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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의 농약 및 중금속 위험성 등 안전성 문제에 대한 내용은 잊을만하면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한약의 안전성 문제는 최근 대한한의사협회(아래 한의협)가 SBS 주말드라마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또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1일 문제의 SBS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 방송분에서는 나이가 먹을수록 몸을 보해야 하고 보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대사에 상대 여배우가 "보약도 옛날 말이지, 맨 중국산에 농약투성이에"라고 발언하는 장면이 방영됐습니다.

한의협에서 발끈한 부분은 한약을 중국산 저질 한약재와 몸에 해로운 농약 범벅의 한약재로 만들었다고 묘사한 부분입니다.

한약재, 중국산이 좋은 경우도 있어

한의원 및 한방병원을 통해 조제되고 있는 다양한 한약들.
 한의원 및 한방병원을 통해 조제되고 있는 다양한 한약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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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에 중국산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중국산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한약을 제조하기 위한 한약재들은 품질이 좋은 국산 한약재도 많지만 수입산 한약재도 상당합니다. 한약재의 원산지도 다양한데, 중국산뿐만 아니라 러시아, 뉴질랜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한약재의 수입국도 한약재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일례로 약방의 감초라 불릴 정도로 많이 쓰이는 감초의 경우 최근까지 국산 품종이 없었고, 유럽의 감초보다 중국산 감초가 <동의보감> 등의 의서에 충실한 약재이기 때문에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폐를 윤택하게 해주는 한약재인 천패모는 3000m 정도의 중국 고산지대에 서식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도 되지 않을 뿐더러 중국산의 효능이 좋기 때문에 중국산 천패모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나몬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육계의 경우에도 베트남이 원산지이며, 베트남산 육계를 써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의학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재배되어 최상의 약효를 보이는 약재를 '도지약재(道地藥材)'라고 부릅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약재에 따라서는 수입산이 좋은 약효를 보이는 것도 많습니다.

<의약품용 한약재>, <식품용 한약재>와 구분해야

한의원 등에서 정식으로 조제되는 한약이 저질이 아닌 이유는 또 있습니다. 김지호 한의협 홍보이사는 "일선 한의원 및 한방병원에 공급되는 한약재는 모두 의약품"이라고 <의약품용 한약재>와 <식품용 한약재>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생강, 대추, 율무, 오미자, 구기자, 인삼, 녹용 등 우리 일상 생활에 많이 쓰이는 한약재만 하더라도 건강식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식품용 한약재>와 한의원 및 한방병원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용 한약재>로 구분해서 <의약품용 한약재>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의약품용 한약재>는 식품의약안전처(아래 식약처)가 관리하고 있으며, 지표물질과 유효성분의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사용 가능합니다. 또한 약재의 색과 맛, 냄새 등을 검사하는 관능검사와 곰팡이 독소, 잔류이산화황, 잔류농약, 중금속, 벤조피렌 등 위해물질 검사, 그리고 약재의 순도와 정량, 회분, 산불용성 등 각종 이화학적 검사 등을 거치게 됩니다. 이중 이상이 없는 품목에 대해서만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받은 업체를 통해 제조 및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의약품용 한약재>는 식약처의 관리하에 약사법에 따라 규격에 맞춰 표백제, 성분검사, 중금속, 잔류농약 등 여러가지 검사를 한 후 적합한 제품들만 유통되고 있다.
 <의약품용 한약재>는 식약처의 관리하에 약사법에 따라 규격에 맞춰 표백제, 성분검사, 중금속, 잔류농약 등 여러가지 검사를 한 후 적합한 제품들만 유통되고 있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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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에서 서울시 소재 한의원에서 무작위로 수거한 탕제 한약 155건을 검사한 결과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고 중금속과 이산화황 또한 생약제제 기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1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도내 25개 시·군의 한의원에서 수거한 탕제 한약 52건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한 결과 중금속의 경우 평균 수치 이하, 이산화황의 경우는 기준치를 한창 밑도는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박기숙 식약처 한약정책과장 전담직무대리는 "한의원 등으로 공급되는 한약재의 경우 식약처 소관"이라면서 "의약품 제조업소에서 만들어 나가는 제품들은 약사법에 따라 규격에 맞춰 검사를 하고 있다"고 답변합니다.

또한 "관리되고 있는 제품들의 경우 중금속 및 농약에 대한 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의약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에 대해서는 검사의무가 있고 유통 한약재에 대해 감시 및 사후관리를 하고 있으며 부적합한 경우 약사법에 따라 처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지호 한의협 홍보이사는 "2011년 정부는 한약재에 대한 자가규격제도를 폐지하고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 규정'을 개정하여 한약재를 비롯한 의약품 제조관리 업무가 식약처로 이관된 후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홍보가 덜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식약처는 한의원 및 한방병원으로 공급되는 한약재가 단순한 식품이 아닌 의약품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식약처의 적극적 대응을 호소했습니다.

이종진 대한의사한의사 복수면허의사협회 부회장도 "양약의 경우 약 자체의 품질이 불량인 경우 약사나 의사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데 반해 한약의 경우에는 한의사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한의사의 경우)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식약처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한약재의 경우 역시 식약처에 의해 잘 관리되는 양약과 같이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태그:#한약재, #의약품용 한약재, #식품용 한약재, #그래 그런거야,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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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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