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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부터 시작된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이 12일로 끝이 났다. 여야는 공식선거운동의 마지막 날인 어제도 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었다. 후보들은 마지막까지 유권자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분주했고, 여야 지도부는 전국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여야의 공식선거운동은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흥미롭게도 이번 총선 과정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굉장히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원래 선거 즈음엔 대통령이 언론과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 주는 것이 불문율이다. 괜스리 대통령이 선거판에 기웃거리게 되면 '선거 개입' 논란이 촉발되고, 이로 인해 선거판이 아주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 시민단체가 선관위 고발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을 보도한 JTBC 방송 갈무리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을 보도한 JTBC 방송 갈무리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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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자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며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지난달 10일과 16일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대구와 부산을 방문했다. 청와대는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문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그는 '진박'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한 곳만 골라 다녔다.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박 대통령의 대구 부산 방문을 '노골적 선거개입'이라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지방 방문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멕시코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인 지난 8일에도 그는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달아 방문했다.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다시 한 번 지방으로 향한 것이다.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청주시 청원군 소재다. 이곳은 현재 오성균 새누리당 후보와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곳이다.

청원군은 이 밖에도 청주 흥덕구, 서원구, 상당 등 청주시의 선거구 4곳과 근접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 역시 여야가 초접전을 벌이는 경합지역이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은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방문했다. 전주시 을 선거구 내에 있는 이곳은 현재 새누리당의 정운천 후보가 최형재 더불어민주당 후보, 장세환 국민의당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이번에 방문한 지역들에서도 여야의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대통령이 입었던 빨간색 옷도 논란이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빨간색이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색깔임을 감안한다면 '너무 속 보이는 코디였다'는 지적도 나올 만 했다. 의도했던 것이든 아니든, 결국 논란거리를 박 대통령이 제공한 것이다. 그는 결국 이날의 지역방문과 발언이 문제가 되어 시민단체에게 고발을 당했다. 지난 10일 시민단체로 구성된 '2016시민총선네트워크'가 박 대통령의 행위를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 주장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것이다.

야권 탓하고 심판론까지, '선거개입 꿀팁'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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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총선 개입 논란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에도 이어졌다. 그는 어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기서 무너지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져야 하고 국가의 빚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면서 "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이 정한다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표면적으로 국민의 투표 독려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무회의 내내 북핵문제를 언급하며 안보위기를 거론하고, 경제 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법안 지연 등을 묶어 19대 국회를 비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야권심판론을 제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19대 국회 때문에 지연되고 있고, 그것이 '야권의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강력한 주문 이후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 행태를 종합해 보면 그가 계속해서 '여당을 지지해 달라', '야권을 심판해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날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함으로써 선거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비록 논란이 거세질 수는 있어도 주어와 목적어가 없는 이상 선거법에 걸려들 일은 거의 없다. 선거판 전체를 꿰뚫는 듯한 영민한 처신. 달리 선거의 여왕이 아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할 야권 후보들이라면 이 장면들을 반드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 대통령처럼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만 하면 대통령이 아무리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다 한들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속마음을 대놓고 드러내지 마라', '이름을 직접 지칭하지 마라' 그리고 '절대로 주어와 목적어를 사용하지 마라'. 박 대통령이 알려주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위한 '꿀팁'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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