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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
ⓒ 부산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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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발생한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의 성관계 사건에 대해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이 "큰 일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이 청장은 방송사 사장에 전화를 했고 해당 보도는 삭제됐다.

사건은 지난 7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이 종교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발언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이 청장은 최근 불거진 학교전담경찰관 성관계 사건에 대해 주변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으면 "무슨 큰일이 있다고 밥을 안 먹고 다니겠느냐고 답한다"고 말했다.

또 이 청장은 "큰일 아니라 생각하고 있지만 아침에 신문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도 말했다. 현장에서 이 청장의 발언 내용을 직접 취재한 한 방송사의 기자는 7일 오후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경찰관 성관계 사건 "큰 일 아니다" 발언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던 이 청장이 이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인상을 풍긴 것과 관련해 이 매체는 "사과와 반성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경찰청장의 적극 해명... 이후 사라진 기사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보도한 한 매체의 기사. 이 청장은 보도 이후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고, 해당 언론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이후 보도 2시간 여 만에 해당 기사는 삭제됐다.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보도한 한 매체의 기사. 이 청장은 보도 이후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고, 해당 언론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이후 보도 2시간 여 만에 해당 기사는 삭제됐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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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가 나오자 부산지방경찰청은 곧장 대응에 나섰다. 이 청장은 직접 기자실로 찾아와 본인의 발언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부산경찰청은 "청장이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 잘못 전해졌다"면서 "기사를 보면 화가 난다는 부분도 책임자로서 전반적으로 화가 난다고 한 말이었다"고 전했다.

이 청장의 해명 뒤 해당 기사는 보도 2시간여 만에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저녁 라디오 뉴스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기사를 검토한 이 방송사 기자는 "본사에서 판단한 일로 별달리 할 말이 없다"며 취재를 거절했다.   

하지만 복수의 해당 매체 관계자들은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이 직접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전방위 압박이 있었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매체 관계자는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들까지 편집부로 전화를 걸어와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고도 전했다.

해당 언론사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던 부산지방경찰청 측은 <오마이뉴스>의 추가 취재가 계속되자 "이상식 경찰청장이 언론사 사장에게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이라고 뒤늦게 인정했다. 하지만 부산경찰청 측은 "외압이 아니라 부탁이라고 봐야 한다"며 "부산경찰청장이 언론사에 외압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언론단체 "기사 삭제 요구는 분명한 외압"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보도한 한 매체의 기사. 이 청장은 보도 이후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고, 해당 언론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이후 보도 2시간 여 만에 해당 기사는 삭제됐다.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보도한 한 매체의 기사. 이 청장은 보도 이후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고, 해당 언론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이후 보도 2시간 여 만에 해당 기사는 삭제됐다.
ⓒ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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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부산지방경찰청 홍보 책임자(총경)는 취재가 이어지자 <오마이뉴스>의 보도·편집을 총괄하는 최경준 뉴스게릴라 본부장에게 7일 밤 급히 전화를 걸어 추가 해명과 함께 보도를 고민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부산경찰청 측은 "특조단 (본청 특별조사단)에서 다음 주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기사가 나가면 저희들이 시민들에게 부끄럽고, 본의 아닌 내용이라 양해를 구했으면 싶다"고 보도를 만류했다. 이에 대해 최 본부장은 "저한테 전화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취재기자에게 충분히 해명해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러한 부산지방경찰청의 대응에 경찰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한 경찰관은 "경찰이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닌데 그의 거취 문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충분히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사안임에도 경찰이 언론에 접근해서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분명한 외압"이라면서 "언론 보도의 자율성을 침해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사무국장은 "제기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해당 언론사가 보도를 지키지 못하고 기사를 내리게 된 부분 역시 아쉽다"고 덧붙였다. 


태그:#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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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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