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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밤 9시 30분경 여수시선거관리위원회 전경
▲ 여수선관위 10일 밤 9시 30분경 여수시선거관리위원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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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9시 30분경, 사전투표함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 점검하고자 여수시선거관리위원회(아래 여수선관위)를 방문하였다. 심야임에도 2층 사무실 전등이 훤히 켜져 있고 출입문도 열려 있었다. 선거가 코앞이라 그런지 다섯 명의 직원이 아직 근무 중이었다.

한 여직원에게 방문 목적을 밝히고 사전투표함 보관소와 경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직원은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 CCTV 화면을 보여주며 "무인 경비 장치가 돼 있고 경찰이 경비하며 중앙선관위에서도 모니터링을 하는 중이기에 안전하다"고 하였다.

기자가 "선관위가 사전투표함을 안전하게 보관하는지 시민들의 우려가 많다"며 CCTV 화면을 촬영해도 되는지 묻자 허락하지 않았다.

이어 관리계장에게 "관내 사전투표함이 아닌 거소 투표(우편투표) 회송용 봉투, 관외 사전투표함 봉투 등은 어디에 보관하는지" 물었다. 그는 "관외 사전투표, 거소투표, 선상투표, 재외투표의 회송용 봉투는 수시로 배달되기에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에 같이 둘 수 없어 사무국장실에 보관한다"고 답했다. 또한 "회송용 투표봉투의 등기우편이 도착할 때마다 직원들이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를 드나들 수 없기에 그리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사각지대에 놓인 관외 투표함

심야임에도 전등이 환히 켜 있고 출입구 천정엔 CCTV가 보인다. 하지만 실내에는 없다.
▲ 여수선관위 사무국장실 심야임에도 전등이 환히 켜 있고 출입구 천정엔 CCTV가 보인다. 하지만 실내에는 없다.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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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 나오는 길, 사무국장실에서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렸다. 사무국장이 근무 중인 줄 알고 인사를 하려고 노크를 했다. 안에서 "누구세요?"하여 문을 열었더니 사무국장은 없고 응접용 소파에 두 명의 남직원이 한창 무슨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는 잠깐 사이 관리계장과 앞서 만난 여직원이 달려와 "거기 들어가시면 안 된다"며 제지했다. 투표지들을 보관하는 곳이기에 외부인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였다.

"나는 단지 사무국장실에서 사람 소리가 나기에 국장님이 계신 줄 알고 잠깐 인사하려 했을 뿐"이라 말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무래도 선관위의 투표함 관리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여수선관위에 연락했더니 사무국장실에서 작업하던 남직원이 받았다. 무슨 작업을 했는지 묻자 "접수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고 하였다. 사무국장실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못하고 관리계장을 바꿔줬다.

관리계장은 "사무국장실 출입문 쪽에 CCTV는 있으나 내부에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투표지를 담은 바구니들이 있는 곳에서 두 명의 직원이 작업하는 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선관위 건물에서 직원들이 작업하는 게 어째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곧장 중앙선관위 선거과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관내 사전투표함' 이외의 다른 투표함들을 여수시선관위처럼 별도로 보관하는지 물어봤다. 이에 김선용 주무관은 "관외 사전투표함을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에 함께 두면 사람이 들락거리면서 괜한 오해를 사기에 관외 사전투표함 등 다른 투표함들은 별도로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CCTV나 참관인, 정당추천위원조차 없는 곳에 투표지 바구니를 두는 건 너무 위험하다, 이런 보관 상태라면 그저 선관위 직원들을 믿는 거 외에는 안전장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김 주무관은 "이번 총선에선 반영이 안 돼 있기에 어쩔 수 없지만 (관외 사전투표함 관리 등에 대해서도) 의심이 든다면 향후 저희가 관내 사전투표함처럼 취급할 건지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하였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3일 앞둔 10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설치된 '관내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이미 마치고 보관 중인 사전투표함을 모니터하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3일 앞둔 10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설치된 '관내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이미 마치고 보관 중인 사전투표함을 모니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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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는 이번 총선의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와 투표함 관리 전용 CCTV를 전국 구, 시, 군 위원회에 설치토록 하였다. 중앙선관위에 관제센터도 두어 각 지역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252곳)의 CCTV를 직접 설치한 용역업체가 모니터링을 하는 중이다. 사전투표함의 안전한 보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자 관련 법령이 없음에도 전국 단위 총선에서 처음으로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를 제외한 다른 투표함들(관외 사전투표, 재외투표, 선상투표, 거소투표의 회송용 봉투를 담은 바구니나 투표함)을 보관하는 곳에는 전용 CCTV가 없고, 선관위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참관인들이나 정당추천위원들조차 이것을 제대로 감시할 수 없다는 관리 허점을 노출하였다.

총선일 전까지 관외 사전투표함 등의 보관소에 대한 각 정당 참관인들의 참관을 보장하거나 이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보내겠습니다.



태그:#사전투표함, #여수시선관위, #선관위 사무국장실, #회송용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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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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