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려버려 지난 4월 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개막전이 열려 KIA 치어리더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날려버려 지난 4월 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개막전이 열려 KIA 치어리더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 연합뉴스


야구 팬들 사이에서 잠실구장 폭행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2일, 기아 타이거즈와 엘지 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진 잠실구장에서 현장 보안 요원들과 기아 응원단이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안요원들이 부상을 입고 유혈이 낭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1세기 야구장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어려운 난동이다.

특권이 되어 버린 응원 팔찌 그리고 무단 입장

갑작스러운 해프닝에 어리둥절했던 팬들은 당시 현장을 찾았던 관중의 증언과 동영상 등을 통하여 사건의 경위가 조금씩 알려지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당시 잠실구장 보안팀은 기아 타이거즈 응원단 일부에서 경기장 출입에 필요한 응원팔찌를 착용하지 않은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 1>은 기아 응원단에서 북을 치는 고수가 지인 3명에게 팔찌를 빌려줘 무단 입장시킨 게 발단이 됐다고 전했다. 응원단에게만 허용되는 팔찌는 구장 출입을 보장하는 신분증과 같은 것이다. 응원단이 아닌 일반 관중이 팔찌를 도용하여 무단 입장하는 것은 엄연한 잘못이다.

잠실구장 보안팀이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응원단 일부가 자신들의 지인을 무단으로 입장시킨 혐의 때문이다. 부정 출입자들은 응원단과 함께 갔으면서도 경기만을 관람할 뿐 응원 복장이나 도구를 전혀 갖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팀이 확인 과정을 거쳐 이들에 대한 퇴장 조치를 요구했고, 이에 반발하는 기아 응원단과 일부 팬들까지 가세하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졌다.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이 실제로 응원 팔찌를 주고받았는지에 대해 아직 파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규정할 수 있는 핵심은 두 가지다. 바로 '관행'과 '갑질'이다. 이는 스포츠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가장 해묵은 병폐이기도 하다.

원정 응원석은 말 그대로 원정 응원팀과 팬들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하여 만든 공간이다. 일부 특정인이 배려를 남용하여 특권처럼 사용하라고 허가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일부 응원단이 자신에게 주어진 팔찌를 이용해 지인들을 부정한 방법으로 출입시켰다면 이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응원단의 본분을 저버린 것이 된다. 건강한 응원의 상징이 되어야 할 팔찌를 지인들과의 친목을 위한 '암표' 개념으로 바꾼 것부터가 야구장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더구나 응원단 신분도 아니면서 공짜로 편하게 야구를 관람하고자 부정출입을 단행한 이들은, 대가를 지급하고 정당하게 표를 산 수많은 팬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과연 이번 한 번만 벌어진 일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팔찌 도용을 통한 부정출입이 그렇게 손쉬웠다면 이전부터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을 것임을 추론하기는 어렵지 않다.

만일 이번 사건이 기아 응원단이나 특정 구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에 상습적으로 벌어지던 관행의 문제라면, 이는 곧 야구장과 응원단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대목이다. 단순히 부정 관람의 문제만이 아니다. 신원이 불확실한 이들이 정체를 숨기고 야구장에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야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돌발변수를 통제해야 할 보안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엄중한 처벌과 재발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이번 폭행사태에 가담한 일부 관중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과 재발관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애초에 보안팀의 정당한 퇴장요구를 무시하고 버티기로 일관한 응원단이 문제의 발단이었음에도, 자신의 경기관람과 응원에 방해가 되었다는 이유로 애꿎은 보안팀에게 주먹을 휘두른 일부 관중의 행위는 명백한 폭력이다. 이는 팬이라는 지위를 악용한 갑질이나 다름없다.

흔히 갑질이라고 하면 권력을 지닌 강자가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권력의 개념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이번 잠실구장 폭행사태를 초래한 일부 팬들은 '자기편'들이 많다는 군중심리와 팬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소수의 보안팀 직원들에게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지질함의 극치이자 민폐의 전형이다.

다수의 야구 팬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일부 관련자의 적반하장식 태도다. 잠실구장 폭행사태가 처음 알려지고 난 후, 당시 현장 관련자들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은 "보안요원들의 고압적인 태도가 관중들을 자극했다", "왜 하필 한창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응원을 중단시켜야 했을까"라며 보안팀의 태도와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애당초 부정출입으로 보안요원들이 개입하는 상황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바로 응원단에 있다. 먼저 규정을 어긴 이들에게 퇴장을 지시하는 쪽에서, 상대의 기분과 타이밍을 맞춰줘야 한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대다수의 야구 팬은 폭력사태로 인하여 큰 부상자까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일부 관련자의 언행을 향해 질타를 퍼붓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결코 우발적인 해프닝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을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부정출입과 폭력사태 자체를 가볍게 여기고 언제든 제2, 제3의 사고가 나오는 것을 묵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기아 타이거즈는 응원단장 교체를 결정하고, 새 응원단장을 정할 때까지 응원단장과 고수 없이 경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 그칠 수는 없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해당 응원단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모두 KBO와 구단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 확실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기아 구단에게도 이번 사태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관련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가 자신들의 팀과 야구장 문화에 얼마나 큰 해악을 미쳤는지 분명히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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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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