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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게임회사 직원들이 한 학기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수료증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게임회사 '트라이온 월드' 직원들의 한국어 강의 수료식 미국 게임회사 직원들이 한 학기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수료증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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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문 앞에 도착하면 연락주세요".
"네, 알았어요. 그럼 다같이 7시에 회사 문 앞에서 만나요".

이번 학기부터 시작한 구글에서의 한국어 수업 시간 약속을 위해서 구글 엔지니어이자 본교 학생인 양민희씨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본교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엔지니어들이다. 그중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IT 회사들도 있다.

기초반을 본교에서 들었던 학생들이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 이번 학기에는 구글 회사 회의실에서 수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구글 직원 두 명과 페이스북 직원 한 명이 모여 구글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보안 장치가 철저한 회사라 출입이 불가능해 꼭 민희씨를 만나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구글 회사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양민희 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구글 직원 중국인 엔지니어 양민희 씨와 함께 구글 회사에서 구글 회사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양민희 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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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처럼 IT 회사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한국 게임 회사와 많은 교류를 갖고 있는 미국 게임 회사의 직원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지원해 수업을 개설하기도 해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게임 회사 직원들은 보통 사람들과 생각이 정말 많이 달랐다. 그 회사의 스토리 작가인 백인 학생 박리아씨가 제일 처음 쓴 한국어 문장이 '달걀이 용 공주를 부화해요'였다. 아무래도 주어와 목적어를 잘못 생각한 줄 알았는데 밑에 있는 영어 문장도 그렇게 쓰여 있었다. 게임 세계에서는 '용 공주가 달걀을 부화해요'만 맞는 것이 아니라 '달걀이 용 공주를 부화해요'도 맞는가 보다. 여기서 '용 공주'는 말 그대로 용의 모양을 한 공주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직업에 관한 한국어 단어 수업을 할 때였다. 자신의 직업을 넣어서 대답을 하도록 하는데 학생의 90% 이상이 엔지니어다 보니 "저는 엔지니어예요" "저도 엔지니어예요" 이런 답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저는 엔지니얼(영어의 r발음)이에요"라고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엔지니어~r'로 발음했으니 당연히 '예요'가 아닌 '이에요'를 붙여서 '엔지니어~r이에요'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마지막에 오는 영어의 [r] 발음은 한국어에서는 발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그래서 우리는 '컴퓨터', '헬리콥터' 등으로 쓰고 읽는다고 예를 들어주곤 한다.

엔지니어들의 또 하나의 공통된 특성 중 하나는 대부분 엔지니어들이 시각적인 면이 발달되어 있고 논리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엔지니어들의 한국어 수업에서는 그냥 두루뭉술한 말로 하는 설명으로는 그들을 만족시킬 수 없고 도표화 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언어 수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수학 연산 기호나 도표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때때로 한국어 문법을 설명하는데 "영어에서는 그럴 수 없어요"라는 말로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것은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예요"라고 답해주면 멋쩍은 듯이 웃곤 한다.

학생들 대부분이 명문대학들을 졸업하고 많은 수는 대학원까지 마치고 직장 내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는 엔지니어들이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눈을 반짝이는 학생들을 볼 때 새끼 새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를 물어다 주고 싶은 어미새의 마음을 갖게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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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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