중국어선 담보금의 수산발전기금 귀속(법무부) ▲불법조업 중국어선 등으로 인한 어업활동 피해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기획재정부) ▲연안여객 준공영제 예산 지원(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서해5도 전담 해양경비안전서 설치(국민안전처) ▲식수문제 해결을 위한 '물 자립섬 추진'(환경부, 인천시) 등이 누락돼 허탈감이 더했다.

아울러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19일 연평도를 방문해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날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남북 어민 수산물 공동 판매', '인천시와 정부 관계부처 합동협의체 구성', '해양경비안전본부 서해 5도 특별경비단 신설' 등도 빠졌다.

'조업구역과 조업시간 일부 연장, 단속인력 확충과 벌금인상'이 골자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등 정부 합동 관계부처는 11일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 및 서해 5도 어업인 지원 방안'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불법 중국어선을 차단해 어민들의 조업권리를 보장하고 서해5도 해역의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우선 국민안전처 산하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조업하는 불법 중국어선 단속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팀 신설을 추진키로 했다. 어민들과 인천시가 요청했던 서해 5도 전담 해양경비단 신설에 못 미쳤지만, 국민안전처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다.

국민안전처는 대신 현실적인 단속강화 방안으로 해경 단속인력을 증강 배치키로 했다. 경비함정을 기존 7척에서 9척으로 늘리고, 서해5도를 경비하는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특공대와 특수기동대 병력을 104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꽃게 성어기인 4~6월, 9~11월에 집중되는 만큼, 이 기간에 무장과 기동성을 갖춘 중형 경비함정과 방탄보트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불법 중국어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불법어선 선장 체포 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고, 우리가 불법 중국어선을 나포했을 때 중국어선이 우리 정부에게 내야 하는 담보금 또한 최고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정부는 어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어장을 일부 확대하고 조업시간도 약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9~11월 꽃게 성어기에 맞춰 연평어장 서쪽 끝단에 14㎢ 규모의 조업구역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소연평도 남단 조업시간을 기존 '일출~일몰'에서'일출 30분전~일몰 후 1시간'으로 1시간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어민 안전과 군 작전수행 등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관련 규정을 개정해 어장 확장을 추진키로 했으며, 중국어선 저인망 쌍끌이 조업 방지용 인공어초 80기를 오는 11월까지 연평해역, 백령해역, 대청해역에 나눠 설치키로 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강화해 중국 정부에게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으며, 한중 간 협력체계를 강화해 지난해 10월 합의한 '공동단속'에 내실을 기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서해 5도 우리 어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어업지도선의 지도역량을 강화하고, 해수부와 합참, 해경,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긴밀한 공조체제 구축해 우리어선의 안전 확보를 위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해5도대책위, "정부대책, 재탕 아니면 허탕"

2014년 서해5도 어민들이 해상시위를 벌이며 생존을 요구할 정도로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5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방지를 위한 공동 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 중 일부가 지난해 합의문에 있는 대책과 중복되거나, 당시 합의한 내용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대책이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데 그치고, 게다가 어민들이 기대했던 핵심 대책이 빠지자, 서해5도중국어선대책위는 "정부가 전에 발표한 대책과 다를 바 없는 재탕이자, 알맹이 빠진 허탕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불법 중국어선 담보금 3억 원' 인상 대책은 지난해 공동 합의문에 포함된 '담보금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 조정'대책의 후속조치다. 또 양국 지도선 연3회 공동순시와 연2회 단속공무원 교차승선은 지난해 이어 올해 정부 대책에 각각 포함됐다.

그리고 어민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요구한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조업손실 지원과 불법어선 담보금 수산발전기금 귀속은 빠지고, 어장확대와 조업시간 연장 또한 기대에 못 미쳐 어민들의 허탈감은 더했다.

박태원 서해5도대책위 공동위원장은 "3년 전부터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조업손실 보상과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번에도 누락됐다. 피해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이유다. 실태조사 하자고 그렇게 얘길 해도 안하면서 같은 말 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위원장은 또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불법어선에서 발생한 담보금(법무부 귀속)을 피해지역과 피해어민에게 사용해줄 것을 수년 전부터 요구했다. 그런데 이 또한 이번에도 빠졌다"고 한 뒤 "섬 접근성 강화를 위한 여객선준공영제 도입도 수년 째 요구하고 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어장도 어민들이 요구한 것의 20분의 1도 안 되고, 게다가 백령도와 대청도는 아예 빠졌다. 서해5도대책위는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도 등 각 섬별로 어장을 확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연평어장만 일부 확장돼 백령도와 대청도 어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했다.

아울러 국민안전처가 해경 단속인력을 강화했지만 단속 자율권이 없는 상태에선 해경이 겪는 단속한계는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해경에게 독자적인 단속권한을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해양경찰청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국어선 불법조업, #해경, #북방한계선, #한중어업협정,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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