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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경찰서가 설치한 어르신 모형 안전표시판
 사천경찰서가 설치한 어르신 모형 안전표시판
ⓒ 장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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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건 뭐야?"
"이런 건 처음 보는데, 어르신 모형이네."
"어르신들 사고 주의하라는 뜻이겠지."

지난 5일 경상남도 사천시 관내 국도 3호선을 달리는 운전자가 본 이색적인 어르신 보행자보호 안전표시판이다. 이 어르신 안전표시판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치했다.

이 표시판은 최근 사천경찰서가 사천시 예산을 지원받아 시험적으로 국도변에 설치했다. 사천경찰서가 왜 이런 표시판을 설치했을까.

사천 어르신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 높아

사천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사천시 관내 교통사고 사망자 30명 중 13명(44%)이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이는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사천경찰서 관계자는 "경남 도내 23개 경찰서 가운데 사천경찰서 교통사고율이 상위권에 들면서 교통사고 예방에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사천경찰서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경로당 등지에서 안전교육을 시행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연로한 어르신들이 교육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면서 교통사고가 속출하자, 어르신 단속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나 이 또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단 하루 단속에 어르신들의 항의가 잇따랐고, 사천경찰서는 바로 단속을 접었다. 이런 와중에 나온 해결책이 운전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안전표시판 설치다.

   국도변에 설치된 표시판
 국도변에 설치된 표시판
ⓒ 장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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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8개 국도에 설치, 지방도 확대키로

사천경찰서는 이달 초 사천시 교통예산 300여만 원을 지원받아 ▲ 유모차 끄는 어르신 모형 ▲ 전동차 운전 어르신 모형 등 2종류의 안전표시판 8개를 제작했다. 사천경찰서는 "표시판은 플라스틱 재질로 고휘도 반사지로 제작됐으며, 높이는 부착 대까지 포함해 160cm 정도"라고 밝혔다.

사천경찰서는 지난 5일부터 남해고속도로 사천 나들목에서 삼천포항에 이르는 3번 국도에 표시판 8개를 우선 설치했다. 이후 운전자의 반응과 효과를 분석해 지방도 사망사고 지점에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천경찰서의 시행착오 끝에 나온 어르신 모형이 교통사고 예방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고향 계신 부모님 생각하며 안전운행하시길"

   김동욱 사천경찰서장이 안전표시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욱 사천경찰서장이 안전표시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장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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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사천경찰서장은 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르신 안전 생각하려다 저의 안전이 위태로울 뻔했다"고 웃었다. "어르신 무단횡단 단속에 나섰다가 속된 말로 몰매 맞을 뻔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동욱 서장과 나눈 이야기.

- 어르신 모형 설치를 하게 된 동기는?
"사천은 어르신 보행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심각하다. 경찰이 마을 경로당을 찾아 안전 조끼, 야광 지팡이, 효자손을 배부하면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도 어르신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농촌 일이 많은 도농지역 특성상 도로를 보행하는 어르신에게는 (안전 교육을 하는 것으로 교통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어르신을 단속하기보다 계도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 표시판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보행자에서 운전자 중심 교통정책으로 전환하기로 한 결과다."

어르신들, 교육받고 돌아서면 잊어버려

- 어르신 교통 단속에 반발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단 하루 어르신 무단횡단을 단속했다. 그런데 예상 이상의 반발이 생겼다. 5천 원어치 장을 보러 왔다가 2만 원 스티커 끊겼는데, 어르신들이 반발하지 않겠나. (어르신에게) 혼났다. 그래서 하루 만에 바로 어르신 교통 문제 단속에서 계도로 방향을 전환했다."

- 어르신 보행 사고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발생한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 4595명 중에 1779명(38.7%)이 보행자 사고다. 선진국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경찰서의 경우 교통사고 사망자 30명 중 14명(46.6%)이 보행자다. 특히 보행 사망자 14명 중 13명(92.9%)이 65세 이상으로, 어르신 보행자 사망사고에 대비한 앞선 대응이 필요하다. 사천시는 인구 11만8천여 명 중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2만 명이 넘는다."

- 어르신 모형은 어떤 효과가 있나.
"대다수 어르신들이 유모차나 전동기를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실물 크기로 제작해 운전자들이 어르신 보행이 많다는 것을 인식시켜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홍보 효과와, 초고휘도 반사지로 제작해 야간에는 운전자의 시인성을 확보하는 경광등 효과가 있다."

어르신 교통안전만 계도 중심 전환

- 예산 확보에 어려움은 없는지.
"지난해 사천시 교통안전시설 관련 예산이 8억여 원이었다. 올해는 교통사고 심각성을 강조해 12억7천만 원으로 56.7% 늘어났다. 그중에 이번 사천 모형은 총 300여만 원의 제작비(개당 35만 원)로 사천 나들목 입구 등 4개소에 8개를 설치했는데 효과나 시민 반응 등을 지켜본 후 보행사고 취약지역에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 운전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은.
"운전자들이 '사천 어르신' 모형을 보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안전운행하시길 바란다. 교통사고 예방은 보행자 안전보호가 시작이며, 보행자가 최우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여유와 양보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지난해 7월 사천경찰서장에 취임한 김동욱 서장은 경찰대(5기) 출신으로 지난 89년 경위로 임관한 이래 2012년 총경으로 승진했으며, 울산지방청 경비교통과장과 울산동부경찰서장을 역임했다.



태그:#사천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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