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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이 아니면 우리의 마음과 감정이 어떤지 상상하기 힘드실 겁니다. 전 내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내 양부모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외로운 감정이 있습니다. 왜 내 어머니가 나를 포기했는지, 그리고 또 왜 내 아버지가 나를 버리고 찾아오지 않았는지, 아픈 질문이 내 마음에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예술에 소질이 많은지…, 나와 닮은 사람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 또 있는지, 저는 항상 궁금해 할 겁니다. 우리 입양인의 삶 속에 깊숙이 내재하는 이런 감정들이 우리의 존재성과 우리의 생각 방식을 형성했습니다."(노엘 크로스, Noel Cross, 1956~2015)

한국 사회에서 지금은 잊힌 존재가 됐지만, 아픈 한국 현대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입양혼혈인들이 생모와 가족을 찾아 나섰다.

한국전쟁 이후 국외로 입양된 아동은 20만 명을 넘는다. 이중 입양혼혈인은 4만 명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한국 정부 차원에서 없는 실정이다.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많은 입양혼혈인이 생모를 비롯한 가족을 찾아 한국을 방문하지만,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DNA 활용해 가족 찾기 나서

작년 9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국인과 캠프타운 2015 컨퍼런스’에서 학생이 한국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이날 컨퍼러슨에선 입양 혼혈인들의 삶과, 가족 찾기 방법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졌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작년 9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국인과 캠프타운 2015 컨퍼런스’에서 학생이 한국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이날 컨퍼러슨에선 입양 혼혈인들의 삶과, 가족 찾기 방법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졌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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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본부를 둔 단체 '325KAMRA'(Korean American Mixed-Race Adoptees)가 오는 18일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입양혼혈인들이 유전자 검사로 생모를 찾는 프로젝트를 알릴 예정이다.

'325KAMRA'는 입양혼혈 한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민간단체다. 지난해 9월 미국 UC버클리에서 열린 입양혼혈인 관련 콘퍼런스를 계기로 만들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입양혼혈인들이 가족 찾기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결성한 것이다(관련 기사 : <시사인천> 604호, 어머니의 나라에서 상처받고 떠밀려난 혼혈인들).

이들은 "과거에 입양인이 가족을 찾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웠지만, DNA는 자석처럼 거기에 있을지 모르는 바늘을 쉽게 찾을 수 있다"라면서 "한국에서 입양으로 아이를 잃거나 아이 찾기기를 포기한 누군가가 무료 DNA 테스트에 관심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라고 알리고 있다.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 성과는 미지수

이들은 가족 찾기를 위한 방법으로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생모나 가족 찾기를 희망하는 입양혼혈인의 DNA를 먼저 채취해 기록하고, 한국에서 자녀를 입양 보낸 어머니들의 DNA를 모아 대조하는 작업을 하자는 것이다.

미국엔 한인 단체가 여럿 있는데, 입양혼혈인들의 모임도 몇 개 있다. '325KAMRA'는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주요 활동을 하는 단체다. 혼혈입양인은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입양인에 비해 가족 찾기가 더 어렵다. 특히 생모들 중엔 미군기지촌 여성도 있어 애를 먹고 있다.

'325KAMRA' 결성과 활동은 지난 3월 2일 미국 NBC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혼혈입양인의 생모 상당수가 기지촌 여성인데, 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까지 자식을 찾아 나설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고령이라, 이들의 정확한 신상정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따갑기 때문에, 자신들의 실체를 드러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입양혼혈인 지원 단체 관계자는 "한국 상황과 정서를 감안하면, 큰 성과를 낼 수는 없어 보이지만, 그 만큼 이분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은 열망이 높다.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어서 "미국은 다민족 국가라 DNA를 통한 뿌리 찾기에 쉽게 나서지만,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DNA를 통한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혼혈입양인, #325KAMRA, #주한미군,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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