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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는 선거 등 각종 분야에 매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론조사는 선거 등 각종 분야에 매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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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폴생폴사(Poll 生 Poll 死)의 한국 정치

현재 한국 정치는 '여론조사 중독'이다. 모든 정치적 결정은 여론조사로 평가가 되고, 정치권은 이를 기준으로 정국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결정한다. 가치의 실현을 위해 조직돼 정권을 두고 경쟁을 펼친다는 '정당'의 개념이 무색해진 모양새다.

비단 사회여론 조사뿐만 아니라 대권후보·국회의원 등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어느덧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됐다. 안철수·반기문 등 실체가 불분명했던 인사들이 여론조사에서 '바람'을 일으키면서 정가가 이들을 바라보게 됐던 게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유권자들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자신의 정견과 가치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곤 한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각 정당은 모두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여론조사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 살고 죽는 '폴생폴사'(Poll 生 Poll 死)의 정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II. 20대 총선 여론조사, 어떻게 봐야 할까


수많은 언론이 코앞에 다가온 총선과 관련해 다양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시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저 여론조사… 진짜 믿어도 될까?"

총선관련 모든 여론조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며, 언론보도나 선거유세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자세한 내용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해야 한다. 또한 이번 총선부터는 여론조사 공표에 관한 기준이 강화됐다. 위에 해당하는 정보는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바로 가기 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비후보 캠프는 여론조사를 통해 대세론 혹은 반(反)대세론을 일으키고자 노력한다. 유권자들 역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서 사표방지 심리, 밴드웨건 효과가 발동돼 어느 쪽에 투표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목을 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굉장히 큰 유세활동이기 때문이다. 즉, 여론조사 과정은 과학적이지만 결과의 사용 용도와 영향력은 '정치적'인 것이다.

III.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된 사례, 김부겸 대 김문수

 15일 오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이 서로 악수를 하며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이 서로 악수를 하며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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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선거구 중 으뜸은 대구 수성갑이라 할 수 있다. 야권 정당에겐 험지 혹은 사지로 볼 수 있는 대구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당선될 것인가가 이슈다. 또한 김부겸 전 의원의 2012년 19대 총선 상대였던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정치인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이기에 '핫한' 지역구가 됐다.

당연히 이 지역구에 대한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김문수 전 지사가 추격하는 가운데, 김부겸 전 의원이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총선 직전엔 대구경북 지역의 표심이 집결돼 김문수 전 지사의 지지율이 급등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는 여야의 굵직한 정치인이 맞붙는 모양새기 때문에 선거 이후의 영향력도 있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양 측은 사활을 걸고 추격론과 대세론을 주장한다. 당연히 유권자는 두 주장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할 텐데, 여기서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지금부터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 속에 어떤 왜곡 요소들이 숨겨져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1월 말에 실시된 <일요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 의뢰, 여론조사 세부 정보는 기사 하단에 명기)를 그 사례로 꼽아봤다.

[문제 하나] 왜곡된 세대 분포

 일요신문에 보도된 김문수 대 김부겸 가상대결 결과 원자료
 일요신문에 보도된 김문수 대 김부겸 가상대결 결과 원자료
ⓒ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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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갑 여론조사에 사용된 총샘플 수는 596명이다. 표본의 숫자가 1000개가 아니라는 점에시 비판의 소지가 있지만, 단일 지역구에서 500~600명의 샘플로 여론조사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세대 간 비율이다. 596명 중 20대는 44명이며, 30대는 52명에 불과하다. 2030세대가 전체 샘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1%에 불과하다. 40대를 포함하더라도 33.22%에 불과하다. 50대와 60대 이상 샘플은 전체 여론조사 대상군의 66.77%에 이른다. 이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RDD ARS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세대와 자영업저가 많이 샘플링 됐다는 한계가 만들어낸 세대 편중 현상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대엔 2.11배의 가중치를, 60대 이상에게는 0.46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즉, 20대의 1표는 여론조사 상에서 2.11표로 입력되고, 60대 이상의 1표는 0.46표로 환산돼 여론조사 결과에 기입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과학성을 인정한 방법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과정에서 실제 선거와는 달리 특정 직군과 세대가 집중 표집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문제 둘] 기본 가중치 그리고 추가 가중치


 기본가중치와 추가가중치가 부여된 여론조사 결과. 김문수 전 지사는 42.2% 지지율을, 김부겸 전 의원은 51.8%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기본가중치와 추가가중치가 부여된 여론조사 결과. 김문수 전 지사는 42.2% 지지율을, 김부겸 전 의원은 51.8%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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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자료는 해당 여론조사 결과 기본 가중치와 추가 가중치를 적용한 이후의 자료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대개 위와 같은 결과값을 통해 만들어진 자료들이다. 결과는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가 42.2%,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51.8%이다. 그 격차가 9.6%P다.

해당 여론조사의 신뢰수준이 ±4.4%이니 신뢰수준을 넘어서 김부겸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선다고 보도할 수 있다. 실제 보도 역시 김부겸 후보가 우세하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기본 가중치만 부여된 자료에는 어떤 결과값이 들어가 있을까. 아래 표를 보자.

 기본 가중치만 부여한 여론조사 결과. 김문수 전 지사는 51.3% 지지율을, 김부견 전 의원은 41.7% 지지율을 기록했다. 추가 가중치가 적용된 결과와 상반돼 있다.
 기본 가중치만 부여한 여론조사 결과. 김문수 전 지사는 51.3% 지지율을, 김부견 전 의원은 41.7% 지지율을 기록했다. 추가 가중치가 적용된 결과와 상반돼 있다.
ⓒ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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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가중치 부여 이전 자료는 되레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51.3%이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41.7%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차범위를 넘어선 김문수 후보의 우세다.

이 조사에서는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201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기본 가중이 이뤄졌고,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해당 선거구 제6회 광역단체장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추가 가중이 이뤄졌다. 실제 선거와 달리 전화로만, 일부 유권자를 접촉하는 환경에서 원자료에 기본 가중치를 부여하는 건 여론조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실제 표집된 샘플의 세대 구성이 많이 왜곡이 됐기 때문에 추가 가중치까지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가중치 적용은 앞에서 밝혔듯이 과학적 엄밀성을 인정받은 방식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가중치 부여 전후의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 중 대구 수성갑뿐만 아니라,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대 임종석 여론조사 결과도 2차 가중치 부여 전후 결과가 뒤집어지곤 했다(관련 문서 보기 클릭).

여론조사는 '지금' 그러나 실제 선거는 그 이후

여론조사 가중치는 꽤 엄밀하게 부여된다.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들 역시 과학성에 입각한 여론조사 결과며, 현재의 민심을 포착한 자료다. 또한 많은 여론조사들은 샘플링 자체에서 심혈을 기울이기에 1차 가중치 부여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그것의 '용도'다. 유권자들은 끊임없는 정보 속에서 어떤 후보에 표를 던질지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큰 힘을 발휘한다. 정책과 정견, 후보자의 가치와 전체 정국 등의 정보는 취합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후보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취합하기 어렵고, 관심도가 떨어지는 당내 경선에 있어서 여론조사는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결국 많은 예비후보자, 경선 이후의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에 목을 멘다.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는 각 언론사에서 끊임없이 보도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정보의 취합이 어려운 정책과 같은 부분보다는 여론조사에 더 노력하는 선거판이 만들어진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좋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 선거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더 많은 관심이 가게 된 시점에서 실제 민생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나, 후보의 정치적 행보를 예측할 수 있는 정견은 실종된다. 여론조사의 과학성은 의심할 여지가 적지만, 그 사용은 각 후보와 정당의 이해가 적용된 '정치'의 영역이기 된다.

현재 한국 정치는 '폴생폴사'(Poll 生 Poll 死)의 정치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내부를 면밀히 살펴본다면, 그 한계성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여론조사의 홍수 속에서 그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투표 행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본문에서 다뤄진 해당조사 여론조사 설계는 <일요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대구시 수성구 '갑'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596명(통화시도는 총 22,968통)을 대상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무작위추출 방법으로 피조사자를 선정해 유선 RDD 방식의 ARS로 조사.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201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기본가중 후 중앙선관위 제공 해당 선거구 제6회 광역단체장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추가 가중. 조사완료 기준으로 응답률은 2.6%. 목표표본 기준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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