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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요즘, 나는 대학 신입생 시절을 돌아보곤 한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나와 친구들은 종일 단과대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우리가 공부하게 될 것들을 찾아보곤 했다. 그리곤 삼삼오오 모여 졸업 때까지 어떤 수업을 들을지,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무슨 일을 할지 이야기하곤 했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 학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학교에서의 배움을 통해 자기의 목표를 이뤄낸 친구들도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되거나, 그래서 꿈꿨던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학교 생활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루 아침에 학생들에게 떨어진 날벼락, 구조조정

 구조조정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구조조정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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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걱정이 국민대 재학생들에게는 현실이 되었다. 바로 현재 학교 측이 추진 중인 학과 구조조정 때문이다. 국민대학교는 3월 중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사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발표된 안에 따르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단과대학은 ▲ 문과대학 ▲ 사회과학대학 ▲ 자연과학대학 ▲ 삼림과학대학 ▲ 전자정보통신대학 ▲ 경영대학 ▲ 공과대학 ▲ 조형대학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문과대학은 글로벌인문·지역대학으로 변경되며 삼림과학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은 융합과학대학으로 통합된다.

학부/학과 단위의 구조조정도 이루어진다.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국문학과가 폐지되고 한국어문학부의 국어국문학 전공이 신설된다. 또한 공업디자인학과는 제품이노베이션디자인학과로, 영상디자인학과는 엔터테인먼트디자인&테크놀로지학과로 명칭이 변경된다.

이 외의 다양한 구조조정 계획을 합치면 영향을 받게되는 곳은 총 8개의 단과대학과 12개의 학부, 17개의 학과에 이른다. 그야말로 학교를 뒤흔드는 대형 구조조정 계획이다.

프라임 사업 추진을 위한 '엉망진창 통폐합'

 게시판에 붙은 구조조정 반대 홍보물들
 게시판에 붙은 구조조정 반대 홍보물들
ⓒ 이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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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수의 학과들이 사라지거나 구조조정이 되다 보니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령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와 국제학부 중국학전공은 나란히 중국학부 소속 중국어전공과 중국정경전공으로 변경된다. 하지만 언어를 공부하는 중어중문학과 사회적인 면을 공부하는 중국학은 교육 과정에서 구체적인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이번 구조조정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전공을 하나의 학부로 통합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조조정이 실행되면) 기존 학문의 특성과 다르게 전공 과정이 개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조정이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피해가 재학생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졸업생의 경우도 특정 학과를 졸업했다고 이야기해도, 막상 찾아보면 그 학과가 사라져있는 황당한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다.

가령 나의 경우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지만, 해당 학과는 '글로벌인문·지역대학 한국어문학부 국어국문학전공'으로 개편된다. 내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라고 말해도, '그런 학과 없던데요?'라고 사람들이 대답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프라임 사업'이다. 프라임 사업은 정부가 발간한 '14~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에 따라 대학이 학과를 취업과 진로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개편하고, 선정된 학교는 지원금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이 사업에 총 60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가 돈 때문에 학생들의 미래를 팔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 프라임 사업은 수도권에선 두 개의 학교만 선정된다. 국민대학교가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도 사업 대상에 선정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형 구조조정 계획이지만... 학생과 소통 없어  

 본부관을 점거한 학생들. 점거는 며칠 동안 이어지고 있다.
 본부관을 점거한 학생들. 점거는 며칠 동안 이어지고 있다.
ⓒ 여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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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학교는 이렇게 불확실한 사업을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학교 측의 '불통 행정'이다.

이번 구조조정안이 발표되기 전에도 학생들은 줄기차게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미 2015년 '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밀실 회의를 이어왔으며, 학생들에게는 묵묵부답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다가 2016년 1월 시무식에서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학생들의 요구에 마지못해 몇 차례 간담회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마저도 일방적인 통보의 자리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후 발표된 구조조정안에도 학생들의 요구 사항은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국민대 국제학부 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학생 대표자-대학 본부 인사 회의에서 학교 측은 '학교의 경쟁력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분리통합 이후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되고, 학생과 교수가 합심하여 커리큘럼을 수정·개선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이 절정에 달한 것이 23일 교무위원회 사태다. 이날 학생들은 피켓 시위를 위해 회의가 열리는 국제교류관으로 진입하려고 했다. 그러자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물리적으로 막아섰다. 교직원들은 책상 등 사무실 집기로 건물 입구를 봉쇄했으며, 진입을 시도하는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물리적 마찰을 빚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동현 비대위 집행국장이 학교 교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목이 눌리고,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이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설명하며 "뒤에 사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머리도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교직원은 <국민대신문>과 통화에서 "학생들과 교직원 사이의 충돌 과정에서 전 사회학과 학생회장 이동현씨의 목을 타격한 것은 고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의 출입을 막았던 것은 교무위원회가 교수들만 들어가서 회의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었고, 교직원은 방어만 했을 뿐 고의로 학생을 폭행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 학생들의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국민대학교는 '혁신의 70년, 국민*의 미래'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미래와 행복을 고려하지 않고 불통으로 일관하는 학교가 이뤄낼 혁신과 미래가 어떤 가치가 있을지 회의가 든다.

 학생들을 상대로 퇴거를 요청하는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퇴거를 요청하는 학교
ⓒ 이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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