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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다양한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책을 읽는 데에서 시작했다가 직접 웹소설 연재로, 곧이어 출판의 길로 이어져 세권의 시리즈 책을 출판한 김슬기 씨를 인터뷰해봤습니다. - 기자 말

웹문화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취미를 가졌던 '그림쟁이들'이 스스로 현대적인 그림을 그려 웹툰을 연재하고, 나아가 우수한 웹툰은 원고료를 받으며 걱정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이는 소설로 옮겨와 웹소설이 됐다. 이번에는 취미로 글을 쓰기만 했던 '글쟁이'들이 자신의 글을 평가받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 것이다.

웹소설이 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아니다. 웹소설의 발달로 인해 자연스럽게 출판시장이 커졌고, 웹소설을 단행본으로 내놓겠다는 욕심으로 자가출판된 도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연재되는 동안 유명한 소설로 돼 자연스럽게 독서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어른들만 빠져들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유명 웹툰작가인 무적핑크는 고등학교 3학년인 열아홉살에 데뷔했다.

한 네이버 카페에서 연재가 이어졌던 <마왕의 신부>를 자가출판을 통해 세 권의 완성된 소설책으로 내놓은 김슬기씨는 올해 열여섯 살이다. 자가출판과 관련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서 들어보고 싶었다. 주저없이 SNS로 접한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개인 메세지를 보냈다. 지난 24일 부천 심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키보드로 글 쓰면 활자 그대로 나와 좋았어요"

김슬기씨가 출간한 '마왕의 신부'
 김슬기씨가 출간한 '마왕의 신부'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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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그룹 '진실 혹은 거짓' 게시글에 남긴 댓글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SNS로 인터뷰 요청을 넣어서 당황하지 않으셨나.

"사실 당황했다. 바로 '어 좋네?'라는 생각을 했다. 내 책이 더 알려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 소설 앞날개를 보니 소개가 없다. 자기소개를 들어보고 싶다.
"평범하고, 그냥 평범한 부천 수주중학교 학생이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간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면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냥 중학생이다. 네이버 카페에서 1년간 연재를 하다가 2015년 11월에 1권과 2권을 출판하고 올해 2월에 3권을 내 완결했다."

- 이번에는 책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마왕과 신부>는 어떤 내용인가?. 
"사실 말하자면 뻔하고, 흔한 판타지소설과 연애물…이다. 그러니까 흔한 소재이긴 한데, 로맨스라기보다는 주인공이 사회 비판적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자살하려는 인물인데 남자 주인공을 만나 성격이 변화된다는 내용이다.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윤회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이라면 읽을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적인 고찰이 담긴 책은 아니다. 흔해빠진 연애소설이다.

남자 주인공이 마왕이고, 여자주인공이 면사포를 입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마왕의 신부로 제목을 정했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다. 여자 주인공의 마인드가 변해가는 과정도 표지 디자인에 나타냈다. 1권은 새까만 글씨체의 표지인데, 3권으로 갈수록 밝은 글씨체의 표지로 변해간다."

- 소설을 처음에 연재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유치하고, 지금 꺼내기 창피하지만 글을 써왔다. 학교에서 글짓기 대회 상도 몇 번 받았지만 여러 공모전에 응모도 해봤었는데, 모두 입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떤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가입하기가 무섭게 소설을 접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해 관심있게 봤다.

다른 것은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주변에서 글 하나는 잘 쓴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글을 쓰는 건 좋아하는데, 심각한 악필이라 나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글을 쓴다. 그런데 키보드로 글을 쓰는 것은 활자 그대로 나와서 좋았다. 그래서 끌리듯이 연재를 시작했다."

자가출판의 장점들을 소개합니다

김슬기씨가 책을 들고 사진을 찍어보이고 있다.
 김슬기씨가 책을 들고 사진을 찍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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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출판은 어떻게 결정하게 됐는가. 꽤 어려운 과정일 텐데.

"출판도 끌리듯이 시작했다. 나쁘게 말하면 생각없이 시작했다. 학기 말이라 수업이 없이 영화만 보여주던 때라, 일주일을 밤을 새가며 원고를 다 손봤고, 잠은 학교에서 잤다. 주말에는 내내 원고만 만졌다. 교정하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내 책을 한 번 갖고 싶어 미친듯이 만졌던 것 같다. 교정을 하면서도 격주로 연재를 하다보니까 연재할 내용이 부족하기도 했다.

원고를 교정하니 틀린 것이 많았다. 이것밖에 안된다는 생각,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반 겹쳤다. 출판사에 원고를 맡기면 내 능력을 키울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교정했다. 표지 제작도 직접 했다. 번거로운 것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나왔던 것 같다. 교정하면서 직업병도 생겼다. 인터넷에서는 물론, 지나가는 현수막을 보면서도 맞춤법을 교정하고 싶어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 출판 중에서도 종류가 있다. 자비출판, 자가출판, 기획출판 등 자신이 직접 접근하는 출판방식만도 세 가지가 된다. 그중 자가출판은 어떻게 결정했는지 궁금하다. 
"자비출판은 가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최소가 몇십만 원에 달했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낼 방법도 없고, 낸다고 해서 많이 팔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부모님께 그런 돈을 내달라고 하기에는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싫었다. 그래서 자가출판을 결정하게 됐다. 한 권씩 판매가 될 때마다 수수료와 수익을 나눠 갖게 돼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팔린 권수는 많지 않다. 아버지가 여러 권을 사서 돌리고, 직접 산 책 몇 권을 포함해서 스무 권 조금 안 되게 팔린 것 같다."

- 존경하는 문인이 있을 것 같다. 누가 있는지 알고 싶다. 
"생활이 매우 어려운 사람이었는데 계속 도전해서 성공했다. 속되게 말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존경하는 사람이다. 조앤 K. 롤링이다. 계속 실패했는데도 도전하고, 결국 유명해졌다. 그런 점이 존경스럽다. 세부적인 장르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판타지 소설을 하고 있어서, 룰 모델로 삼고 있다."

- 글쓸 때의 자신만의 습관이 있는가. 오랫동안 써봤으니 만큼, 특별한 습관이 있을 것 같다. 
"연재할 때 글이 안 풀릴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그냥 아무 글이나 빈 메모장 같은 곳에 막 쓰다가, 조금 생각이 나면 글 쓰는 곳에 막 쓰는 습관이 있다.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나고, 인물의 대사도 생각이 난다. 생각이 안 난다고 음악을 듣는 것은 내게는 독인 것 같다. 막 쓰다가 정신차려보면 노래가사를 따라 쓰게 된다."

"'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 완결을 이뤘으니 후속작을 쓰게 될 것 아닌가. 어떤 내용의 후속작을 쓰고 싶은가?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에 도전해보고는 싶지만, 다음 번에도 연애물을 쓰게 될 것 같다. 최근 트렌드가 된 '금지된 관계'를 주제로 소설을 담아내고 싶다. 중년과 고등학생의 사랑이라던가, 사제지간에 사랑에 빠지는 그런 내용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 잘못 쓰게 되면 추잡한 내용이 될 것 같아서, 그것도 고려해보고 있고, 정말 써도 될까, 말까 하는 고민도 상당히 많다."

- 계속 소설을 쓸 예정인가. 

"부모님께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마인드시기 때문에, 그것이 책을 쓰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별다른 일이 없으면 계속 글을 써보고 싶다. 세상에 글의 종류는 많고, 여태껏 시도하지 않은 종류의 글도 많다. 앞으로 더 많이 시도해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게 많다. 아직 10대도 반이나 남았다. 목표가 성인이 되기 전에 책 10권 내기다. 소설도 계속 쓰지만, 다른 글도 써보고 싶다. 밥벌이가 안된다면 소설을 쓰기 위해 돈을 벌 것 같다."

- 작가를 꿈꾸지만, 너무 어렵게들 본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던데. 
"다들 작가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지만, 쉽게 보면 한없이 쉬워지는 것이 작가인 것 같다. 베스트셀러를 꿈꾸며 너무 어렵게 쓰지 않아도 된다. 베스트셀러를 쓰든, 한 권도 팔리지 않은 글을 쓰든 작가는 다 같은 작가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안 되겠지? 라고 포기하기 전에, 먼저 일단 부딪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솔직하고 털털한 이야기로 가득했던 두 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났다. 책을 훑어보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다시금 나이로 돌아가 가수 김창완이 '중2'에서 했던 말마따나 "가고 싶은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는 막바지 중2를 만났다. 중학교 2학년 때 소설이라는 하나의 가고 싶은 길, 그러니까 일생에서의 하나의 길을 찾은 것이다.

아직은 다른 도전이 부담스럽다며 갈림길에서 골랐던 그 길을 그대로 다시 고른 그녀. 그녀의 개인 도서관 페이지 위에는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어떤 글을 쓰든, 그녀가 쓰는 글이 언제나 하나의 꽃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에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태그:#청소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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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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