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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사설 학원 시간을 현행 오후 10시에서 11시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를 대표 발의한 박호근 서울시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이를 주장한 배경으로 ①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춰 초등학생은 밤 9시, 중학생은 밤 10시, 고등학생은 밤 11시로 조정 ② 대학은 어차피 서열화가 되어 있고 경쟁은 피할 수 없으니 각자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함을 들었다. 

지난 2008년에도 서울시의회가 학원시간 오후 11시 연장에 대해 한술 더 떠 24시간 학원 운영이 가능한 결정을 내렸다가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결국 없던 일이 된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주도한 '청소년심야학습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10년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이런 법안이 또 서울시의회로부터 나오는 것에 대해 어이없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난 2007년도에 실시된 서울시의회의 학원교습 시간 연장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사이트. 시대착오적 학원시간 연장반대 움직임에 규탄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도에 실시된 서울시의회의 학원교습 시간 연장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사이트. 시대착오적 학원시간 연장반대 움직임에 규탄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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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청소년의 발달단계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기형적인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으로 청소년들의 신체적 성장 장애,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도하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공교육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지적, 사교육 시장의 비대로 인한 경쟁 구도의 심화도 우리 구성원이 모두 고민하고 그 개선책을 찾아야 할 숙제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잘못된 경쟁도 경쟁이고 그것이 현실이니 그나마의 규제도 풀자는 논리는 공공의 안녕과 서울시민, 서울 청소년의 행복추구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서울시의원이 해야 할 말은 아닌 듯하다. 어차피 청소년들이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것이 현실이니 이를 인정하자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해진 이후 밤늦게까지 청소년들을 밤거리에 활보하게 방치하고 각종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어떻게든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학원들의 영업시간을 늘려줌으로써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고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과 수면권을 되려 위협하려 하다니... 반교육적인 처사가 분명하다.

밤중에 노래방, PC방이나 찜질방에 가는 건 안 되고 학원에 가는 건 괜찮다는 발상은 '불필요한 규제'와 '필요적 제한'의 차이를 착각하고 있는 발상이다. 

새삼 헌법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은 현 시대의 중요한 구성원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건강한 성장과 인권의 보장됨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과 안전망이 작동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살인적 입시교육 제도와 사교육 시장의 무차별적인 공세 속에서 입시학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거꾸로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청소년 보호 의무를 수행하는 것임을 서울시의회는 알아야 한다. 

말로만 청소년이 미래의 희망이라면서 온 나라 청소년들을 학교와 학원으로 내돌리며 퀭한 눈으로 밤거리를 배회하게 만드는 나라, 청소년에게 꿈을 가지라 하면서 입시체제 속에 학습 학대를 강요하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어찌 청소년을 위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서울시의원 한 사람이 아닌 서울시의회 전체의 집단 각성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원시간 연장, #청소년, #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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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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