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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습니다.
▲ 단체사진 강연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습니다.
ⓒ 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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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7시. 연세대학교 경영관 103호에 84학번들이 모였다. 마음은 아직도 84년도와 다를 게 없는데 사회는 중년이란 옷을 입힌다. 동창생을 만나면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들이 이토록 열심히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나'는 행복할지라도 '우리'는 행복한가? 자녀가 있는 그들은 아이들 생각에 막막할 뿐이었다. 좋은 사회를 물려주지 못한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는 꿈틀거림이 특별한 행복 강의의 자리를 만들었다. <오마이뉴스> 대표이자 연대 83학번인 오연호 선배의 강의는 무겁지 않은, 호탕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인생은 내내 성장기입니다. 끝없는 성장을 통해 내 안의 새로운 나를 세 차례 발견했습니다. 덴마크 취재는 내 안의 '강사'를 발견한 계기가 되었죠."

희끗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무심코 던진 그의 첫 마디였다. 행복지수 1위(2012, 2013)인 덴마크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있을까. 먼저 가장 큰 차이점은 학생들의 표정이었다. 강연 중 보았던 사진에서 덴마크 고등학생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오 대표는 그 이유를 안정감이라고 말했다. 훗날 어떤 일을 하든 인정받을 수 있고 차별받지 않는, 그렇기에 당당할 수 있는 사회. 더불어 승자를 만들어가는 덴마크의 큰 장점이라 말할 수 있다는 거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1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판단의 잣대를 만든다. '10%만 승자'.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은 '뛰어!'라는 짖음에 무작정 달린다. 자신의 자유 결정권도 없이. 그러다 갑자기 선택의 갈림길을 만난다. 대학을, 학과를, 꿈을 결정하란다.

아이들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무언의 편견은 자유로운 선택을 막기도 한다. 각자가 가진 가치를 함부로 깎아내리는 것이다. 오 대표는 말한다.

"괜찮아, 라는 말을 건네라고. 그리고 실제로도 괜찮으라고. 앞으로의 기성세대는 많은 길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쉬어가는 것, 조금 다른 길로 가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더 이상 베짱이는 놀음뱅이가 아니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스스로 정했을 뿐이다.

못해도 당당할 수 있는 사회

 대표님과 사진을 맛깔나게 찍기 위해 포토그래퍼가 나섰습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캣츠아이를 찾겠다는 노력은 조명팀이 거들었습니다.
▲ 뒷풀이 맥주집 대표님과 사진을 맛깔나게 찍기 위해 포토그래퍼가 나섰습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캣츠아이를 찾겠다는 노력은 조명팀이 거들었습니다.
ⓒ 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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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마친 덴마크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인생 설계 학교인 애프터스콜레에서 일년을 보낸다. 스포츠, 음악,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학교가 있는데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꼭 잘해야만 그 분야의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 분야의 애프터스콜레는 축구를 못하는 학생도 당당하게 공을 잡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우리는 숨기기에 급급하지 않은가. 설령 좋아해도 잘하지 않는다면 주위 시선 때문에 '그냥 못하는 애'가 된다. 체육대회에서도 혹여나 패스를 잘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끝없는 질타를 받는다. 함께 하는 것에 의의를 두지 않고 승리에만 연연하기 때문이다.

2월 22일 한국에도 애프터스콜레가 생긴다. 꿈틀리 인생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1년 쉬어서 늦어진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사실 사회에서 1년 늦는다는 것은 별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1년 늦는 게 큰 잘못인 양 두려워했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더군다나 주변 반응도 안 좋았다. 사회에서 1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은 크고 나서야 알았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가도 된다.' 사회가 가져야 할 인식이야말로 이런 것이 아닐까.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꿈틀거린다는 것입니다."

꿈틀거리는 사람들과 함께 한 2시간의 강연이 끝났다. 오 대표는 오늘도 우리 안에 덴마크를 찾았을 것이다. 강연이 끝난 후 맥줏집에서 뒤풀이가 있었다. 책에 대한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몇 년간 책에는 손도 안 대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책을 많이 읽게 됐단다. 대단한 꿈틀거림이다! 내가 꿈틀거리는 지금, 살아있음을 느끼는 지금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 꿈틀거려라!


태그:#행복, #인생학교, #애프터스콜레,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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