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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 말 그대로 '잔치 때 먹는 국수'입니다. 쫄깃한 국수에 멸치 국물을 붓고 여기에 지단, 김가루, 볶은 애호박, 잘게 썬 김치, 나물, 양념 등을 고명으로 얹으면 화사한 빛깔이 딱 '잔치 음식'임을 알게 해주죠.

그렇게 만들어진 잔치국수는 정말 '복스럽게' 먹어줘야 합니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국수를 삶고, 찬물에 헹구고, 국물을 우려내고, 고명 하나하나 세세하게 놔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잔칫날, 경사를 축하하는 음식이니 정말 맛있게, 복스럽게 먹어야 축하의 느낌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죠.

국수는 이처럼 경사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결혼을 못한 이들에게 종종 건네던 말이 있었죠? "올해는 국수 먹여 줄거지?" "언제 국수 먹여줄래?" 이는 결혼을 언제 하는지를 묻는 말이면서 동시에 '좋은 일이 빨리 와야지'라는 덕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랜 기간 결혼을 안 한 이에게는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넉넉한 마음 있기에...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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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잔치국수는 사실 손이 많이 갑니다. 평범한 것 같지만 국수를 삶는 손길, 국물을 우려내는 정성, 그리고 고명을 놓는 섬세함이 있어야 비로소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운 국수가 되지요.

국수는 또한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손이 큰 분들은 큰 그릇에 국수를 가득 담아 내오면서 '이 정도는 먹어야지'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러고도 부족하지 않나며 사리를 더 얹어주고 어쩔 때는 국물에 말아먹으라고 밥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국수는 금방 배가 꺼지잖아"라는 말과 함께요.

일요일 점심, 뭔가 특별한 게 먹고 싶은 상황에서 어머니가 끓여준 잔치국수는 별미였죠.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고 애호박과 계란을 넣은 잔치국수를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먹는 맛을 떠올리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침이 고입니다.

포장마차 잔치국수는 아쉽긴 해도...


잔치국수는 후루룩 후루룩 복스럽게 먹어야한데요
 잔치국수는 후루룩 후루룩 복스럽게 먹어야한데요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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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잔치국수는 뷔페에서도 볼 수 있고 포장마차나 노점에서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장마차 잔치국수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수가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물론 빨리 만들어내기 위해 국수를 미리 삶아놔서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국수의 맛과는 사실 거리가 있죠. 그래도 포장마차 잔치국수는 술로 쓰린 속을 다스려주는 고마운 음식입니다.

잔치국수는 정말 잔칫날 먹는 음식입니다. 잔칫날은 즐거운 날입니다. 즐거운 날마다 먹은 잔치국수.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께 매일매일 '국수먹는 날'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복스럽게 잔치국수를 먹는 기분을 항상 느낄 수 있도록, 매일매일 '국수먹는 날'처럼 행복한 그런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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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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