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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과잉진압 책임자인 김석기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석사학위 논문이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에서 김석기 후보의 2007년도 석사학위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이 후보의 석사학위 논문은 이종석씨 2006년도 석사학위 논문인 <방범용 CCTV의 활용에 따른 기본권의 보호방안에 관한 연구> 등을 집중적으로 짜깁기해 독자적으로 쓴 내용은 매우 적었다.   

김석기 후보는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2008년-2009년) 용산철거민 진압작전을 지휘해 유족들이 '용산참사 주범'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경찰청장 후보자에서 사퇴한 이후 김 후보는 주오사카 총영사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국공항공사 사장(2013년-2015년)을 지냈다.

김 후보는 현재 경주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경주지역에는 용산참사 철거민들을 변론했던 권영국 변호사가 '김석기 저격수'를 자임하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총 106쪽 가운데 78쪽 분량 표절... 영문초록까지 베껴

김석기 후보는 지난 2005년 9월 동국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 과정을 밟았다. 동국대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는 경북·대구지방경찰청장을 맡고 있었다. 주 3일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대학원 수업을 들은 셈이다. 이어 경찰종합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지난 2007년 4월 석사학위 논문을 대학에 제출했고, 논문심사를 거쳐 같은 해 8월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 후보가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은 <방범용 CCTV의 범죄예방효과 제고방안에 관한 연구>다. 방범용 CCTV가 여러 가지 범죄 유형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검증한 뒤 홍보활동 강화, 우수한 CCTV의 전략적 활용, 설치.운영 평가와 연구 수행, 사후조치 등을 범죄예방효과 제고방안으로 제시한 논문이다.

그런데 김 후보는 두 개의 석사학위 논문과 한 개의 학회 논문을 표절했다. 이종석씨의 <방범용 CCTV의 활용에 따른 기본권의 보호방안에 관한 연구>(2006년 10월)와 안민권씨의 <방범용 CCTV의 효율적 운용방안에 관한 연구>(2006년 6월), 최응렬·김연수씨의 <방범용 CCTV의 범죄예방효과에 관한 연구>(2007년 3월>를 짜깁기해 논문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종석씨와 안민권씨의 논문은 각각 원광대학교 행정대학원과 순천향대 산업정보대학원의 석사학위 논문이고, 최응렬·김연수씨의 논문은 <한국공안행정학회보> 통권 제26호에 발표된 논문으로 동국대 논문게재장려금을 지원받았다. 이들 논문은 방범용 CCTV(특히 강남지역)의 범죄예방효과를 다루고 있고, 김 후보의 석사학위 논문보다 먼저 나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앞서 석사학위 논문의 표절이 확인된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출처를 나타내는 각주조차 없이 다른 연구자의 책이나 논문을 그대로 베꼈다(관련기사 : 함진규 의원, 2004년 석사 논문도 표절 의혹). 본문에는 출처를 전혀 표시하지 않다가 논문 뒤쪽에 참고문헌 목록에만 참고문헌을 올렸다.

반면 김 후보는 본문과 각주를 통째로 가져다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을 구성했다. 즉 106쪽에 이르는 그의 석사학위 논문이 이종석씨 논문 55쪽, 최응렬·김연수씨 논문 16쪽, 안민권씨 논문 7쪽 분량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일부 문장에는 각주조차 없었고, 심지어 본문의 내용을 보충설명하는 각주와 영문초록(논문 내용을 영어로 요약한 것)까지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차향'(차량), '알림으로서'(알림으로써), '범조의'(범죄의), '조치를 추하지'(조치를 취하지), '포자괴어'(포착되어) 등 오자를 바로잡았지만, '원인라면'은 그대로 옮겨다 썼고, '법적 규제를 병행하면서'를 '법적 규제가 병행하면서'라고 잘못 고쳐 쓰기도 했다.

교육부는 표절 가이드라인에서 ▲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경우 ▲ 다른 사람의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 ▲ 한 문장에서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는 경우 ▲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짜깁기 등을 '중한 표절'로 규정하고 있다. 

'띄어쓰기' 잘못 문구까지 베껴쓰고 출처 표기 안해

김 후보가 석사학위 논문에서 표절한 것으로 판단되는 문장은 무려 467개(영문초록까지 포함, 총 78쪽)나 됐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표절 유형으로 각주 등 출처를 전혀 표시하지 않은 경우다.
김석기 후보 표절(1)
 김석기 후보 표절(1)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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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쓰기가 잘못돼 있는 '있는바'('있는 바')라는 문구까지 그대로 베껴쓴 점이 눈에 띈다. 김 후보는 바로 이어 교통조사용 CCTV와 단속용 CCTV, 기타 CCTV 등을 차례로 설명하는데, 이것도 모두 이종석씨 석사학위 논문과 똑같다. 출처 표시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김석기 후보 표절(2)
 김석기 후보 표절(2)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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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2km'를 '10m~2km'로 바꾼 것을 빼면 문장이 완전히 똑같다. 김 후보는 다른 논문들도 이처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갖다 썼다. 다른 연구자 논문에 표시된 출처를 아예 무시한 경우도 있었다. 
김석기 후보 표절(3)
 김석기 후보 표절(3)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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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후보 표절(4)
 김석기 후보 표절(4)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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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등을 통째로 베끼다가 '보충설명하는 각주'까지 표절

김 후보의 표절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유형은 본문과 각주를 통째로 베끼는 것이다. 표절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의도로 출처를 나타내는 각주까지 달았을 수 있다. 하지만 '본문과 각주 통째로 베끼기'는 그의 표절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뿐이었다. 
김석기 후보 표절(5)
 김석기 후보 표절(5)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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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의 번호가 28)에서 45)로 바뀌었을 뿐 항(4항과 6항)의 제목('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의 제목까지 똑같다. 이렇게 '본문과 각주'를 통째로 베껴쓰는 양상은 여러 곳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김석기 후보 표절(6)
 김석기 후보 표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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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듯 김석기 후보가 최응열·김연수씨의 '내주'(본문 안에 괄호를 치고 출처를 밝히는 방식)를 각주로 바꾸었을 뿐 '본문과 각주 통째로 베끼기'는 계속 이어졌다. 특히 김 후보는 최응열·김연수씨 논문의 본문에 있는 '<그림3> 서울시 5대 범죄 발생 추세'를 행(연도)과 열(범죄)만 바꾸어 그대로 실었다('<표 2-2> 서울시 5대범죄 발생 추세', 40쪽).

심지어 김석기 후보는 본문 내용을 보충설명하는 각주까지 그대로 베끼는 과감함을 선보였다. 이종석씨는 CCTV를 정의하는 세 문장(7쪽)에 두 개의 각주를 달았는데, 하나는 출처를 밝히는 각주이고, 다른 하나는 본문 내용을 보충설명하는 각주였다. 그런데 김 후보는 전자의 각주뿐만 아니라 본문을 보충설명한 후자의 각주도 그대로 갖다 썼다. 
김석기 후보 표절(7)
 김석기 후보 표절(7)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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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지도 않고 '이상에서 설명한 것은'? 

이렇게 본문과 각주를 통째로 베끼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대목도 생겨났다. 김 후보는 '제3장 방범용 CCTV 운용현황'에서 경찰의 방범용 CCTV 설치 실태를 설명해 나가기 위해 이렇게 기술했다. 

제1절 우리나라의 방범용 CCTV 운용현황
1.경찰의 방범용 CCTV 설치 실태
이상에서 설명한 것은 일반 CCTV의 설치현황을 설명한 것이다. 여기서는 순수 방범 목적의 CCTV설치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김석기 석사학위 논문, 43쪽)

그런데 문제는 논문 어디에도 '이상에서 설명한 일반 CCTV의 설치현황'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 후보가 베낀 이종석씨 석사학위 논문에는 '일반 CCTV의 설치현황'('1.일반 CCTV의 설치현황')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본문과 각주를 통째로 베끼는 과정에서 문장 흐름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제1절 운영현황
1.일반 CCTV의 설치현황
(중략)
2.방범용 CCTV의 설치현황
가.경찰의 방범용 CCTV 설치 실태
이상에서 설명한 것은 일반 CCTV의 설치현황을 설명한 것이다. 여기서는 순수 방범 목적의 CCTV설치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이종석 석사학위 논문, 49쪽-51쪽)

또한 김석기 후보는 영문초록(ABSTRACT)조차 이종석씨 석사학위 논문 영문초록을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영문초록은 논문의 내용을 영어로 요약한 것이다. 

김석기 후보 표절(8)
 김석기 후보 표절(8)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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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씨의 영문초록에서 CCTV의 무분별한 설치 등을 지적하는 문장('중략' 부분)과 '한편'을 뜻하는 'On the other hand'만 빠져 있을 뿐 양쪽 두 개 문단은 똑같다. 또한 영문초록의 네번째 문단은 최응렬·김연수씨 논문의 영문초록 첫번째 문단부터 세번째 문단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 'neighborhood areas'(인접지역)를 'neighborhood Gus'(인접 구들)로 바꾼 정도다.

김석기 후보 표절(9)
 김석기 후보 표절(9)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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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문초록까지 이종석씨와 최응열·김연수씨 논문을 짜깁기한 것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해명을 듣기 위해 김 후보자와 선거사무실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태그:#김석기, #석사학위 논문 표절, #용산참사,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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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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