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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주한미국대사관에 지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조기가 게양돼 있다.
▲ 최악의 총기사고를 추모하며 1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주한미국대사관에 지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조기가 게양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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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3시(현지시각)께,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시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졌다. 성소수자들이 드나드는 클럽이 범행 장소였으며, 이에 50명이 사망하고 53명 이상이 부상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대다수는 클럽에 있던 성소수자들이었다.

희생자가 많았던 만큼 사건이 가져다 준 충격도 크다. 특히 사망자 다수가 성소수자였다는 점에서 현지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 성소수자) 사회가 큰 불안을 표출하고 있다. 현지 언론도 이를 조명하며 성소수자 혐오 범죄를 다뤘다.

<뉴욕타임스>는 "FBI가 지난해 발생한 5462건의 혐오범죄 중 18.6%가 성적 지향에 관련된 사건이었고, 47%가 인종 문제였다고 밝혔다"고 적었다. 또 "게이를 상대로 한 증오 범죄는 실제보다 낮게 보고됐다"는 인권 캠페인 변호인 제이 브라운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LA에서 성소수자 향한 총격 범행 기도, 국내 성소수자도 불안

특히 사건이 벌어진 장소가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클럽이었다는 점에서 '성소수자 대상 혐오범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이자 혐오 범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분별없는 증오심의 표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중 일부분이다.

"오늘은 특히 성소수자 사회에 더 가슴 아픈 날입니다. 총격 범인은 사람들이 친구를 맺고, 춤추고, 노래하고, 살아가기 위해 찾는 나이트클럽을 노렸습니다. 공격 받은 장소는 그저 나이트클럽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의식을 고양하고 생각을 말하며, 시민권을 주장하던 연대와 자율의 공간입니다."

총격사건의 범인인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29)의 아버지가 한 발언도 논란이다. 마틴의 아버지는 "아들이 최근 마이애미에서 두 남성이 키스를 하는 것을 보고 격분했다"고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했다. (관련 기사 : 경찰 "일부 시신 미수습"... 충격 못 벗어난 올랜도)

또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오마르 마틴과 과거 함께 일한 다니엘 길로이씨는 "마틴이 성소수자와 흑인, 여성과 유대인에 관한 혐오 발언과 죽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증언했다.

불안은 비슷한 시각 미국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시도되면서 더 커졌다. 미국 LA에서 성소수자 축제로 향하던 백인 남성이 총기로 무장한 상태에서 체포됐다. CNN 등의 언론은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할리우드 지역에서 열린 'LA 프라이드 퍼레이드'(LA Pride Parade) 행사 직전에 성소수자 저격을 위해 범행을 계획한 백인 남성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총격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국내 성소수자들의 불안함도 SNS에서 나타났다. "지난 11일 국내 퀴어문화축제에서 쏟아진 혐오 발언도 그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성소수자를 상대로 물리적 폭력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는 글이 트위터 등에 쏟아졌다.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애덤 쉬프 하원의원이 단독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이 작년 11월에 파리에서 벌어진 사건과 유사하다"면서 "라마단 기간(6월 6일~7월 5일)에 게이 클럽을 공격한 것은 ISIS에 정신적·종교적 영향을 받은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랜도를 지역구로 둔 앨런 그레이슨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사건이 동성애자 클럽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아 증오범죄"라고 주장했다.

추모 물결 이어져... 한국도 추모 촛불문화제 진행 예정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LGBT클럽 총격사건 이후, 부상자들을 위해 헌혈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는 CNN 기사.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LGBT클럽 총격사건 이후, 부상자들을 위해 헌혈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는 CNN 기사.
ⓒ CNN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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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대한 헌혈 차별 문제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올랜도 총격사건으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했는데,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이 성소수자의 헌혈을 제한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미 식품의약국의 규정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는 '지난 1년간 성관계가 없는 경우'에만 헌혈할 수 있다.

CNN은 올랜도 총격 사건 이후 인근 병원과 혈액센터에 자발적으로 헌혈하려는 인파가 줄을 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헌혈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고 한다.

한편 국내외 추모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추모의 뜻으로 무지개색 조명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애도의 뜻을 밝히며 "수사당국이 조사하고 있어 세부 사항은 확인되지 않지만,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테러로 50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마돈나와 엘튼 존 등 유명인사들도 SNS를 통해 추모하며 "증오 범죄를 중단하라"고 발언했다.

한국에서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등의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추모 행사를 계획했다. 이들은 13일 오후 7시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추모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고 SNS를 통해 전했다.

'동성결혼 합헌' 판결이 난 지 약 1주년,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에 미국을 뒤흔든 최악의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많은 사상자를 낸 이번 사건이 사건 자체의 충격을 넘어 미국과 전 세계 성소수자 인권 의식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모임'이 13일 오후 7시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미국 올랜도 LGBT클럽 총격사건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모임'이 13일 오후 7시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미국 올랜도 LGBT클럽 총격사건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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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 올란도 총격사건, #성소수자, #LG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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