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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에는 독이 잔뜩 올라 있었다. 9일 오전 10 50분경, 원주 남부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 대표는 원주갑과 원주을 선거구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두 후보가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바짝 추격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데 다소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을 국가 장래를 망치는 "나쁜 당"으로 몰고가는 등, 원색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색깔론까지 등장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할 때는 청중 속에서 "잘 좀 받들라"는 지청구가 들려오자, "잘 하고 있다"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4월 9일, 강원도 원주를 찾아 지지유세를 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
 4월 9일, 강원도 원주를 찾아 지지유세를 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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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텃밭 빼앗길 처지, 바빠진 김무성

김 대표는 원주에 오기에 앞서 먼저 지난해 말 선거구 획정 결과 '공룡선거구'라는 별명을 얻게 된 태백·영월·평창·정선·횡성 선거구를 방문했다. 이 선거구에서는 염동열 새누리당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이 선거구는 새누리당 텃밭 중 하나여서 그동안 별 걱정이 없었다.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당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공천이 배제(컷오프)된 김진선 후보가 갑자기 당적을 버린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지사를 세 번이나 지낸 김 후보가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 끝에 최근에 보도된 여론조사에서 염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역구를 사수하는 데 장애가 생긴 것이다.

김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다시 당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어쨌든 새누리당으로서는 당의 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도 김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선거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에 그동안 무심히 봐 넘겼던 텃밭들까지 돌봐야 하는 이유는 이런 데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볼 때 원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원주갑과 원주을 선거구 모두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강한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갑에서는 김기선 새누리당 후보가 권성중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고, 원주을에서는 이강후 새누리당 후보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겨루고 있다.

최근에 보도된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새누리당 후보들이 모두 앞서가고 있는 걸로 나오기는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추격이 워낙 거세 오늘내일 바로 전세가 뒤바뀐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당연히 당 대표라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김 대표가 원주에서 한 발언은 상당히 거칠었다. 듣기에 거북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대표는 또 원주에 오기 전 횡성에서는 "야당의 총선 공약은 독약이 발린 설탕"이라는 독설도 날렸다.

원주가 위협받는 상황, 지지자들에 투표 독려

김 대표가 지지 유세를 벌인 원주 남부시장 앞은 새누리당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먼저 인사말로 "두 후보들이 그동안 일을 너무 잘해 안심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격차가 줄었다"며, "당 대표인 내가 가서 확실히 일을 끝내야겠다 싶어서 원주에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지난 19대 총선과 대선에서 강원도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사실을 상기시키고는 "그런데 우리가 한없이 낮은 자세로 국민 여러분들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잘 나간다 싶어 오만해 가지고 잘못한 게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며 자성의 빛을 보였다.

그는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고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끝에 와서 100% 완성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야단맞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그래서 평생 우리를 지지하던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해 비상이 걸렸다"며, 지지자들에게 "다시는 안 그러겠다, 용서해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가 낮은 자세를 보인 건 이때뿐이었다. 김 대표는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로 불리고 있는 것에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가 줄어 새누리당이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육성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했는데 3년 반 동안 야당이 발목을 잡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당면한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야당 탓으로 돌렸다.

거기에다가 더불어민주당을 나라를 망치는 "나쁜 정당"으로 몰아세웠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가 망해야 자기들한테 기회가 온다는 나쁜 생각으로 민생을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데 이것이 운동권 정치인들이 하는 행동"이라며,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운동권 정치인들이 많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그는 또 "국정 운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안보"라며, 야당이 마치 국가 안보를 흔들고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 승리하면 개성 공단을 재개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은 북한에 굴복하고 항복하자는 게 아니냐"며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나서는 "(원주가) 이렇게 나쁜 정당에게 위협을 받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며,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안보를 포기하고 정신 나간 정당에 표를 주어야 하는지"를 물었다.

김 대표는 지지자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그는 "야당 후보들은 정권 경험이 없거나 선거 때만 나타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많은 일을 한 두 후보를 모두 당선시켜서 원주 시민 팔자 한 번 고쳐보자"며 목청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지지자들에게 "애국심을 발휘해 달라", "이제부터 더 낮은 자세로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당이 되겠으니 투표 많이 해 달라"고 요청했다.


태그:#김무성, #원주,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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