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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창비 / 2016. 1 / 96쪽 / 9,800원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창비 / 2016. 1 / 96쪽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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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가 2012년 12월에 했던 'TEDxEuston' 강연의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저자는 이미 몇년 전 다른 테드 콘퍼런스에서 '하나의 이야기의 위험 The Danger of the Single Story'이라는 제목으로 고정관념이 우리의 사고를 얼마나 크게 제약하고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와 '페미니즘'이라는 개념도 그런 고정관념들 때문에 제약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저자는 생각했고,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이 강연은 유튜브에서 무려 25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12월, 스웨덴에서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스웨덴 여성 로비(The Swedish Women's Lobby)'라는 단체는 출판사, 스웨덴유엔연맹(UN Association of Sweden), 스웨덴노동조합연맹(The Swedish Trade Union Confederation) 등의 후원으로 이 책을 스웨덴의 모든 16세 학생들에게 선물한다고 발표했다. 고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젠더 문제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란다는 취지에서였다. 참고로 스웨덴은 세계에서 성평등이 가장 잘 이뤄진 나라로 손꼽힌다.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싫어하고, 브래지어도 싫어하고, 아프리카 문화를 싫어하고, 늘 여자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화장을 하지 않고, 면도도 하지 않고, 늘 화가 나 있고, 유머감각이 없고, 심지어 데오도란트도 안 쓴다는 거지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2003년 <보랏빛 히비스커스>(Purple Hibiscus)라는 소설을 쓰고 나이지리아에서 이 책을 홍보할 때, 자신의 소설에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다며 우려하는 이들로부터 많은 충고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충고를 통해, 남자든 여자든 꽤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대해 위와 같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작가는 열네살 때 처음으로 "있잖아, 너 꼭 페미니스트 같아"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 때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몰랐고, 집에 와서 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니 이러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페미니스트 :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그리고 지금, 작가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한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 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아직도 우리는 '미망인'이라는 말을 쓴다

 ▲ 이 책의 저자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TEDxEuston'에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유투부 동영상, 'We should all be feminists | Chimamanda Ngozi Adichie | TEDxEuston '에서 갈무리)
 ▲ 이 책의 저자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TEDxEuston'에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유투부 동영상, 'We should all be feminists | Chimamanda Ngozi Adichie | TEDxEuston '에서 갈무리)
ⓒ 정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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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인(未亡人)'의 '미망'이란, 아닐 '미'에 망할 '망'자로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세상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이면, 남편을 잃은 부인을 '아직 죽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일까. 반면에, 우리는 부인을 잃은 남편을 '홀아비'라고 부르는데, 이 말의 뜻은 '아내를 잃고 혼자 지내는 사내'이다.

뭔가 좀 많이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 단어는 국립국어원에서 2010년도에 펴낸 <이런 말에 그런 뜻이?>라는 홍보 책자에서도 '차별과 편견을 낳는 말로, 남에게 쓸 때는 실례가 될 수 있다'며 '고 000씨의 부인'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미망인'이라는 말을 쉽게 쓰고 있다. 심지어 올해 작성된 기사만 보더라도 '미망인'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가 100건 이상 된다.

또한, 우리는 새로운 여성정치인이 등장하면 공약에 집중하기보다 외모에 집중하며 그녀를 '여성화' '대상화'시키고, 남자가 담배피는 것은 괜찮은데 여자가 담배피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불편함의 끝을 쫓아가 보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의 생각, 전제 자체를 의심해 본다면?

"지금 우리가 남자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은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남자 아이들의 인간성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남성성을 대단히 협소한 의미로만 정의합니다... 우리는 남자아이들에게 두려움, 나약함, 결점을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라고 가르칩니다.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감추라고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남자아이는, 나이지리아 표현으로, 단단한 남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남자들에게 저지르는 몹쓸 짓 중에서도 가장 몹쓸 짓은, 남자는 모름지기 강인해야 한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자아를 아주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이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느낄수록 사실 그 자아는 더 취약해집니다... 또한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도 대단히 몹쓸 짓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남자의 그 취약한 자아에 요령껏 맞춰주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책에서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을 말하며, "우리가 전제 자체를 의심해 본다면 어떨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대체 왜 여자의 성공이 남자에게 위협이 되는지? 만일 우리가 남자의 기가 죽는다는 말 자체를 없애기로 결정한다면 어떨지 말이다.

일찍이 <제2의 성>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말하며,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본질적인 '타자성'을 조명한 바 있다. 즉, 여성인 것과 '여성적'인 것은 다른 상태이며, 여성은 사회의 기대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또한 여성은 선택을 통해 이런 한계를 초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남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마주해야만 한다.

나는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편함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혐오'와 마주할 때도 생기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과 마주할 때에도 생기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와 이것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여성학자·평화학자로 알려진 정희진 작가도 2005년 펴낸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회의 다양성'을 강조했는데, 우리가 '페미니즘'을 말하는 것은 '여성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잘 사는' 다양성이 더 넘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고, 우리 사회의 문화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해 작가가 강조한 말로 이 책의 서평을 마칠까 한다.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문화를 만듭니다. 만일 여자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에 없던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창비 / 2016. 1 / 96쪽 / 9,800원

참고자료
1. 시몬 드 보부아르. <제 2의 성>. 2009. 동서문화사.
2.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2005. 교양인.
3. 엑스포츠뉴스. '국립국어원, '이런 말에 그런 뜻이?' 발간'. 2010.01.27. 한송희 기자.
4. 네이버 국어사전. - '미망인'

- 이 기사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dm012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리커버 특별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창비(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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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미래학을 기반으로 한 미래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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