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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국 원외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국 원외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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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새누리당 원외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한 낙선자가 결연한 얼굴로 마이크를 쥐었다. 한 손에는 A4용지 몇장이 들려 있었다. 당을 향해 직접 쓴 격문이었다.

"낙선 후 나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라면서 입을 뗀 그는 "그러나 최근 우리 당 일부 인사의 언행이나, 친박·비박 하며 내뱉는 말을 보면서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당원 동지와 국민 여망에 대한 배반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목소리를 차츰 높여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 수석을 지내고 20대 총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해 낙선한 김효재 원외위원장이었다. 그의 쓴 소리는 청와대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했다.

"청와대는 사과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자기 몸을 던진 당원 동지를 비롯해서 보수진영의 안정적 집권을 위해 물심양면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데 진심으로 사죄해라. 앞으로 국정 운영을 어느 개인의 정치적 야심과 계산에 의하지 않고 국민들만 바라보겠다는 약속을 하라."

총선 패배 책임 중 가장 큰 부채는 민심을 저버린 청와대에 있다는 것이었다.

김 전 수석은 "투표율이 낮아지지 않고 높아져 그 표가 야권으로 향한 것이 민심이반의 반증이다. 야권분열과 국민의식의 보수화에 기대서 온갖 오만과 시건방짐의 막장을 보여준 집권세력에 몽둥이를 든 것"이라고 풀이했다.

책임론 강조한 낙선자들 "왜 아무도 사과하지 않나"

김효재 청와대 전 정무수석.
 김효재 청와대 전 정무수석.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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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전 수석은 "선거를 치르고 난 뒤 선거판을 짠 공식·비공식이든 책임있는 인사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라면서 공천 과정에서 파행을 일으킨 책임자들, 즉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에게도 사과를 요구했다. 덧붙여 "제3자인 언론들이 논평하듯 자기 잘못에 대한 성찰이 없는 집단이어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 화살은 진박 마케팅의 당사자, 최경환 의원에게 돌아갔다.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총선 기간 '진박 연대'를 강조한 최 의원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책임 인사들은 당원들에게 석고대죄를 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해선 안 된다"면서 "진박 마케팅을 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후벼 판 사람들도 있는데,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윤상현 의원의 이름을 거론했다. 윤 의원은 "김무성 죽여버려" 발언 파문으로 탈당한 뒤 최근 혁신비대위 결정으로 친정에 돌아왔다.

김 전 수석은 "총선 당시 막말 파동으로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윤상현 의원은 당을 나가야 한다"라면서 "그 압권은 막말 파동으로, 수도권 몇천 표를 이탈하게 만든 건 분석을 인용 안 해도 모두가 잘 아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런 그가 선거 전 탈당했다가 복당한 것은, (국민에게) 저런 의원도 다시 들어와 활개 치는 정당이 미래가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안홍렬 위원장(서울 강북을)도 청와대와 공천에 관여한 당직자들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안 위원장은 "톡 까놓고 이야기하면, (총선 패배 이유는) 청와대를 포함한 당직자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들었다.

특히 안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깨는 것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당대표가 되시는 분들은 수평적 당청관계를 꼭 이뤄서 대통령께 국민들이 가진 불통 이미지를 전해 대통령부터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당권 주자들도 낙선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정병국 의원은 "김효재 선배 같은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했다"라면서 공천 파행 당시 분명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당시) 문제제기를 하긴 했지만, 더이상 (파행이) 진행되지 않도록 모든 걸 던져 막지못했다"고 덧붙였다.

한선교 의원도 "무리한 공천이 있었고 만행이 있었다"라면서 "김효재 선배께서 피토하며 말씀하신 것, 현장에서 잘 봤다, 정말 잘 하셨다"라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도 "안홍렬 선배께서 말씀하신 게 저한테는 뼈 아프다"라면서 "이모양 이꼴이 된 새누리당을 바라보고 있는데, 좋은 후보가 나온들 당선될 수 있겠나, 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근혜정부의 홍보·정무수석을 지낸 이정현 의원은 "말이 원외위원장이지 김효재 선배님은 정말 대선배다. 여기 계신 분들은 전직 국회의원이시고 전직 장관 분들로, 실질적인 씽크탱크역할을 하셔야 할 분들"이라고만 말하고,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태그:#새누리당, #최경환, #이한구, #윤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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