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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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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노무사로 구성된 노무사들의 모임인 '노동자의 벗'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송파구지부', '송파시민연대'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롯데월드 내부와 외부에서 송파지역 롯데 노동자 노동실태 기초조사를 진행했다. 실제로 2차례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직접 들어가서 롯데월드 직고용 알바, 협력업체 알바 등 '알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약 91명의 노동자들에게 설문을 받을 수 있었다.

롯데월드 알바 노동자 절반은 현재 직장에 "만족"

설문조사의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고용안정성'에 대한 만족도에서 매우 불만족(2.3%), 불만족(5.7%), 보통(33.3%), 만족(44.8%), 매우 만족(13.8%)으로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 58.6%를 차지했다.

'복지수준'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매우 불만족(2.3%), 불만족(12.6%), 보통(41.4%), 만족(32.2%), 매우 만족(11.5%)으로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 43.7%를 차지했다.

'임금수준'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매우 불만족(4.6%), 불만족(10.3%), 보통(35.6%), 만족(33.3%), 매우 만족(16.1%)으로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 49.4%를 차지했다.

'노동강도'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매우 불만족(5.7%), 불만족(12.6%), 보통(41.4%), 만족(28.7%), 매우 만족(11.5%)으로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 40.2%를 차지했다.

'인격적 대우'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매우 불만족(4.6%), 불만족(9.2%), 보통(36.8%), 만족(29.9%), 매우 만족(19.5%)으로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 49.4%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하여 차별을 받는지 여부에 대한 응답도 94.1%가 차별이 없다고 했고, 정규직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응답에서는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39.2%,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이 60.8%였다.

공교로운 사실은 이들 대부분이 노동조건에 큰 불만이 없다는 것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로만 보았을 때 롯데월드는 알바들에게 매우 이상적인 일자리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심층면접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는 "요즘 알바 자리는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거나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받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그나마 최저수준이라도 지급이 되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알바들의 천국? NO!

필자들은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기본적인 노동법 지식을 전달하고,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피켓을 제작하여 비치하였다.
▲ 롯데월드 앞에서 진행한 송파지역 노동자 노동실태조사 필자들은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기본적인 노동법 지식을 전달하고,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피켓을 제작하여 비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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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파동, 경영권 분쟁, 횡령 사건 등 최근에만 해도 수건의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롯데그룹. 그런 롯데가 과연 알바 노동자에게는 천국인 것인가? 그러나 필자는 본 설문조사 결과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설문을 받으면서 알바 노동자와 나누었던 대화에서 롯데의 탈법적인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으로는 2달에 한 번씩 새롭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거나, 시급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계산하며, 그 금액이 7240원이라는 대목에서였다.

노동자들에게 한없이 불리한 쪼개기 계약

물론 근로계약기간을 얼마로 할 것인가는 당사자 간의 자유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노동자들은 불리하다. 고용의 안정성이 그만큼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다. 회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자 하거나 가입한 노동자들에 대한 재계약을 거부하면 그 노동조합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일이 서툴거나, 근태가 좋지 않거나, 관리자의 눈에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시급 계산 → '높은 시급'이라는 착각

비고란에 보면 '포괄시급 기준(통상시급+주휴수당)'이라는 글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롯데월드 홈페이지 '캐스트소개' 캡처 비고란에 보면 '포괄시급 기준(통상시급+주휴수당)'이라는 글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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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는 알바 모집광고에 시급을 7240원으로 기재하면서, 비고란에 포괄시급 기준(통상시급 + 주휴수당)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서 바로 롯데의 기만성이 드러난다. 알바들은 '시급 7240원'에 주목하여, "시급이 최저임금 수준에 비해 높다"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리고 '주휴수당'은 회사에서 주는 특별한 복지수당이 아니고 법으로 규정된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알바들은 "롯데월드는 시급도 많이 주고, 수당도 챙겨주는" 아주 좋은 직장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주휴수당을 포함한 시급 7240원은 딱 최저임금이다. 아래 식을 통해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주휴수당은 통상 8시간의 시급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이들이 받는 주급을 실근로시간(40시간)에 8시간을 더한 값으로 나누면 실제 시급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계산된 시급은 6033원. 즉 2016년 최저시급보다 단 3원 많은 금액이다.

- 일급: 7240(원) × 8(시간)= 5만7920(원) 
- 주급: 57,920(원) ×5(일)= 28만9600(원)
- 시급: 289,600/48(시간)= 6033(원)

이런 사실에 기반하여 필자들은 롯데월드 노동자에 대한 심층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만났던 노동자를 롯데월드 외부에서 다시 한 번 만난 것이다. 단 한 명만이 설문에 응해주었지만, 이를 통해 여러 새로운 사실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필자는 롯데 같은 대기업이라면 최소한 법적인 기준은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1. 근로기준법 위반소지

롯데월드 알바들은 근무시작 20~30분 전에는 도착을 해야 했다. 무조건 10분 전에는 근무장소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복장을 갈아입는 시간과 근무장소까지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10~20분 가량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출퇴근에 대한 기록도 위법소지가 있었다. 오전 8시 출근자의 경우 8시 정각보다 단 1분만 늦게 체크해도 9시에 출근한 것으로 체크된다. 단 1분만 지각해도 1시간이 날아가는 것이다. 또한 퇴근의 경우에는 오후 9시까지 근무하는 사람이 오후 9시 20분까지 연장근무를 하여도 9시까지만 근무한 것으로 체크된다.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서 근로계약 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이며, 실제로 근무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복장을 갈아입는 시간, 업무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시간으로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근로시간 계산에 있어서 근로시간을 1시간 단위로 끊어서 산정해야 한다는 어떠한 규정도 없다. 그게 10분이든, 30분이든, 노동자들이 실제로 노동을 제공한 시간으로 산정되어야 한다. 즉, 위와 같은 근로시간 산정방식은 위법하며,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

2. 가혹한 노동환경

롯데월드 알바들(서비스직)은 계속 웃어야 한다. 양손을 가슴 높이에 올리고 손바닥을 보이게 하여 계속해서 흔들어 주어야 한다(롯데월드에서는 이런 식으로만 인사를 한다). 앉을 수 있는 의자 따위는 전혀 없다. 근무 내내 서 있어야 한다.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지된다. 복장은 늘 단정하게 갖춰야 한다. CCTV는 계속해서 이들을 감시하고 있고, 한 시간에도 3~4회씩 매니저들이 돌면서 이들을 감시한다. 롯데 직영 알바든, 파트너사의 직원이든 이와 같은 규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3.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지의 여부

2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한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하였다. 그러면 2개월에 한 번씩 근로계약서만 작성하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롯데는 일단 근속 기간이 11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안전망'을 만들어놓았다. 11개월을 '만근'으로 보고 그 이상 근무하기 위해서는 자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년 이상 근속한 자에게는 '퇴직금'을 주어야 하는 법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자체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은 겨우 10% 수준이라고 한다. 이를 통과한 사람도 계속해서 근무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최대 23개월까지만 근무가 가능하다. 만약 근속 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이 정하지 않은 근로자, 즉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이 롯데월드의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0%라고 보아야 한다.

필자들은 두 차례에 걸쳐 롯데월드 내에서 설문을 하였다.
▲ 설문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필자들은 두 차례에 걸쳐 롯데월드 내에서 설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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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낮은 임금', '높은 업무강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독자들의 대부분은 롯데월드에 가봐서 알겠지만, 롯데월드에는 연중 언제나 사람이 북적댄다. 그런 롯데월드를 운영하는 직원의 80% 이상은 알바다. 우리가 롯데월드에서 만나는 대부분 직원은 알바라고 보면 된다.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직원, 식음료를 만들고 서빙하는 직원, 청소하는 직원, 공연하는 직원... 이들 대부분은 알바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일은 누가 봐도 충분히 힘들고 고되다.

그렇다면 이러한 설문결과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필자들은 이들의 설문결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다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이들은 '젊다'라는 이유만으로 불안정하고, 임금수준이 낮고, 업무강도가 높은 일을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 롯데월드 내부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므로, 익명성을 철저하게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설문결과에 반영되었다. 

3. 현재 청년들은 제대로 된 알바를 구하기가 힘든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롯데월드를 그나마 '있어 보이는' 일자리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 함께했던 최여울 노무사는 "그래도 대기업이라서 최소한의 노동법은 지키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연차휴가나 임금 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 것 같았고 산재 등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롯데월드에서 일하는 알바들은 대부분 젊은 대학생이다 보니 이에 대해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만일 이 사실을 알고 설문조사에 응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에 함께했던 김유경 노무사도 "대부분의 롯데 노동자들이 실태조사에 선뜻 응해줬고 '시급'을 적는 난에 망설임 없이 7240원을 적어 내려갔다. 보통 노동자들이 시급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롯데의 경우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시급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일부러 충분히 인지를 시켰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설문 과정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이곳은 어차피 평생 머무를 직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 근로조건이면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를 수차례 느끼면서 현재 전체 노동시장에서 단기 계약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지 간접적으로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태그:#롯데월드, #롯데월드어드벤처, #청년, #노동자,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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