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나 학생 성아름씨가 종업식에서 아들 및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가나 학생 성아름씨 가족 가나 학생 성아름씨가 종업식에서 아들 및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구은희

관련사진보기


"이번 주 일요일 저녁에 같이 모여서 저녁 먹고 연습할까요?"
"선생님! 미안해요. 일요일 저녁은 우리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서 저녁 먹고 <런닝맨> 보는 시간이에요".
"런닝맨이요? 한국 프로그램 <런닝맨>이요?"
"네, 맞아요. 우리 어머니가 우리 집에 와서 온 가족이 함께 '런닝맨' 보는 시간이에요".

공연을 앞두고 연습 시간을 조정하던 시간에 성아름 씨는 매주 일요일 저녁에 자신의 노모를 비롯해 남편과 8살짜리 아들까지 같이 모여서 <런닝맨>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말해서 필자를 놀라게 했다.

성아름씨는 가나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석사까지 마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직해서 결혼해 남편과 아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본교의 한국어 학생이자 외국인 중창단인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의 단원이다. 아름씨는 최신 한국 드라마는 물론이고 케이팝 가수들의 최신 동향까지 꿰고 있어서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기도 한다.

아름씨는 선천적으로 청음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악보를 전혀 읽을 줄 모르지만 귀로 듣고 연습을 해서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름씨는 항상 연습 시간에 녹음을 한다. 그렇게 녹음한 것을 다음 주 연습 시간까지 계속해서 들으면서 연습을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 씨는 정확한 음은 물론이고 한국어 발음까지도 정확하게 낸다.

그러한 아름씨의 아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놀랐다. 8살짜리 가나 아이가 '꼬물꼬물 올챙이가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쉽게 배울 수가 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이렇게 금방 읽을 수가 있다니'라는 한글노래의 랩 부분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불렀다. 아름 씨가 아들을 태우고 운전하는 중에도 자신의 랩 부분을 들으면서 연습하다보니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아들까지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외워버린 것이었다.

아름씨의 어머니 또한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사랑이 남다르다. 아름 씨 어머니는 매 학기 한국어 반 수업 발표회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가수 사진 엽서와 CD도 모으는 열성팬이다. 심지어 아름 씨가 한국에 갔을 때 얼마 안 남은 비행기 출발 시간을 앞두고도 어머니가 원하는 케이팝 CD를 구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했을 정도이다.

그러한 아름씨의 가족들이 매주 일요일 저녁에 함께 모여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름 씨의 남편은 한국과 무역을 하는 미국 회사의 중역이다 보니 한국을 자주 방문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름 씨 가족의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사랑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사랑으로 발전했으며 더 나아가 한국어로 노래하는 어드로이트 칼리지 중창단원이 된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제2, 제3의 성아름씨를 기대하며 올 여름에 있을 한국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해본다.


태그:#어드로이트 칼리지, #닥터구, #한국어, #케이팝, #런닝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