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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9천 원으로 올린다는 건 오보다."(조원동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정책본부장)

새누리당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결국 '말장난'이었을까요?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현재 시급 6030원인 최저임금을 4년 안에 8천 원에서 최대 9천 원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총선 공약에 맞불을 놓은 셈이죠.(관련기사: 새누리당 "최저임금 20대 국회 내 8000원 수준으로")

그런데 새누리당은 불과 이틀 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조원동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난 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그건(최저임금 9천 원 인상 보도는) 오보"라면서 "9천 원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원동 본부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그날(3일) 설명하면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최저임금을 8천,9천 원으로 올리겠다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근로장려금을 늘려 그런 효과를 보겠다는 것인데 기자들이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과연 조 본부장의 말대로 '최저임금 9천 원 인상' 보도는 단순한 오보이고, 근로장려금을 올리면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오마이팩트>가 새누리당의 최저임금 공약을 검증했습니다.   
근로장려세제 활용해 최저임금 9천 원 인상 효과? '대체로 거짓'

우선 오보 논란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최저임금 공약 발표 직후 새누리당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 진영에선 크게 반긴 반면 재계를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반발한 거죠. 진보 성향인 <경향신문>은 '새누리당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 환영한다'는 사설까지 실었지만, 보수 언론과 경제지에선 여야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선 매년 최저 임금 수준을 정해 일용직, 비정규직을 비롯한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매년 노동자, 사용자, 공익 대표가 참여해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데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8.1% 오른 시급 6030원입니다. 월급으로 따지면 주 48시간(유급주휴 8시간 포함) 기준 126만270원입니다. 편의점 등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최소한 시급 6천 원 이상은 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동안 노동계에선 저임금 노동자 상당수가 혼자서 2,3인 가구 생계비를 책임지는 현실을 반영해 최저임금 수준을 시급 1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노동당 등 야당들은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고 국민의당도 뒤늦게 따라왔지만 유독 새누리당만 반대했습니다. 따라서 1만 원에는 못 미쳐도 최대 9천 원까지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새누리당 발표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인상률만 유지해도 4년 뒤 8천 원... 새누리당 '말장난'
새누리당 강봉균, 경제정책공약 5호 발표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가운데)이 6일 오전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경제정책공약 5호'를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사실 현재 인상률만 계속 유지해도 2020년 최저임금은 8천 원이 넘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10%대였던 인상률이 이명박 정부 들어 5~6%대로 뚝 떨어졌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7~8%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평균인 7.1%씩만 올려도 2020년엔 7934원으로 8천 원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최저 임금이 1만 원이 넘는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면 매년 13.5%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선 지난 3일 발표한 경제정책 3호 '소득분배개선' 공약에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을 못 박진 않았습니다. 다만 새누리당은 "최저임금을 중산층 하위권(25%) 소득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인상함과 함께 영세기업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장려세제를 적극 활용"한다고 밝혔고, 기자들이 구체적인 수치를 묻자 "많이 올라가면 9000원까지도 갈 수도 있고 20대 국회 안에 8000원 수준은 될 것"이라고 대략적인 구간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부분 언론은 새누리당이 적어도 현재 인상률 수준을 계속 유지하거나 두 자릿수 인상까지 고려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했습니다. 실제 당시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이 6~7%"라면서 "인상률을 지금보다 높이자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이 근로장려세제를 같이 언급하긴 했지만, 야당처럼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올리면 기업에게 부담이 되니 최저임금을 8천~9천 원 수준으로 올리고 나머지 차액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주겠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한 박원석 정의당 수원정 후보는 6일 "산수도 안되는 정당의 말장난 공약"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당장 최저임금을 9천 원으로 올리더라도 새누리당의 최저임금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죠.

중산층 하위권에 해당하는 가계소득 3분위(하위 20~30%) 전체가구의 2015년 4분기 월 평균 소득은 25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시급 9천 원으로 올려도 월 소득은 188만 원 정도(월 209시간 기준)여서 60만 원 정도 모자랍니다. 시급 1만 원으로 올려도 월 209만 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오히려 야당 목표치보다 높습니다.

근로장려세제, 수혜자 제한적이고 기업 아닌 세금 부담
민주노총, 한국노총, 알바노조 등 노동계를 대표한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내년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일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첫 전체위원회 회의 열 예정이다. ⓒ 김시연
그렇다면 근로장려세제로 나머지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요? 정부는 연소득 2100만 원 미만(홑벌이 가구 기준) 저소득 가구에게 세금을 걷는 대신 연간 최대 17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그 액수를 2020년까지 연간 500만 원으로 3배 정도 올리겠다고 합니다. 약속대로 지원액이 월 14만 원에서 40만 원 수준으로 늘어도 26만 원 정도 늘어날 뿐입니다.

더구나 근로장려세제는 소득, 재산 수준 등에 따라 수혜 대상을 제한하고 있어 지난 2015년 120만 가구에 1조 1천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쳤습니다. 반면 지난 2015년 최저임금 인상 수혜 노동자는 266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4.6%에 달했습니다. 결국 근로장려세제가 일부 저소득층에 한정된 '선별적 복지'라면 최저임금 인상은 '보편적 복지'에 더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액은 사업자가 부담하는 반면 근로장려세제는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소득 분배 효과도 적고 기업 친화적입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선 새누리당의 '말 바꾸기'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대표인 김민수 청년유니온 대표는 5일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분배 효과가 크지만 근로장려세제는 정부 예산에서 나가기 때문에 같은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근로장려세제를 올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보겠다는 건 밑장 빼기 같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최혜인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부장도 "최저임금 8천 원 인상은 현재 인상률만 유지해도 4년 뒤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마나한 눈속임 공약"이라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정규직-비정규직간 '동일근로 동일임금' 법제화에 반대하던 새누리당이 불과 몇 주 만에 말을 바꿔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이어서 그 실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반면 야당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적극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 이상으로 올리도록 법제화하는 한편, 최저임금을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급 1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의당도 지난 5일 뒤늦게 1만 원 인상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한 술 더 떠 오는 2020년 월 평균 급여 300만 원 시대 공약을 내건 정의당은 3년 안에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고 노동당은 '최저임금 1만 원법'을 만들어 당장 내년부터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재계에선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더 큰 타격을 받고, 오히려 저임금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장흥배 노동당 정책실장은 "그동안 실질 가계소득이 줄어 내수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에 오히려 최저임금을 올려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도 인건비만 오르면 문제겠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나 임대료 폭등 같은 경제민주화 정책을 병행하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장 실장은 "새누리당이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근로장려세 혜택을 올리겠다는 건 기업이 부담할 돈을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새누리당의 정책 기조는 소득 분배 개선이 아니라 기업 부담 최소화"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마이팩트>는 근로장려세제 수혜자가 제한적이고 기업이 아닌 국민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근로장려세제를 활용해 최저임금 9천 원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태그:#최저임금, #근로장려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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