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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8일 오전 대구시당을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8일 오전 대구시당을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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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의 최고 지도자는 누구인가, (김무성) 대표도 아니다, 박 대통령이 최고 지도자다."

지난 8일, 대구 지원 유세에 나선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박근혜교' 간증 내용이다. 서청원이 누구인가. '차떼기'의 연관 검색어로 자랑스럽게 '서청원'이란 제 이름 세 글자를 올린 2002년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차떼기'의 주역이자 2008년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던 구시대 '정치헌금'의 '산 역사' 아니던가.

'박근혜 마케팅'의 최전선인 그가 대구에서 내뱉은 구시대 '정치쇼'의 대사들을 몇 개 더 들어 보자.

"(유승민 등 무소속 후보)이들은 친박연대와 같은 일방적 피해자가 아니며 오히려 피해자는 박근혜 정부이고 새누리당원이며 국민이다."
"박근혜가 저에게 공천을 주셨다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지금 최다선 7선 국회의원 하고 있고 8선에 도전하고 있다."
"대통령께 말씀드리겠다 '10대 기업을 대구에 유치해주십시오' 대통령께 이 서청원이 건의드리겠다."

하긴. 지난해 7월,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도입 논란 와중에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권 중에서 대한민국을 가장 민주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최고위원회의 도중 당당하게 밝히는 분의 소신이 어디 가겠는가.

1943년생, 올해로 73세로 8선에 도전한다는 이 서 위원이 한국 정치사에서 당당하게 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2016년 4.13 총선의 일면이다. '읍소' 정치와 '협박' 정치 사이에서 자기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는 이 뿐만이 아니다. 계속되는 선거 강행군 속에서 연일 '말실수'를 거듭 중인 김무성 대표의 언행 역시 가관이긴 마찬가지다. 

음험한 서청원의 막말 vs. 계속되는 김무성의 말실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고양 덕양구 화정역광장에서 열린 손범규(고양갑), 김태원(고양을) 후보 합동지원유세 참석해 유권자들에게 지지연설을 마친 뒤 입술을 닦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고양 덕양구 화정역광장에서 열린 손범규(고양갑), 김태원(고양을) 후보 합동지원유세 참석해 유권자들에게 지지연설을 마친 뒤 입술을 닦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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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가 유세 현장에서 자신을 비난한 유권자에게 면박을 줘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유세일정에 피곤하기도 하겠지만, 실수가 잦다 보니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채널 A>가 몸소 나섰다. 지난 9일 오후 <채널A>는 <김무성, 유권자에 "가만히 있어요" 면박> 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로 김무성 대표 지원유세 중에 벌어진 언행과 '말실수'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다 보면 이게 말실수인지 의도적인 '마타도어'인지 살짝 헷갈릴 지경이다.

대표적인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이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합동유세 현장(관련기사 : [영상] 김무성, 또 말실수... "박근혜 전 대통령" )에서 김무성 대표는 현직 대통령을 순식간에 전직 대통령으로 만드는 기지를 발휘했다. 같은 날 노원병 유세에선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 안철수를 선택해주시기를"이라고 말해버려 '속내(?)를 들킨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두 번이나 밀어준 새누리당 공식 SNS 계정의 글과 보조를 맞춘 격이다.

"저도 또 차명진 의원과 함께 손잡고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란 발언을 두고 <채널A>는 "한동안 자제해 왔던 대권 욕심도 엉겁결에 튀어나왔습니다"라고 촌평했다. 놀랍지 않은가. "더 큰 정치"를 "대권 욕심"이라 간파하다니.

<채널A>의 이 보도를 굳이 요약해 보자면, '총선 직후엔 당 대표 자리 내놓아야 하니 말실수 좀 그만 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이나 김무성 대표나 우리 여당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슬픈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자, 이렇게 두 사람이 여기저기서 헛발질을 하고 다닐 때 그 '박근혜 대통령'은 무얼 하고 계실까. 사실 이 대목이 압권이다.

계속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개입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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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지역 창업, 중소·벤처 기업이 지역 유관기관과 대기업의 지원으로 일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영속성이 허약하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그동안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비관적 여론이 적지 않았던 차에 처음으로 심층 조사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끈다."

지난 1월 <디지털 타임즈>의 사설 <지속가능성 의심받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서두다. 이 사설은 지난 2015년 12월 3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인용,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불투명한 미래와 차기 정권하에서의 지속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디지털 타임즈> 외에도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를 인용해 우려를 나타낸 매체가 한둘이 아니다.

정권 초기, 국민들이 그렇게 궁금해하던 '창조경제'의 실체는 그렇게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 센터를 빌미 삼아 열심히 '선거 운동'에 매진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선거의 여왕'을 넘어서 "선거개입의 여왕"이라고 비아냥댈만하다.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과 멕시코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의 충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지난 3월 대구(10일)와 부산(16일), 경기(22일)에 이은 네 번째 '선거 개입' 행보다.

청와대에서 한결같이 '민생 행보', '경제 행보'라고 우기는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야말로 청와대와 여당의 질 낮은 선거운동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기업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고 있는 동시에 그 어떤 '창조적인 경제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검증과 입증이 되지 않고 있는 와중에 선거 개입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질 낮은 '정치쇼' 끝내는 길, 결국은 '투표'

다시 서청원 위원으로 돌아와 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최고 지도자다"라는 서청원 위원의 음험한 속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정당화하는, '친박'과 '진박'을 위시한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들 무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김무성 대표를 일갈한 <채널A>의 보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새누리당의 주인이 박근혜 대통령이며 김무성 대표의 권력이 한시적인 것이라는 인식의 토대 위에서 나온 것이라고 밖에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언제까지 이들의 독선적이고 이중적이며 위선적인 쇼를 지켜봐야 하나. 대구에서 유권자들에게 큰절로 읍소한 뒤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는 이중 행태를 계속 용인해줘야 하냔 말이다. 새누리당의 '큰절쇼'라는 '읍소 정치' 뒤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병행하는 이 여당과 청와대의 질 낮은 정치를 이제는 종식할 때가 됐다.

지난 9일 끝난 사전투표에 513만 1721명이 참여, 12.19%라는 역대 최대 수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투표율 60% 상회'를 예상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전망에 따라, 2012년 대선 투표율 65%에 얼마나 근접하느냐는 보도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위시해 새누리당의 질 낮은 '정치쇼'를 막는 것도, 그들의 거짓과 위선을 심판하는 것도 당장은 투표 행위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래서다. 60%라는 투표율도 낮아 보이는 것은. '투표가 전부'는 아니지만, '투표가 민심'이요, '투표가 최고의 정치 행위'라는 진리를 확인하게 해줄 수 있는 시점이다. 그 본격적인 축제의 장까지 딱 사흘 남았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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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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