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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람들> 표지
 <개성공단 사람들> 표지
ⓒ 내일을여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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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2000년 8월 베이징에서 ㈜현대아산과 북측 조선아시아 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3자 간에 '공업지구 건설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고 실제 착공은 2003년 6월 시작됐다. 최초의 남북합의는 1단계(공단 100만 평)부터 3단계에 걸쳐 공단 800만 평과 배후도시 1200만 평 등 전체 2000만 평의 거대도시(남측의 창원공단과 창원시를 합친 규모)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 <개성공단 사람들> 47쪽

이 계획은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모든 것이 동결되었기 때문이다. 2007년 말 이후, 1단계로 조성됐어야 할 100만 평 규모의 40% 부지에만 공장이 들어섰고 124개의 가동기업(북측 근로자만 5만 3000명)이 최근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2015년 6월 발간된 책, <개성공단 사람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이유 몇 가지 중 하나는 역시,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에 관한 단상이었다. '이들은 과연 누구의 편인가?'하는...

우리 모두가 천착해야 할 의제, 평화통일

통일이 되면 좋다. 물론 평화적 통일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통일이 되면 부산에서부터 평양이 있는 북한은 물론 러시아와 유럽의 모든 나라를 기차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소아시아와 동서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동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육로로 갈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그렇게 되면 국가간 교역이 쉬워지는 것은 물론, 문화교류 또한 활발할 것이며, 유럽연합처럼 아시아연합 결성도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미국의 패권주의는 불가능할 것이고 일본이 저지르는 아시아를 비하하는 행위 또한 소멸될 것이 분명하다.

책을 읽으면서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 초석을 닦는 역할을 한 것이 '개성공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통일이라는 큰 꿈도 작지만 확실하고 구체적인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책을 통해 본 개성공단은 부제목 그대로였다.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개성공단은 북측 지도자들의 '돈줄'?

'처음 개성공단을 만들 당시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을 월 200달러 정도에 합의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것을 25% 수준인 50달러로 최종 확정한 것은 다름 아닌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남측 기업들이 초기에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또 다른 공단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의 평화가 실질적으로 구조화된다고 본 것이다.' - 58쪽

북한이 남한을 배려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실질적인 안전과 안정적 사업을 보장하기 위해 북한은 공단 조성을 위한 지역으로 신의주를 지목한 현대의 정주영 회장에게 개성을 내놓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북측은 1단계 100만 평에 대한 땅값을 따로 받지 않았다. 거의 공짜로 100만 평의 군사적 안보요충지를 내놓았던 것이다. 당시 북측은 공단부지 인근에 있던 6사단과 64사단, 2군단 포병연대를 5~10km 뒤로 후퇴시켰다.' - 61쪽

책의 기획자 김진향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인들이 대북정책, 특히 개성공단을 '퍼주기'론으로 매도하는 흑색선전에 분노한다. 북한을 전혀 모르면서 왜곡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도하기 때문이다. 그는 글을 모르면 문맹이듯이 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을 모르는 '북맹'일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그가 이 책을 기획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섬유, 생활용품, 화장품 용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업체들은 개성공단이 아니었다면 회사운영자체를 고민해야 할 지경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만 해도 인건비가 월 500불이 훌쩍 넘어가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된 월 급여가 100불 조금 넘는 돈이었으니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북한이 1이라면 남한은 10도 더 될 것이라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임원들이 하는 이구동성이 허언은 아닐 것이다.

경제협력이라도 제대로 하자

'관리위 아파트형 공장. 10개월 전에 준공해 놓고 입주 희망 업체들이 수십여 차례 관리위를 찾아와 분양을 요청해도 정부는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한다. 그간의 감가상각비와 관리비, 유지비는? 무상양여 다 해놓고 무슨 심보인지 임대분양은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한다. 이 무슨 억지인지 모를 일이다. 그냥 한심할 뿐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무슨 명분을 찾아서라도 개성공단을 닫고 싶은 것이 속내인 것이다.' - 268쪽

2011년 개성공단을 떠난 김진향 교수가 2009년 9월에 쓴 일기의 한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성공단이 식물화 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측보다 우리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개성공단이 어떤 이들에게는 부담이었던 것일까.

박근혜 정부는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의 핵개발, 로켓 발사, 남한의 사드배치 문제 등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튄 것이다. 경제협력은 정치군사문제와는 별개로 하자던 이전의 남북한 간의 약속들(615공동성명 등)은 헌신짝이 되어 나뒹굴고 있다.

북측 사람들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 입이 무거워야 하고, 둘째, 정이 많아야 하며, 셋째, 강직하고 정의감이 강해야 한다는 거다. 이 기준들을 읽으며 우리 언론 특히, 종편방송들을 떠올린다.

일본 기업들이 북한과 접촉해 공단을 차지하려는 시도들, 이미 북한 근로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중국의 기업체들의 현재, 정치적으로야 험한 말을 주고받지만 성동격서(聲東擊西)하며 실리는 실리대로 챙기는 일본, 중국, 그리고 북한의 실정은 외면하는 우물한 개구리가 된 종편방송들 말이다. 저들의 가벼운 입과 인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태도, 정의와는 관계없는 무책임한 행동들이 오늘따라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개성공단 사람들> 김진향 저, 내일을여는책, 2015년 6월5일



개성공단 사람들 -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

김진향 외 지음, 내일을여는책(2015)


태그:#개성공단, #평화통일, #김정일, #북측, #정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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