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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자본금이 9000억에서 7000억이 됐다.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했지만 싫다고 해서 7명을 정리해고 했더니 소송이 들어왔다. 자본금은 급감했는데 퇴직도 거부하고 되레 소송을 거는 것이 말이 되느냐."

주진형 더불어 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의 말이다. 주 부단장은 이번 총선에 앞서 야당에 영입된 금융업계 인사다.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부실기업 실태와 구조조정 방안' 특별 토론회 에 참석한 그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한화투자증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투자증권 대표 시절 거침없는 언변과 상대를 가리지 않고 날을 세우는 모습은 여전했다. 정치인 자격으로 이날 토론회에 나선 그는 시종일관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그의 칼날은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 쪽으로 향했다. 토론자들은 기업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뜻을 모았지만 정부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물꼬는 주 부단장이 텄다.

그는 "산은은 구조조정 기업을 40개씩이나 갖고 있으면서 (산은 임직원들이) 해당기업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자리잡고 있다"며 "리스트를 보면 젊었을 때 알던 기업들이 다 들어있다"고 꼬집었다.

주진형 "내가 매일 보고 느낀 것" VS 산업은행 "억울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주진형 정책공약단 부단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주진형 정책공약단 부단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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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임직원이 관여하며 부실을 키운 대표적인 기업은 5조원의 적자를 가져온 대우조선해양이다. 김열중·김갑중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며, 이영제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 역시 산업은행 기업금융4부장이다.

산은 출신들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요직을 꿰차고도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고, 산은 역시 관리감독 기관으로서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정용석 부행장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맞섰다.

정 부행장은 "주 부단장은 산은이 관련 기업에 낙하산으로 가서 구조조정이 더디다는 일부 언론을 인용한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산은 출신이 일부 기업에 취업한 것은 맞고 100%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 이 부분만을 '침소봉대'해 공격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에 주 부단장은 "언론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매일 보고 느낀 것이고 산은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의 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두 분의 얘기는 진실게임 같은 문제"라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주 부단장은 또 한화인으로서 발을 빼게 된 한화테크윈(전 삼성테크인)에 대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투자증권 전무에서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화려하게 비상했지만 임기 만료도 전에 독단경영, 경질설 등이 불거지며 홍역을 치렀다. 이후 지난 2월 17일 30년이나 몸담았던 금융업계를 떠나 정계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화가 한화테크윈 지분 33%를 인수하며 위로금으로 1800억을 냈다"며 "인수가의 20%를 위로금으로 냈는데 이 돈은 회사 돈이며 결국 주주가 낸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빅딜이 합의되면서 삼성테크윈은 한화테크윈으로 사명이 바뀌고 정식으로 편입됐다.주 부단장이 대표로 재직할 당시 한화는 삼성과의 빅딜로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데 한화투자증권이 삼성물산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내면서 한화그룹을 당혹케 했고 주 부단장과 한화그룹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인수합병, 시어머니가 왜 참견하느냐."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부실기업 실태와 구조조정 방안' 특별 토론회.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대 등이 공동주최했다.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부실기업 실태와 구조조정 방안' 특별 토론회.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대 등이 공동주최했다.
ⓒ 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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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부단장은 곁에서 지켜본 삼성과 한화그룹 사이의 인수합병 외에도 숱하게 겪었던 인수합병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는 "인수 합병은 돈 대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돈을 대는 사람이 더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을 많이 쓰는데 시누이가 월급받는 것을 참견하는 시어머니처럼 왜 상관없는 사람들이 나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기업가는 자신의 돈을 쓰면서 자기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관련없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왈가왈부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기업에서 인수합병을 해보면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에서부터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한 부분들이 많다"며 "기업가는 인수 후에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만큼 시장의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다수 토론자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자문위원은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모든 기업을 다 살리겠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청와대나 정치권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거절하라"고 조언했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 역시 "주주와 종업원,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손실부담이 미흡하고 손실을 떠안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힘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사회적 문화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구조조정에 관련된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현재 제도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지는 않지만 법 집행의 엄정성이 너무 떨어져 이해관계자들의 기회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가 관련 법규를 공정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도덕적 해이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태그:#토론회, #구조조정, #부실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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