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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가 고래축제에 앞서 장생포 지역의 고래고기 음식점마다 고유 번호판을 제작·부착했다. 이에 울산환경운동연합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고래 고기가 시중에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더 부추길 것이 뻔하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울산 남구가 고래축제에 앞서 장생포 지역의 고래고기 음식점마다 고유 번호판을 제작·부착했다. 이에 울산환경운동연합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고래 고기가 시중에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더 부추길 것이 뻔하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 울산 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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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울산고래축제를 개최하는 울산 남구가 예산 1500만 원을 들여 고래고기 음식점마다 고유 번호판을 제작·부착했다.

남구는 "고래축제에 앞서 처음 장생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음식점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품격 있는 고래관광 도시로서의 남구의 위상을 높이고 차별화되는 음식문화특화거리를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고래 고기가 시중에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더 부추길 것이 뻔하다"며 "전반적인 고래 생태관광을 지향하기 보다는 고래고기 섭취 문화를 보존을 넘어 확대하려고까지 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장생포가 옛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점을 두고 고래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울산 남구는 관람객들이 돌고래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면서 돌고래 폐사 사실을 은폐해 "잔인한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 "울산 아기 돌고래, 잔인한 행정이 죽였다")

특히 울산 남구는 해마다 진행되는 고래축제 때 행사장에서 고래고기 판매를 허용해 환경단체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울산 남구, 고래고기 음식점마다 번호 부여... 환경단체 "불법 부추겨"

울산 남구에 따르면 고래고기 등을 취급하는 일반음식점의 유사 상호로 인한 혼선을 방지하고 처음 장생포를 방문하는 가족·친구·연인들이 쉽게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일반음식점마다 고유 번호판을 제작·부착했다.

고유번호는 남구 장생포고래로 장생포초등학교 앞 음식점에서부터 울산지방 해양수산청 앞 음식점까지 1번부터~50번까지 순차적으로 부여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고유 번호판은 주·야간 모두 잘 보이는 색상과 디자인의 지름 50cm 돌출형 LED 간판으로 바닷가 염분으로 인한 부식방지를 위해 스탠리스 재질로 제작해 내구성을 강화해 지난 13일 설치 완료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은 "이번 사업으로 장생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쉽게 음식점 등을 찾을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도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추진으로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이 사업이 선진 문화관광과 멀어지게 만드는 남구청만의 특별한 고래고기 사랑이라고 지적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울산남구청이 고래축제를 앞두고 장생포에 위치한 고래고기 식당에 관광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고유번호판을 부착한 것은 참으로 염려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는 곧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고래 고기가 시중에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더 부추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품격 있는 고래관광도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음식문화특화거리 조성 추진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품격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면서 "여행선을 타고 돌고래의 출몰을 목도한 것이 지역 주요뉴스거리가 될 만큼의 낮은 출몰 횟수는 고래가 잡아먹고 없애야 하는 식용 동물이 아니라 보호하여 번식시켜야 할 멸종위기종임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반도 유일의 고래문화특구로서 남구는 해마다 고래축제를 개최하지만 그 결과로 고래 보호 도시나 고래 개체 증가 정책 및 생태관광 특구도시라는 이미지는 전혀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대신 한편으로는 잡아먹기를 부추기면서 한편으로는 보호나 생태를 말로만 떠벌이는 도시의 오명과 이미지가 더 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또 "개고기를 먹는 나라에 이어서 멸종위기종인 고래고기를 먹는 나라임을 남구청이 앞장서서 홍보하고 있는 꼴"이라면서 "이런 나라와 도시들은 온라인 상에서 여행 보이콧 지역으로 서명운동까지 일고 있는데, 남구는 전반적인 고래 생태관광을 지향하기 보다는 고래고기 섭취 문화를 보존을 넘어 확대하려고 까지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눈요기감으로 삼는 동물원과 수족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를 외면하고 이에 맞추지 못하는 정책과 정치인은 남구를 더욱더 고립되게 만들 것"이라면서 "고래 고기로 관광객을 유혹하려는 식당 번호판 같은 정책은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구는 훌륭한 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고래 먹기 정책보다 고래 보호와 그외 해양 생명체 보호를 위한 장생포 앞바다의 해양보호구역지정으로 눈을 돌리고 신선한 상상력을 펼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장생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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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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