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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욱 시흥시 시민소통 담당관.
 우정욱 시흥시 시민소통 담당관.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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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도시 돈을 가난한 도시에 나눠주는 바람직한 정책 아닌가?'

이 물음에, 우정욱 시흥시 시민소통 담당관은 "얼핏 보면 그렇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지방자치를 하지 않겠다는 발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중단 없는 지방재정 개혁 추진방안(아래 지방재정 개편안)'을 비판한 것이다.

이어 우 담당관은 "(정부가) 지방자치를 약화하기 위해 누리과정 지원을 지방 교육청에 떠넘기고, 일부 지방정부 자체 복지에 제동을 거는 과정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개편안이 시행되면)시흥시 재정에는 다소 이익이 되지만, 이 때문에 지방자치가 무너지면 시흥시 미래도 없다고 판단, 반대했다"라고 설명했다.

우 담당관은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지방 소득세와 지방 소비세 같은 신장성(늘어날 가능성)이 강한 세금을 걷을 권한을 지방정부에 주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방자치가 잘 된 나라가 행복 지수가 높다"며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독일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지방자치가 잘되는 나라입니다. 물론 보편적 복지도 잘 되고요. 알다시피 행복 지수도 최고 수준입니다. 미국, 일본도 지방자치를 잘하고 있는데, 그중 미국은 지방자치 단체 수가 9만 개(인구 약 3억 1800만 명)로 어마어마합니다. 우린 광역·기초 다 해서 250개(인구 5150만 명) 정도인데, 인구수를 고려하더라도 미국이 훨씬 많은 거죠. 지방자치와 보편적 복지가 우리 사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불교부 단체, 흑자 나는 지자체라는 말 아니다"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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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담당관을 만난 것은 지난 5월 31일 오후다. 그에게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대한 견해를 물은 이유는 그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해박한 지식도 갖고 있다고 알려져서이다.

이력만 봐도 그가 지방자치에 관심과 이해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지방자치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대학원에서 지방자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개발'을 전공했다. 그는 지난 민선5기 때 경기 중부 기초 단체장을 중심으로 진행한 '지방 분권 아카데미'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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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우 시민소통 담당관과 나눈 일문일답.

-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 논란이 뜨겁다. 특히 성남, 수원 등 6개 시 반발이 거센데,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재정이 비교적 양호해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 단체 돈을 재정이 덜 양호한 나머지 지자체에 나눠주자는 것인데, 핵심(방법)은 두 가지다. '불교부 단체 특례 폐지', 그리고 법인 소득세 일부를 광역 자치단체가 걷는 공동세로 돌리는 것이다.

특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곧 특례가 있다는 뜻인데, 그 특례란 경기도에서 각 시·군에게 주는 조정 교부금(약 2조 5000억 원)의 52.6%를 불교부 단체에 우선 지원하는 것이다. 이유는, 정부 교부금을 받지 않는 대신에 이것(조정 교부금)을 많이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게 폐지되고 개편안에 따라 인구수가 많은 지자체가 조정 교부금을 적게 받는 방식이 시행되면 불교부 단체인 성남·수원·용인·화성·과천·고양시는 약 5400억 원 정도 손해를 보게 된다. 6개 시 반발이 거센 이유다.

또한, 법인 소득세를 공동세로 돌린다는 것은, 기초 자치단체가 걷는 법인세의 50%를 공동세인 도세로 전환해서 각 시·군에 균등 배분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그나마 신장성이 있는,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등 지자체가 열심히 노력하면 늘릴 수 있는 세금까지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지방자치의 원리라는 점에서 보면 이건 한마디로 지방자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2일 오전 성남시의회 4층 세미나실에서 지방재정개편 규탄 및 반대 불교부 지자체 의장단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화성시의회의장 박종선(민), 용인시의회의장 신현수(새), 성남시의회의장 박권종(새), 수원시의회의장 김진우(민),  과천시의회의장 문봉선(새)
 2일 오전 성남시의회 4층 세미나실에서 지방재정개편 규탄 및 반대 불교부 지자체 의장단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화성시의회의장 박종선(민), 용인시의회의장 신현수(새), 성남시의회의장 박권종(새), 수원시의회의장 김진우(민), 과천시의회의장 문봉선(새)
ⓒ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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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세원의 일부를 공동세로 전환, 이것도 고쳐야?

- 재정이 양호한 지자체라서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불교부 단체가 됐는데, 도(광역)가 주는 조정 교부금 52.6%를 우선 배분하는 특례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불교부 단체라고 해서 재정이 충분한 게 아니다. 흑자가 아니라 적자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필요가 있어 특례를 만든 것이다. 지방 자치단체 재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자체에 징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세금 대부분을 정부가 걷는데, 비율로 보면 8(국세):2(지방세) 정도 된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교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정부는 내국세의 19.24%를 보통 교부세란 이름으로 지방에 주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종합 부동산세 폐지 등으로 인해 지방으로 내려보낼 세원이 줄었다. 이런 이유로 그나마 재정이 좀 양호한 지자체를 불교부 단체로 지정해서 보통 교부세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특별 재정 보전금이란 것을 만들어서 불교부 단체에 주었는데, 이게 감사원으로부터 '법률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그러자 이것을 폐지하고 도(광역 자치단체)가 주는 조정 교부금에서 52.6%를 우선 배분받는 특례를 만들어 부족한 재원을 채워 준 것이다. 이런 배경이 있는 '불교부 단체 특례'를 이번에 없앤다고 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 서울도 세원의 일부를 공동세로 전환해서 균등 배분하고 있는데, 이것도 고쳐야 하는 게 아닌가?
"그것과는 다르다. 서울시는 지자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법인세가 아닌 노력 없이 저절로 얻어지는 재산세 50%를 공동세(시세)로 전환해서 균등 배분하는 것이다. 강남구가 잘해서 많이 걷히는 것도 아니고 도봉구가 못해서 덜 걷히는 게 아닌, 그저 타고난 것일 뿐이다. 이것을 두고 서울시도 하는데 왜 경기도는 안 되나? 하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 때 시행했는데, 당시 강남구와 서초구 반발이 심했다."

지방재정 점점 나빠지는 이유, 누리과정...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면 수원 시민 등이 집회를 하는 모습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면 수원 시민 등이 집회를 하는 모습
ⓒ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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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이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란 주장인데, 지방자치 발전하려면 지방재정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자주 재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징수 권한을 확대해야 하는데, 특히 노력하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신장성 있는 세금을 늘려야 한다. 대표적인 게 이번에 공동세로 전환한다는 법인세 같은 '지방 소득세'와 지방 경제가 활성화돼서 장사가 잘 되면 늘어 날 수 있는 '지방 소비세'다."

- 지방재정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돈은 안 주면서 일은 자꾸 늘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누리과정 지원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긴 일이다. 이밖에는 '매칭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복지 사무를 계속 늘리고 있다."

- 지방자치가 발전 하면 시민한테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이 돌아오나?
"천부권인 '자치권'을 지키는 힘이 생겨 자기 삶을 좀 더 작은 단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특색 있는 지역개발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천부권이란 내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천부적인 권리인데, 우리는 그 천부권을 국가에 너무 많이 위임했다. 이것을 지켜줘야 하기에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는 것이고, 주민 참여 예산도 하는 것이다.

특색 있는 지역 개발을 해서 브랜드 가치를 키워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일도 참 중요하다. 이는 세계적인 행복 도시가 모두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지방자치에서도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광명 동굴 같은 것이다. 지방 자치 안 했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지방자치 하면서, 민선 시장이 등장하면서부터 시민을 대하는 공무원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시민들 친구가 되고 있다. 시청 문턱도 낮아져 시민 편의 시설로 변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이니, 시민한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관선 시장 때는 정부 부처인 내무부에 잘 보여야 했다."

정부, 지방자치 하지 않기로 작심한 것 같다

성남시민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 궐기대회 모습
 성남시민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 궐기대회 모습
ⓒ 고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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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지방자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정부가 지방 자치를 하지 않기로 작심한 것 같다. 지방자치를 하려면 최소한 지방 제도와 관련한 사항을 결정할 때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번 지방재정 개편안만 보더라도 상의하자는 말 한마디 없었다. 지방 정부를 중앙의 하급기관, 말단기관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 지방자치 수준이다.

서울만 자꾸 비대해지고, 지방이 갈수록 위축되는 문제가 사실은 서울과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문제다. 현대사회는 워낙 복잡 다양해서 아무리 훌륭한 정부라도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없다. 더 작게 쪼개고 다핵화해야 한다. 즉 다중정부가 필요한 것인데, 그 방법이 지방자치 강화다.

지방자치, 박정희 정권이 폐지한 것을 김영삼 정부 때 고 김대중 대통령이 단식 투쟁해서 살려냈는데, 아쉽게도 기능과 사무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시행하다 보니 미비한 게 많다. 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 전반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서 중앙과 지방의 기능과 사무에 대한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지방 자치가 계속 축소됐다. 보수 정권은 대체로 지방자치를 싫어한다. 누리과정 떠넘기기나 일부 지방정부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복지에 태클 거는 일, 이번 지방재정 개편안까지 모두 지방자치를 축소하려는 일련의 과정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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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방재정 개편안, #우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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