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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주꾸미'를 드디어 맛봤습니다. '밥'(사실은 알)이 들어있다는 주꾸미 머리의 환상적인 맛을 드디어 느꼈봤어요. 봄 주꾸미에 돼지껍데기 볶음, 여기에 닭발까지 맛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먹고 낸 돈은 단돈 5000원. 이게 말이 되냐고요?

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종로3가 탑골공원 골목, 과거 파고다극장이 있었던 건물 앞에 위치한 '노점'이 바로 그곳입니다. 다닥다닥 붙은 노점에는 탑골공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과 하루 내내 열심히 일하고 퇴근길 피로를 풀려는 이들이 '이모님'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안주를 먹습니다.

종로 대로에서 탑골공원으로 옮겨진 노점

과거에는 이 노점들은 종로2가 대로에 있었습니다. 닭똥집과 어묵이 주메뉴였고 돼지껍데기 볶음이나 생선구이 등이 추가 메뉴였죠. 3000원이면 닭똥집이, 2000원을 추가하면 소주도 한 잔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곳에서 퇴근길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종로 노점에서 만나는 다양한 음식들
 종로 노점에서 만나는 다양한 음식들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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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08~2009년 무렵에 대로에 있던 노점들은 탑골공원 골목으로 옮겨졌습니다. 퇴근길 직장인과 젊은 손님들이 찾았던 노점은 이제 어르신들의 공간이 되고 말았죠. 어르신들을 상대하다보니 낮에 일찍 열고 오후 10시가 넘으면 정리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죠. 아니,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메뉴는 다양해졌습니다. 닭똥집, 돼지껍데기볶음,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찜, 꼬막, 석화, 간천엽, 생간, 과일, 오징어무침, 튀김, 계란프라이, 야채전, 주꾸미, 문어, 멍게, 돼지갈비 등 수시로, 계절마다 메뉴가 달라집니다. 가끔은 삶은 닭이 나오기도 하고, 고갈비, 조기구이, 동태찜 등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이 안줏값이 불과 3000~5000원.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이런 메뉴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맛이나 봐요" 돼지껍데기가 서비스

"삼촌, 오랜만에 왔네. 어서 와. 어서 와."

4월, 벚꽃잎이 떨어지던 어느 날, 종종 찾았던 '이모님' 집으로 왔습니다. 단골들이 노점마다 많은데 제가 편하게 먹었던 곳이 바로 지금 말하는 이곳입니다.

이날 이모님이 준비한 건 돼지껍데기볶음, 멍게, 꼬막, 삼겹살, 그리고 주꾸미와 과일이었습니다. 주꾸미가 신선해 보이길래 주꾸미를 시켰습니다. 소주도 한 병 시키고요. 그러자 이모님은 주꾸미를 데칠 준비를 하더니 접시에 돼지껍데기를 담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 놨습니다.

"주꾸미 데칠 동안 이거 맛이나 봐요."

 주꾸미와 돼지껍데기볶음, 그리고 닭발. 돼지껍데기와 닭발은 이모님이 '맛보라'고 주신 겁니다
 주꾸미와 돼지껍데기볶음, 그리고 닭발. 돼지껍데기와 닭발은 이모님이 '맛보라'고 주신 겁니다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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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맛이나 보라'는 돼지껍데기 양이 거의 한 접시입니다. 김치찜이나 동태찜이 있으면 이들이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어르신들이 오시면 역시나 묻지도 않고 껍데기를 담아 주십니다.

껍데기를 먹으며 조금 있다보니 주꾸미 다리가 나왔습니다. 본래 주꾸미를 데치면 다리를 먼저 잘라내고 머리는 조금 더 익혀야 한답니다. 주꾸미 다리를 초고추장에 곁들여 먹는데 야들야들한 맛이 소주를 부르고 소주 한 잔이 다시 주꾸미를 찾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머리가 나왔습니다. 봄 주꾸미의 하이라이트라고 하지요. 마침내 머리를 먹는 순간 혀에서 느껴지는 밥(알)! 드디어 왜 '봄 주꾸미'를 별미로 치는 지 이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행복이 느껴집니다.

"나누니까 얼마나 좋아... 난 그게 신나"


 주꾸미 다리가 먼저 나왔습니다
 주꾸미 다리가 먼저 나왔습니다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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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모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시겠다고 합니다. 필요하면 더 집어먹어도 된다는 말을 전하면서 말입니다.

"자리 비우시면 저 도망갈 건데 어떡해요?"

그러자 우리의 이모님, 아주 '쿨하게' 말씀하십니다.

"가고 싶으면 그냥 가셔. 난 괜찮으니까".

이곳 이모님은 누구에게나 웃음과 농담으로 친근하게 대하십니다. 어르신이 같이 막걸리를 부딪히자고 하면 같이 부딪히고, 짓궃은 어르신의 '19금' 발언에도 농담으로 응수합니다. 그렇게 웃으시면서 안주를 수시로 채워주십니다.

하지만 즐거운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노점을 하시는 분들의 '공공의 적'(?)은 바로 대낮부터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고 술달라고 보채는 어르신들입니다. 심지어는 아예 한 자리를 차지해놓고 돈도 없이 술을 달라고 하거나 남이 먹고 있는 안주를 손으로 집어가는 경우도 있지요. 이분들을 '케어'해야 하는 것도 '이모님'의 역할이랍니다.

 처음으로 맛봤습니다. 주꾸미 머리 안에 있는 '밥'을요.
 처음으로 맛봤습니다. 주꾸미 머리 안에 있는 '밥'을요.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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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파시면 남는 게 있으세요?"

"뭐, 돈이야 조금만 벌어도 되고. 난 지금 이런 게 좋아. 서로 주머니 얇은데 이렇게 만들어서 나눠주는 게 얼마나 좋아. 난 그게 신나. 돈이야 주다보면 벌게 되는 거고".

돈을 벌기 위해 안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기 위해' 안주를 만드시는 이모님. 그 나눔과 웃음이 계속 발길을 그곳으로 이끕니다. 이처럼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니 맛이 없을 수가 없겠지요. 팍팍한 세상이라해도 이런 분들이 계시는 한 세상은 아직 '행복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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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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