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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야. 오늘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라는 표현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우리 말로 직역을 하면 국제 표준, 그러니까 세계적으로 통하는 상식적인 기준 정도로 표현하면 될 것 같은 말이지.

아빠가 어제는 일을 하다가 무척 기분이 나빴단다. '무엇이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몇 가지 있었거든, 그중 두 가지를 이야기해볼게.

호텔과 클레임

북해의 야경 출장지 호텔 근처의 풍경
▲ 북해의 야경 출장지 호텔 근처의 풍경
ⓒ 허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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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는 것처럼 아빠는 얼마 전에 영국에 장기 출장을 다녀왔어. 거기서 머물렀던 호텔 중에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긴 거야. 그 호텔은 캐나다에서 설립돼 세계적인 체인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 북해 연안에 멋진 곳에 자리 잡은 좋은 호텔이었어. 물론 숙박비도 엄청나게 비쌌지. 호텔에 숙박을 하게 되면, 호텔 안에 위치한 냉장고에 가득 차 있는 미니 바의 음식을 먹거나, 기물을 파손했을 경우 등을 대비해서 보증금(Deposit)이라는 것을 받게 되어 있단다.

그 호텔에서 아빠가 첫날을 자고 나니, 카드 회사에서 날아온 문자 메시지에 생각했던 것보다 큰 금액이 결제돼 있는 거야.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로비 데스크 매니저에게 물어봤더니, 보증금이라고 하더구나(참고로 숙박비는 아빠 외국 동료 직원이 미리 내놨어). 그런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카드 청구내역을 봤더니, 숙박비가 2중으로 청구된 거야.

화가 난 아빠는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현을 쓰면서 관련 내용을 해명해달라는 이메일을 호텔 쪽과 사전에 숙박비를 결제해준 외국인 동료에게 보냈어. 또 호텔에 전화를 걸기도 했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어.

그런데, 동료에게서 먼저 답장이 왔단다. 아빠는 너무 화가 나 버렸단다. 메일의 요지는 아빠가 보낸 메일의 내용이 너무 Impolite(공손하지 않고)하고, Rude(예의가 없는)한 내용이라는 거지. 그래서 아빠는 문제의 메일을 주변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단다. 조금 까칠하긴 했지만,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 해명을 요청하는 건조한 문체의 메일이었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었지.

그래서 아빠는 동료에게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추가로 설명하고, 도대체 어떻게 쓰면 적절한 표현의 메일을 쓸 수 있는지 물어봤어. 그리고 '그 호텔 입장을 생각하기 전에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너의 아시안 동료의 입장을 생각해봤냐'고 물어봤지.

아빠는 당시 호텔에서 확인을 했기 때문에, 이건 그 동료 또는 호텔 직원의 명백한 실수라는 확신이 있었단다. 결국 문제는 해결됐고, 이중 결제된 내역은 취소됐어. 문제의 그 동료는 실수가 있었다는 건 인정했지만, 누구의 실수였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지. 아빠는 그냥 거기서 정리했단다.

 항의 메일에 대한 답이 "당신 예의가 없다"라니... 화가 났다.
 항의 메일에 대한 답이 "당신 예의가 없다"라니... 화가 났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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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은 생각할수록 기분이 매우 나빴어. 외국인들 중에 상당히 많은 수가 자신은 단 한마디의 한국말도 할 줄 모르고, 배우려는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쓰는 표현에 대해서 자신들의 상식에 비춰 판단을 내리려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

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이라고도 해. 우리말과 영어는 단순히 말만 다른 것이 아니라 사고의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단다. 외국어로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사고의 방식까지 함께 바뀌기는 어렵단다. 즉, 영어로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상대방의 상식의 기준에 내 상식을 맞출 수는 없다는 거지.

물론, 아주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거나, 우리의 방식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서구적인 기준의 상식을 따를 수도 있겠지.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한국 사람들끼리도 '저 사람 비상식적인 사람이야'라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상대방의 입장이 절대 옳은 것도 아니란다.

만약, 아빠가 같은 서구권 사람이었다면 동료의 메일에 impolite, rude같은 표현을 써서 평가했을까? 그와 나는 같은 조직에 속해 있고, 그 조직의 비용이 사용되는 일인데, 호텔의 입장은 확인도 하기 전에 아시안 동료에게 메일을 그렇게 먼저 보내는 건 과연 Polite(공손하고), Kind(친절한)한 일이었을까?

결국 아빠 사고 방식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일이라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내 입장을 고수해서 문제를 해결한 건이지만 그 외국인 둘은 Rude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가졌을 지도 몰라. 과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빠가 네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더 글로벌한 시대를 살아갈 너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게 서구 방식의 사고나 기준에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야. 아빠는 이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사람마다 집집 마다 가치관이 다른 것처럼 상대방을 자신의 기준에서 평가하려는 사람의 시선을 맞춰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아직은 서구에 대한 동경과 우호적인 시선이 더 많이 남아있고, 반대로 그들은 아시아의 방식을 상대적으로 무시하는 시대이지만, 네가 커서 그들을 대할 때는 좀 더 나아질 거라 기대해볼게.

컨설턴트와 한국

외국인의 시선 2015 세계지식 포럼에서
▲ 외국인의 시선 2015 세계지식 포럼에서
ⓒ 허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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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를 해볼게. 아빠 회사에서는 가끔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컨설팅(Consulting)이라는 것을 받을 때가 있어. 컨설팅이 뭐냐 하면 예를 들어서 네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치는데, 어느 날부터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거야. 매일 연습을 하고 있는 데도 말이야. 그럴 때, 경험이 많거나, 관련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너를 관찰하고, 상담도 한 후에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서 제안하는 거지.

그건 매력적인 일이야. 그러나, 아빠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모두를 판단할 수 없겠지만, 컨설턴트들을 보면, 참 '컨설턴트스러운' 부분들을 막상 겪어 보면 실망스럽기도 해. 그들은 우선 무척 모호하게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한단다. 특히 외국인 컨설턴트의 경우는 더 심하단다.

예를 들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단다. 식당이 있다고 치자. 그 식당은 평범한 상권에 있는 중국 음식점이야.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지니까 사람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주변에 새로운 중국 음식점들이 생겨서 경영상에 문제가 생긴 거지. 그래서 컨설턴트를 고용했는데, 컨설턴트가 의뢰인의 식당을 분석한 후에 이렇게 말하는 거야.

'이 집의 문제는 이 집만의 고유한 중국 음식점 브랜드와 정체성(Identity)이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종업원들의 서비스나 음식 메뉴에도 특별한 차별화(Differentiation)가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식당을 경영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지. 만약, 중국 음식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니 넌 어떤 생각이 드니?

대부분 경영 컨설팅을 위임할 때는 문제점을 알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듣고 싶은 것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아진다'와 같은 직접적인 방법에 대한 부분들이지. 하지만, 그들은 직접적인 해결안은 이야기 하지 않아. 아빠는 이런 모호한 이야기가 너무 너무 싫어서, 그 '어떻게'라는 부분을 집요하게 물어보는 편이란다.

그럴 경우, 보통 유명한 컨설팅 회사들은 정보가 많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의 사례들을 가지고 와서 펼쳐 놓고,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그 사례는 대개 서구권 선진국의 사례가 많단다.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고 말이야.

더 짜증나는 건, 우리나라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시선이지.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 규모상 서구 국가보다는 밀리긴 하지만, 디지털 분야 같은 경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미 우리가 그들의 사례보다 더 앞서 가 있는 경우도 많아.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이미 시점이 지나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단다.

게다가 우리 시장이나, 기술적 수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서구의 것이 더 낫다는 전제를 무의식적으로 깔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많단다. 그래서 그들의 말을 여과 없이 들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는 거지.

그러고 보니,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했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좀 더 설명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컨설팅은 중요하단다. 대부분 컨설턴트들은 똑똑한 사람들이고, 한 회사에 대해서 그 회사 직원만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 동시에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도 하고 말이야.

아빠가 말하고 싶은 건, 서구권 컨설턴트들이 자신의 경험치와 사고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간주하고 마치 한국이 아시아를 계몽해야 할 대상, 그러니까 가르쳐 주고, 이해시켜줘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좀 화나는 거란다. 최악은 아시아 시장에서 약간의 경험치를 가지고, 마치 엄청난 이해도를 가진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경우지. 만약 네가 방콕에서 반 년을 살았다고 생각해보자. 그 다음에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난 태국 시장에 대해서 모든 걸 다 파악했어.'

이런 표현에 동의할 수 있겠니? 한 금융사의 아시아 사업을 부흥시켰던 외국인 CEO는 이렇게 말했단다. "아시아의 나라 각각의 속성을 보지 않고, 아시아라는 하나의 틀로 보는 순간, 반드시 아시아 개별시장에서 실패하게 돼 있다"라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새로 오는 많은 서양 사람들은 우리 나라를 아시아, 주로 극동 아시아 국가라는 큰 개념으로 묶어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더구나. 마치 우리가 동남아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우리 나라 기준으로 서남아시아인 베트남, 태국, 필리핀을 묶어서 인식하려는 경향과 다를 바가 없기도 한 거지.

한스 롤링이라는 유명한 학자는 2050년에는 인구가 90억 명에 달할 것이고, 현재 서구 수준의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인구가, 서구권이 10억 명이라면, 아시아권이 20억 명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TED라는 유명한 강의에서 인구학적인 연구 근거를 가지고 설명했단다.

네가 살아나갈 미래의 세상은 좀 더 글로벌해질 것이고, 우리 사랑스러운 딸도 그 세상에서 다른 나라를 이해해야 하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스탠더드라는 건 '상대적'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해주렴. '역지사지'라는 성어는 개인의 관계에서도 중요하지만, 문화권과 문화권, 시장과 시장 사이에서도 무척 중요하단다.

점점 세계는 하나로 묶어지고 있는 세상. 네가 살아갈 세상의 더 좋아진 글로벌 스탠더드를 소망하며….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http://electricjin.blog.me/)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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