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캐릭터와 슈팅만 존재하던 게임 <앵그리버드>에 이야기라는 살을 붙이며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영화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캐릭터와 슈팅만 존재하던 게임 <앵그리버드>에 이야기라는 살을 붙이며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통설이 있다. 하지만 <툼 레이더>의 엄청난 흥행과 게임 <바이오 하자드>를 스크린으로 이식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떠올리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모탈 컴뱃> <사일런트 힐> <맥스 페인> <니드 포 스피드>의 성적도 준수하지 않았나. 이들만 생각하면 틀렸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대부분 게임 원작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 게 사실이다.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가 대표적 사례다. 전 세계에서 3억 달러가 넘는 성적을 기록하며 게임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중 역대 2위의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제작비가 2억 달러가 넘었던 관계로 손익분기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슈퍼 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 <파이널 판타지>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둠> <블러드 레인> <얼론 인 더 다크> <포스탈> <철권> <킹 오브 파이터>는 처참한 완성도로 관객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게임 원작 영화의 역사는 이렇듯 드물게 거둔 빛과 대다수의 어둠으로 얼룩져 있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게임 회사의 욕망은 여전히 극장가로 향하고 있다. 게임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서 얻는 장점은 원작 게임의 열성적인 팬과 높은 인지도다. 원작 게임의 팬과 게임을 모르는 관객 사이의 어디에 눈높이를 맞출 것인가는 게임 원작 영화에 지워진 커다란 숙제다. <사일런트 힐>처럼 원작 게임의 요소를 충실히 반영하며 재현성을 높이거나, 아니면 <레지던트 이블>처럼 원작을 가져오되 많은 부분을 새롭게 쌓아야 한다.

이야기를 입은 게임, 영화로써의 매력은?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이미 테마파크,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앵그리버드>의 첫 스크린 나들이다.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이미 테마파크,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앵그리버드>의 첫 스크린 나들이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2009년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매하여 누적다운로드 수가 30억 회 이상을 거둔 게임 <앵그리버드>를 원작으로 삼았다. 이미 테마파크,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앵그리버드>의 첫 스크린 나들이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공동 연출을 맡은 퍼갈 레일리와 클레이 케이티스는 "사람들은 직접 게임을 해봤기 때문에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안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면서 놀랄만한 요소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캐릭터와 슈팅만 존재하던 게임 <앵그리버드>에 이야기라는 살을 붙이며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앵그리버드>의 배경과 이야기를 시끌벅적하게 들려준다.

평화로운 '새'의 낙원 버드 아일랜드. 화가 나면 참지 못하는 '레드'는 버드 아일랜드에서 골칫거리로 취급당한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친 레드는 분노조절치료 명령을 받게 되어 토닥토닥 힐링센터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레드는 비슷한 처지인, 생각보다 말이 앞서는 깐죽새 '척'과 욱하면 폭발하는 폭탄새 '밤'을 만난다. 어느 날, 피그 아일랜드에서 온 초록돼지 '피그'들이 버드 아일랜드를 찾는다. 레드는 그들이 무언가 수상쩍은 일을 계획한다고 의심하나, 버드 아일랜드의 새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새가 갖는 특유의 보송보송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깃털 디자인 작업으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컴퓨터 기술은 놀랍다. 게임 <앵그리버드>만의 특징인 새총에 올라 발사되는 장면과 추격 장면 등은 3D로 구현되어 입체감을 선사한다. <샤이닝>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등의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도 웃음을 선사한다.

별종들이 세상을 구한다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새가 갖는 특유의 보송보송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섬세하게 깃털 디자인을 했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컴퓨터 기술이 놀랍다.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새가 갖는 특유의 보송보송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섬세하게 깃털 디자인을 했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컴퓨터 기술이 놀랍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별종으로 취급받던 자가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다른 새들에게 "생각이 다르다고 왜 날 비난하죠?" 라고 묻는 레드는 <슈렉>의 '슈렉', <쿵푸팬더>의 '포', <주먹왕 랄프>의 '랄프', <드래곤 길들이기>의 '히컵'의 연장선에 선 캐릭터다.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취급당하는 캐릭터의 설정은 다소 진부함이 느껴지나, 새들이 사는 낙원에 돼지들이 와서 알을 훔쳐간다는 전개는 신선하다. 초록돼지의 침략을 다룬 <앵그리버드 더 무비>의 서사는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략 또는 미국 개척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버드 아일랜드와 피그 아일랜드는 다른 형태로 그려지며 대결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나무와 꽃으로 둘러싸인 버드 아일랜드는 자연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반면에 피그 아일랜드는 금속과 유리로 만들어졌고, 전기와 자동차, 비행기 등 최첨단 기술이 갖춰진 공간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레드와 주위 새들, 버드 아일랜드와 피그 아일랜드, 자연과 문명의 구도를 보여주며 '분노'의 필요성을 축적한다.

평소 분노를 억누르던 새들은 알을 빼앗기자 화가 폭발한다.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분노를 무조건 누르지 말고 표출하라고 이야기한다. <주토피아>가 종의 '차별'을 비판했던 것처럼, <앵그리버드 더 무비>도 감정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말한다. '희로애락'이란 다양한 감정을 함께 나누라고, 그리고 여러 목소리가 울리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앵그리버드 클레이 케이티스 퍼갈 레일리 신동엽 신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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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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