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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석종형 부도 1기가 소재하고 있는 태화산 백련암이 비안개에 휩앃여 있다
▲ 부도 석종형 부도 1기가 소재하고 있는 태화산 백련암이 비안개에 휩앃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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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답사를 하다 보면 정말 힘들 때가 있다.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들 때는 중간에 포기라도 하고 싶지만 도대체 어떤 문화재가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중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은 맥이 풀리기도 한다.

힘들게 길을 따라 험난한 산길을 올랐는데 문화재라는 것이 기대치 이하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문화재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마음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2일, 주말이라 일찍 길을 나섰다. 몇 곳을 돌아보아야 하는 답사 여정을 잡아놓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산25-1에 소재하는 대한불교조계종 태화산 백련암이다. 백련암 입구를 지날 때마다 경기도문화재자료로 지정이 된 부도탑이 있다는 안내판이 보이는데 그 부도의 모습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르막길 백련암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줄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 오르막길 백련암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줄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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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가 한 여름에 백련암을 찾아 오르다가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다. 용인에서 광주시 곤지암으로 나가는 98번 도로에서 1.8Km라는 이정표를 보고 걷기 시작했는데 그 길이 우리가 흔히 보아온 산길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걸어도 걸어도 줄지 않는 길이다. 1시간 정도 산을 오르다가 숨이 턱에 차 결국 포기를 한 적이 있다.

이날은 일행이 있기에 다시 한 번 오르리라 마음을 먹었다. 도로에서 주차장까지 1.4km 정도.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400m 정도를 오르면 된다. 그런데 이 400m라는 거리가 그냥 산을 오르는 길이 아니다. 경사는 40도에 가까워 한편에 묶인 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이틀 동안 내린 비 때문인지 바닥을 밟을 때마다 푹푹 빠진다.

지그재그로 난 길을 숨을 헐떡이며 몇 차례를 쉬었지만 백련암은 보이지 않는다. 비가 내리다가 멈춘 탓인지 숲 속은 습기가 차서 땀까지 더 많이 흐른다. 40여분은 족히 걸었나 보다 태화산 정상 바로 아래 자리하고 있는 백렴암에 도착을 했다. 비안개가 자욱한 백련암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돌 오르막길 중간에 놓인 편편한 돌, 젖어서 쉴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오르는 길에 쉬어가라고 놓은 듯하다
▲ 돌 오르막길 중간에 놓인 편편한 돌, 젖어서 쉴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오르는 길에 쉬어가라고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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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대 40여분을 힘들게 걸어올라 만난 축대는 마치 성벽을 쌓은 듯 견고하다
▲ 축대 40여분을 힘들게 걸어올라 만난 축대는 마치 성벽을 쌓은 듯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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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형부도 1기 있어, 고려 충숙왕 때 창건

백련암은 대한불교 조계종의 사찰로 고려 충숙왕 때 일련선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처음에는 일련암이라 하였으나 고려 우왕 13년인 1387년에 승려 해안이 중건하고, 일련선사의 부도와 3층 석탑을 건립한 뒤 백련암으로 개칭하였다.

그러나 당시 조성한 3층 석탑은 일제 강점하인 1925년 홍수 때 산사태로 매몰되어 없어지고 현재는 일련선사의 부도만 남아 있다. 부도탑 옆에는 오래지 않은 부도탑이 한 기 서 있고 요사를 향해 가는 길에 범종각이 자리한다. 마침 물탱크를 보고 있는 주지 광진스님을 뵐 수 있었다. 스님은 장성 백양사에서 출가를 하신 큰 스님으로 이곳 백련암에 오신지는 4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대웅전 태화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백련암 대웅전. 쌓인 장작더미와 대웅전 그리고 한 칸짜리 전각이 보인다
▲ 대웅전 태화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백련암 대웅전. 쌓인 장작더미와 대웅전 그리고 한 칸짜리 전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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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비탈에 층층이 마련한 백련암

두 동의 요사를 지나면 뒤편에 바위 암벽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놓은 곳이 있다. 절이 워낙 산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어 이곳은 암반에서 나오는 물을 이용해 물탱크에 저장을 해 놓는다고 한다. 커다란 물탱크가 4기나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절에서 물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고려 때 처음으로 창건이 되었다는 백련암은 두 번이나 소실이 되었다고 한다. 한 번은 산불로 인해 전소가 되고, 또 한 번은 산사태로 인해 절이 소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절 축대를 마치 성벽을 쌓듯 견고하게 쌓아놓았다. 오르는 길에 깔린 돌 틈에도 와편이며 사기 조각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더 많은 전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산신 대웅전 뒤편 바위가 움푹 파인 곳에 좌정하고 있는 산신
▲ 산신 대웅전 뒤편 바위가 움푹 파인 곳에 좌정하고 있는 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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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 뒤편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 안에 들어가 삼존불에 참례를 하고 나오니 한 칸짜리 집이 한 채 눈에 띤다. 아궁이에는 가마솥이 걸려 있는데 대웅전 옆에 장작더미를 쌓아놓았다. 이곳에선 나무가 없다면 겨울철 난방을 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태화산 산비탈에 마련한 가람이기 때문에 모든 곳은 축대를 쌓고 그 위에 불사를 마련했다. 대웅전 뒤편 바위벽 밑으로는 움푹 들어간 바위 안에 산신을 모셔놓았다. 백련암 곳곳에 쌓아놓은 장작더미며 여기저기 널린 바위들을 보니 이 절을 이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짐작이 간다.     

물탱크 물이 귀한 백련암은 바위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 탱크에 저장하고 있다
▲ 물탱크 물이 귀한 백련암은 바위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 탱크에 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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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에서 법관이 여러 명 나왔데요"

절 구경을 마치고 아직 비안개가 다 가시지 않은 요사 툇마루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주지 광진스님이 다가온다. 합장을 하고난 후 초파일 불사로 모노레일을 설치하겠다는 권선문에 대해 질문을 했다. 모노레일을 설치하지 않으면 그 먼 가파른 산길을 일일이 지게를 지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불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대웅전 옆 한 칸짜리 집은 누가 기거하시나요?"
"그곳 기운이 좋다고 해서 제가 사용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사람들 만나기가 힘들겠네요?"
"예전에 이곳으로 등산로가 나 있었는데 유정리 쪽으로 등산로 입구가 옮겨갔죠. 가끔 특전사 장병들이 이곳을 무거운 배낭을 지고 오르고는 해요"  
"대웅전 옆 그 집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앞으로 보이는 경치가 정말 좋겠습니다"
"우리 백련암이 기운이 좋아서 이곳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이 여럿 법관이 되었다고 해요. 전하는 말에는 추미애 의원도 이곳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고요"

해우소 임시로 지은 해우소는 사용을 하기가 께름칙하다. 광주시에서는 문화재가 있는 이 암자에 간이화장실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 해우소 임시로 지은 해우소는 사용을 하기가 께름칙하다. 광주시에서는 문화재가 있는 이 암자에 간이화장실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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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기운을 보니 그 말이 허황된 말은 아닐 듯하다. 오르기는 힘이 들지만 다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 아래쪽에서 바람이 길을 따라 올라온다.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바람도 힘이 드는가 보다. 백련암에서 키우고 있는 진돗개 한 마리가 멀찍이 떨어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산 위라 불편한 점이 많으시겠네요?"
"한두 가지가 아니죠. 올라오는 길 보셨죠. 이틀 동안 비가 오더니 그렇게 다 파였어요, 며칠을 작업을 해놓았는데 헛수고가 된 것이죠. 이곳은 화장실이 없어요. 광주시에 도로보수와 간이화장실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해도 매번 예산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죠"

그러고 보니 이 아름다운 태화산 정상 부근에 있는 백련암 화장실이 너무하단 생각이 든다. 문화재를 찾아 올라온 나도 그 화장실을 사용하기가 께름칙하다. 절에 거주를 하는 사람이라야 주지스님과 공양주보살, 그리고 일을 맡아오는 처사 한 명뿐이다. 요즈음은 냄새가 나지 않는 간이화장실도 많은데 그것 하나 놓아주는 것이 무슨 큰 예산이 들까? 그저 문화재 답사를 하러 다니다가 보면 이런 불편한 일들을 자주 당하게 된다.        


총탄자국 부도에는 총탄자국을 메워놓은 흔적이 보인다
▲ 총탄자국 부도에는 총탄자국을 메워놓은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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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비구름이 가신다. 잔뜩 흐렸던 날씨도 개이고 있다. 다음 약속장소로 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인사를 하고 사문을 나선다, 뒤에서 일을 보는 처사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절을 올라오는 길에 가로등이 없어서 해가 지면 꼼짝을 할 수 없어요. 가로등과 화장실이 가장 급해요. 하루 빨리 개선될 수 있도록 부탁드려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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