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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23)
KBS<앵커&리포트/조현병 특징 '망상‧환각'…심해지면 '범죄'>(10번째, 김기화 기자, http://me2.do/FrDe4zCj)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있었던 '강남역 살인 사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이 치안활동 중 정신질환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정신병원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해 '행정입원'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관의 현장 판단만으로 특정인을 강제 입원 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권침해 가능성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조치에 곧장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오히려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으로 이어져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동하고 결국 치료를 더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며 조현병에 대한 오해를 조장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KBS에는 이런 전문가들의 우려가 담겨있지 않았다. KBS는 경찰의 '강제 입원' 발표가 있었던 23일, <조현병 특징 '망상‧환각'…심해지면 '범죄'>라는 보도를 냈는데, 보도의 제목에서 이미 조현병과 범죄를 연결시키고 있다.

보도 내용은 더 심각하다. 김민정 앵커는 "경찰이 이렇게 행정입원 조치까지 꺼내든 것은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던 조현병으로 인한 강력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며 경찰의 판단을 정당화했다. 이어서 "최근 4년여 동안 검찰이 집계한 이른바 '묻지마 강력 범죄'는 231건입니다. 이 가운데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는 30% 정도로, 약물남용 다음으로 많습니다. 조현병으로 인한 강력 범죄의 또 다른 특징은 재범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60% 가까이 됩니다. 조현병이 왜 이렇게 강력범죄와 관련이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을 '묻지마 강력 범죄자'로 등식화하는 왜곡이다.

김기화 기자의 리포트에서도 이런 왜곡은 계속된다. "없는 게 보인다며 차를 세우라고 소리치고, 옷을 강아지로 착각해 안고 다니기도" "이런 망상과 환각이 더 심해지면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고 인식" 등 조현병 환자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화면에 담은 김기화 기자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혐오라기보다는 모든 사람에 대한 적대감이 결국, 범죄로 이어졌다"는 '강남역 살인 사건' 피의자 관련 경찰의 조사 결과를 덧붙였다.

'여성을 노린 강력 범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리' 등 복합적인 사건의 성격을 배제하고 사태의 본질을 '조현병 환자'로만 갈음한 것이다. 보도는 곧바로 "조현병이 범죄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한 치료"라며 조현병 치료가 마치 강력 범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마무리된다.

KBS <앵커&리포트/조현병 특징 ‘망상?환각’…심해지면 ‘범죄’>(5/23)
 KBS <앵커&리포트/조현병 특징 ‘망상?환각’…심해지면 ‘범죄’>(5/23)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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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심각한 왜곡이자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혐오조장에 가깝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3일 성명서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며 일반인보다 강력 범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이를 왜곡하는 언론을 비판했다. "가해자의 정신 감정 등 충분한 조사 과정 없이 여성 혐오나 조현병을 사건의 원인으로 성급히 지목한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온 사회가 더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게 됐다"며 선정적인 '여성 혐오'와 '조현병'으로 기사가 점철되고 있는 상황도 지적했다.

학회는 "심리분석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피의자의 충분한 정신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원인을 조현병의 증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앞으로 프로파일러 이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충분한 정신 감정이 더 필요하다"며 사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하면 조현병 환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되며, 사회적·국가적 테두리에서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사회적, 국가적인 사안이라는 사실도 상기키셨다. KBS 보도에서 이런 지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학회가 비판하고 있는 왜곡된 언론의 모습만을 반복했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 TV조선 <'범죄 우려 정신 질환자는 입원조치'>(9번째, 최수용 기자, http://me2.do/FbW8G9ok)
'강남역 살인 사건'의 본질을 '조현병'에 맞추며 조현병 환자 모두를 '강력 범죄자'로 연결시키는 보도 행태는 TV조선에서도 나타났다. TV조선은 23일, KBS처럼 조현병 증상까지 화면으로 보여주며 '강력 범죄 가능성'을 부각하지는 않았으나 경찰의 '강제 입원' 조치 결정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인권 침해' 우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TV조선 보도는 "정신병원엔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환자가 일부 입원해" 있는 병원을 화면으로 비춘 뒤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경찰도 나섭니다. 경찰은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할 경우, 직접 행정 입원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라며 경찰의 결정을 전했다. 여기에 "인권침해 요소나 불합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범죄 프로파일러들을 토대로 TF를 구성해서"라는 경찰청 범죄분석담당관의 입장만을 덧붙였을 뿐 조현병에 대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 인권침해라는 여론의 비판은 배제했다.

이는 심각한 왜곡보도를 한 KBS보다도 편파적인 태도다. KBS의 경우 경찰의 결정만을 다룬 <"범죄 우려 정신질환자 '행정 입원' 추진">에서는 "한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법이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임상 경험이 없는 경찰관이 판단하는 건 너무나도 자의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실효성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등과 같은 전문가의 비판을 담아 최소한의 균형은 지켰다.

채널A와 MBN도 각각 "경찰이 체크리스트만 가지고 입원 필요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묻지 마 범죄'를 막기 위한 당연한 예방 조치인지, 아니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훼손하는 경찰의 월권인지, 적잖은 파장이 예상"이라며 경찰의 발표만을 받아쓰지는 않았다.

‧ KBS <외국도 상시청문회…우리와 차이점은?>(5번째, 정아연 황진우 기자, http://me2.do/5HCXD6PX)
지난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상시청문회법'에 대해 KBS가 연일 딴죽을 걸고 있다. 황진우 기자는 "미 의회는 청문회를 상시 개최" "영국 등 유럽의 의회에서도 청문회는 일상적"이고 "국회의 상시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런 선진 의회의 제도를 도입하자는 차원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자는 우리의 '상시청문회법'은 외국 사례와 다르다며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우리 국회가 '청문회'라는 명칭만 안 쓸 뿐, 상임위 차원의 입법 공청회나 국정감사, 국정조사 정부 부처의 보고,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선진 의회가 하는 활동을 이미 대부분 하고 있다는 반론"이 있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상시 청문회를 하려면, 기능이 중복되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등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우리 청문회의 관행도 논란"이라며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급하게 요구한다거나 많은 증인을 한꺼번에 불러 놓은 뒤 증인의 말은 잘 듣지도 않고 죄인처럼 몰아붙이는 등의 나쁜 관행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런데 상시 청문회를 열기 위해서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KBS가 덧붙인 인터뷰는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정조사, 국정감사 그리고 인사청문회 이런 모든 것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어떻게 이걸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이냐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저는 있다고 봅니다"라며 '폐지'가 아닌 '효율적 운영'을 강조했다. '상시청문회법'의 부당함을 억지로 부각하는 과정에서 국정감사와 청문회의 '효율적 운영'을 강구한 발언을 '국정감사 폐지'로 둔갑시킨 KBS의 '어깃장'이 민망할 따름이다.

'상시청문회법'이 통과된 19일부터 계속 어깃장을 부리고 있는 KBS의 태도는 23일, JTBC의 <팩트체크>가 KBS의 보도 내용과 대조적이다. JTBC <팩트체크/청문회활성화 땐 국정마비?>(김필규 기자, http://me2.do/5kI429LT)는 KBS가 내세우고 있는 "입법부 권한이 너무 비대해지고 행정부가 마비"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원래도 상임위에서 열 수 있던 일반청문회의 요건을 좀 더 구체화한 것 뿐이다. 과반이 요구해야 청문회가 열리는 건 예전과 마찬가지고 그래서 '상시 청문회'라는 말 자체도 맞지 않다' 업무 마비가 될 것이라는 건 엄살이라는 지적"이라고 맞받아쳤다.

김필규 기자는 KBS가 우리 국회의 청문회가 해외와는 다르다며 내세운 미국 사례로 오히려 '상시청문회법'의 정당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현안에 대해 청문회에서 직접 듣고 남겨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이 있어, 이 때문에 행정부가 청문회 때문에 마비된다는 등의 반응은 나오지 않는 것" "국민의 대표 기관이 계속 당사자들을 불러다가 의견을 듣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라는 것이다. 김 기자는 "우리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옥시나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진작 들어야 할 게 많았는데, 앞으로 청문회가 활성화되면 '지금은 회기가 아니다' '청문회 소집 사안이 아니다' 하는 핑계는 최소한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보도의 대미를 장식했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5/23)
JTBC <탐사플러스/살균제 참사 뒤, 규제개혁위원화가 한일>(2부 2번째, 이호진 성세운 기자, http://me2.do/FJT9GlJK), <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위?>(2부 3번째, 이호진 기자, http://me2.do/FVvx90Ie)
JTBC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정부에, 확실히 책임이 있음을 증명했다. 탐사보도를 통해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국민들이 아닌 기업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JTBC <탐사플러스/살균제 참사 뒤, 규제개혁위원화가 한일>는 정부가 2012년(이명박 정부 말기)에 문제를 인식하고 법적 장치 마련에 들어갔지만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로 인해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호진‧성세운 기자는 규제개혁위가 규제완화로 국민 안전을 훼손한 사례를 하나하나 짚었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제2의 옥시와 세퓨를 막겠다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화평법 제정에 나섰고, 그 법안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됐으며, "2012년 8월 7일 환경부 초안에선 세퓨처럼 화학물질이 기존과 다른 용도로 쓸 경우 '변경등록'을 하지 않으면 아예 제조·수입하지 못하게 돼" 있었지만 "이를 심사한 규개위는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삭제를 권고했고 결국 용도와 다르게 사용한 뒤에라도 등록을 하면 되는 것으로 완화"했다.

심지어 "규개위는 2014년 열린 하위 시행령에 대한 심사에선 위해성이 낮다고 알려질 경우에는 사용량과 용도 등 매년 해야 하는 보고 의무까지 하지 않도록 완화"했다. 또 "올해 3월 옥시 레킷벤키저와 같은 외국계 유한회사들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도록 추진된 법안도 규개위에서 무산"됐는데 당시 규개위 회의록을 보면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경우 경쟁회사에 원가정보 등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업계 측 주장이 그대로 관철되었다고 한다.

JTBC <살균제 참사 뒤, 규제개혁위원회가 한일>(5/23, 왼쪽), JTBC <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위?>(5/23, 오른쪽)
 JTBC <살균제 참사 뒤, 규제개혁위원회가 한일>(5/23, 왼쪽), JTBC <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위?>(5/23,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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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보도인 <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위?>에서도 국민의 안위를 내팽개친 규제개혁위의 행태가 속속들이 폭로되었다. 이호진 기자는 "현 정부 들어 보건복지부가 직장 내 어린이집을 두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법안을 추진"됐으나 규제개혁위는 "우리나라는 보육 복지가 매우 우수한 편인데, 추가적인 강화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작용이 일어날 경우에 인체에 즉각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료기기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는 안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어서 이 기자는 "규개위가 입법 과정의 핵심 부분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아주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데요. 결국엔 그 구성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규개위원장은 2명으로 구성"되어있고 "정부 측 위원장과 민간 위원장. 정부 측 위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고 있고, 그리고 민간 측 위원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임을 지적했다. 기업만 대변하는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까지 짚은 것이다. 최근 안전, 복지와 관련된 기업의 의무를 지우는 규제들을 연이어 완화하고 의료 규제까지 철폐하며 의료 민영화 논란을 빚고 있는 박근혜 정부, JTBC가 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KBS, #JTBC, #강남역,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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