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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 원룸·하숙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이 붙어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 원룸·하숙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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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에 거주 중인 A(20)씨는 대학교 새내기 생활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용인에서 강북까지 편도 2시간 이상의 통학은 그녀의 대학 생활을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만들었다.

A씨는 9시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이 전공 과목으로 시간표에 고정되는 바람에 집에서 7시에 나오기 위해 아침잠을 줄여야 했다. 또 저녁시간에 있는 과 행사에 참가하기도 힘들었다. 조별과제나 동아리 활동이 늦게 끝나는 날에는 막차가 끊길까 봐 마음을 졸여야 했다.

매일 왕복 4시간이 넘는 통학 생활과 한 달에 10만 원을 훌쩍 넘는 교통비에 지친 A씨는 부모님에게 '자취를 시켜달라'고 부탁해 보았지만, 부모님은 안전과 비용 부담의 문제로 A씨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A씨처럼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통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학교 기숙사에 지원하는 것이 제한되거나 불가능하다. 서울에 거주하지만 학교와 거리가 있는 곳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기에 기숙사의 정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각 지방에서 지원하는 학사와 경기권 학생들을 위한 '행복기숙사' 등의 대안이 있지만 모든 학생들이 혜택을 보기엔 공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대학생의 주거 문제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섯 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우리는 지난 4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경희대학교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의 주거 실태와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현장 활동을 진행했다.

한 달 주거 비용으로 50만 원 이상 내는 학생이 41.3%

우선 대학생들의 주거 형태와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서 대학생 102명을 대상으로 구글 설문지를 이용한 설문조사를 약 3주간 진행했다. 응답자의 53%는 원래 살던 집에서 통학하고 있었고 27.5%는 자취, 10.8%는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었다.

통학생의 경우 한 달 교통비가 10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26.7%,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가 58.3%, 5만 원 미만이 15%로 나와 통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의 심각성도 엿볼 수 있었다. 자취생의 경우 한 달 주거 비용이 50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41.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취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응답한 통학생의 과반수는 왕복 1시간 30분이 넘는 통학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는 주거 문제가 불필요한 체력낭비와 시간 소모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취생들에게 현재 주거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을 물었을 때는 비용 부담, 끼니 해결, 집안일 문제가 동일한 비율의 응답을 보였다.

4월 29일과 5월 28일에는 대학가 방값 시세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소재의 S대학과 K대학 주변의 부동산을 직접 방문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거주 환경이 좋은 방은 보통 보증금이 1000만 원 이상에 월세는 50만 원 이상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방은 월세가 30만 원 이하였지만 주방시설이 없는 등 기본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보증금이 비교적 저렴한 방은 보증금이 100만 원 내외였지만 거주환경이 열악한 옥탑방, 반지하 형태였다.

이는 대학 주변의 방값이 학교와의 거리보다 주거 환경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빈방의 물량 자체가 적고, 상권이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도 대학가의 집값을 높이는 원인이다.

제한된 대학 부지, 낮은 기숙사 수용률... 해결책은?

그렇다면 대학가 주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외국은 대학 정원의 상당수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부지가 넓지 않아 기숙사 수용률이 낮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수도권 소재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3.8% 정도였다.

제한된 대학 부지에 기숙사를 증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룸셰어링 사업'도 하나의 해결책이다. 각 지역 구청에서 보증하는 '어르신-대학생 아름다운 동거 룸셰어링'은 주거 공간의 여유가 있는 어르신과 주거 공간이 필요한 대학생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어르신은 저렴하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대학생은 어르신에게 소정의 임대료와 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이 사업은 주택을 소유한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홀몸, 부부) 그리고 서울 소재 대학교(대학원) 재학 및 휴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임대 공간은 사생활이 보호되는 독립된 1개의 방이며 화장실, 주방, 거실 등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가사도구와 가구 마련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다.

또 동거인이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 학생들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를 보증금 없이 내고 이용하는 대가로 어르신에게 일정 시간 생활지원 서비스(말벗 되어 주기, 간단한 가사일 돕기 등)을 제공하면 된다. 신청방법은 각 구청 사이트 자치행정과에 문의할 수 있다.

또 민달팽이유니온, 오셰어하우스 등 사회적 단체에서 추진 중인 공유주택 사업이 있다. 공유주택이란 빈집을 개조하거나 새집을 지을 때 거주 예정인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과 비용 부담을 함께 하여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함께 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다. 집의 시설을 같이 이용하는 이웃을 만들어 주어 안전 문제와 소외감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강점이 있다. 깨끗한 시설,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도 공유주택의 매력 포인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기 비용 투자가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유주택, 셰어하우스 사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투자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유주택 관련 문의는 각 사회적 기업 단체 사이트 또는 SNS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태그:#시민교육, #공유주택, #룸셰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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