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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겉표지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겉표지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레디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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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바나나 껍질을 벗기면서 온두라스 바나나 공장 노동자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혹시 허쉬 초콜릿에 들어간 카카오, 우유, 설탕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

노던 켄터키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킴벌리 위어는 궁금했다. 그 해답을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에 담았다. 이 책에 따르면, 원래부터 나쁜 음식은 없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문제다. 저자는 세계 음식 공급 시스템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단순한 호기심에 그쳤을 질문들이 저자의 전공과 만나 풍성한 가지를 뻗었다. 이 책은 식민지와 신자유주의, 다국적기업, 토지 소유권, 이주노동자 문제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예컨대 가까운 마트만 가도 진열대 가득 쌓여있는 '참치통조림'에 관한 부분이다. 통조림의 주재료이자 우리가 편하게 '참치'라고 부르는 이 어종은 전 세계에 50종이 넘는다. 공산품이 익숙한 탓에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다고 착각할 법하지만 엄연히 생물이다.

그러나 이 어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단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책은 대서양 참다랑어 개체 수가 1960년 이래 80% 이상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서양 참다랑어, 날개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는 현재 수준의 수요가 계속되면 멸종될 위험이 크다. 당연하게도 참치의 한 어종이 부족하면 다른 종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참치 전체가 멸종 위기에 빠진다.

거기다 참치를 유인하는 장치는 애꿎은 돌고래까지 죽이기도 한다. 참치와 돌고래가 함께 다니기 때문이다. 어선이 사용하는 엄청난 규모의 그물은, 참치와 돌고래를 구분할 줄 모른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세계 정치경제학'에 대한 깊은 탐구를 할 수는 없다. 밥 먹다 체할 일 있나. 다만 한 번쯤은 짚어볼 문제들이 담긴 책이다. 물론 식후, 소화가 다 된 후에.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킴벌리 A.위어 지음, 레디셋고

'레고덕후'를 양산한 경영전략

겉표지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 겉표지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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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층층이 쌓여있는 이 블록을 보고 그냥 지나칠 '용자'는 거의 없었다. 화려하고 거대한 중세의 해적선부터 비교적 간소해 보이는 경찰서까지, 엄지손가락만 한 블록 하나로 모든 게 구현됐다. 아직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한 '레고' 이야기다.

직사각형 블록 위 여덟 개의 돌기와 밑면에 붙은 세 개의 빈 원통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다. 이런 블록 단 여섯 개면 9억1500만 개가 넘는 조합이 탄생한다. 이 블록 15만2000개가 있다면 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 330만 개가 있다면 화장실과 샤워기를 완비한 실제 크기의 이층집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레고'는 특허로 등록된 뒤 블록 계에서 50년 동안 철옹성처럼 군림했다. 그러나 늘 1등이었던 '레고'에게도 위기가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는 혁신과 노력이 있었다. 책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다>는 이 과정을 탐구한 책이다.

2001년에서 2003년 사이, '레고'의 매출은 급락했다. 대형 유통 업체에서 판매가 정체돼 쌓인 재고가 적정 수준보다 2배나 불었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세상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거기다 유통 업체들의 재고 처분을 위한 대규모 할인은 브랜드 가치를 훼손했다.

위기를 맞은 '레고'는 적자 제품 라인을 과감히 포기하고 소수 유력 제품에 주력했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레고 놀이'와 같은 조직 문화를 추구했다. 문화적 측면에서 가시적인 모든 걸 바꿔나갔다. 설비, 사무실, 포상과 표창은 물론이고 임원들의 차까지 바꿨다.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닌자고' 시리즈는 큰 성공을 거뒀다. '레고'는 단순히 블록만 제작하지 않았다. 보드게임, 테마월드, 카툰, 텔레비전 만화시리즈, 비디오게임, 앱, 만화소설까지 개발했다. 레고는 아직도 연간 2억 박스 이상이 팔린다. 세살배기부터 성인 '레고 덕후'들까지 '레고앓이'를 하는 이유, 이 책에 다 있다.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데이비드 로버트슨·빌 브린 지음, 해냄

소수자를 위한 일상 생활의 정치학

겉표지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 겉표지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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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를 '변방의 계급들'로 규정한 책이 나왔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소수자들의 삶을 탐구한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책은 계층 사이를 구별 짓고 밀어내는 사회구조와 모욕하고 배척하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여성 혐오와 여성의 노동, 소수자에 대한 범죄와 폭력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를 파헤친다.

일상에서 숱하게 마주하면서도 그냥 지나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든 언제나 '소수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들을 마주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감내해야 할 공동체의 의무다.

특히 여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성추행을 저지른 윤창중 전 대변인이 '문화적 차이'를 운운하며 한국에서는 되는데 미국에서는 안 된다는 줄 몰랐다는 식으로 변명한 일과 수년 전 기자를 성추행한 한 국회의원이 "식당 여주인인 줄 알았다"고 둘러댄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라면, 식당 여주인이라면 괜찮다는 걸까. 그 자체로 또 다른 폭력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을 성토한 다수의 언론 역시 '미국에서' '딸 같은' 여성에게 한 짓이란 점에 중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여성 개인에 대한 인권 의식이 모자란 보도다.

'약자일수록 조심해야 할 규칙이 늘어난다. 약자가 '약자다움'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 사회는 평화롭다. 싸울 수 없는 약자들은 자기 위안 방식만 늘려간다. 지는 게 이기는 거야, 좋은 게 좋은 거야,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 '머리말'에서

저자가 파리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봤다는 포스터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차별은 견해가 아니라 범죄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이라영 지음,  동녘 펴냄.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킴벌리 A. 위어 지음, 문직섭 옮김, 레디셋고(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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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은경의 그림책 편지'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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