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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18시 경기북부, 강원지역 한파경보, 외출자제, 건강유의, 동파방지, 화재예방 등 피해없게 주의바랍니다."

지난 날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를 받았다. 한파경보, 외출자제, 건강유의. 밖에 잠깐만 나가도 춥다는 말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올 정도의 강추위다. 이 와중에도 주일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강남역 삼성본사 앞에서, 그리고 미처 알지 못하는 이곳 저곳에서 온 몸을 던져가며 하루 종일 밖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관련 단체들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그렇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이렇게 나서겠는가.

수 많은 국민들이 거리 위에서 온 몸으로 외치고 있는데 경제활성화 입법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이라니. 이러다 대통령도 나와 서명 운동에 이어 거리에서 농성을 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지난 1월 12일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강원행동과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는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절차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비박 농성을 시작했다.

케이블카반대기자회견
 케이블카반대기자회견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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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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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농성을 시작한지 열흘 째, 그 자리를 항상 지키고 있는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박그림 대표에게 비박 농성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절박함' 때문이라고 했다. 박그림 대표는 거리 위에서 설악산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가치와 전 국토에 2%밖에 안 되는 국립공원 절대보전지역을 지켜야 한다고, 또한 그것마저 지킬 수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를 질문한다.

우리가 설악산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만큼 행동해야 할 마땅한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박그림 대표는 원주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비박 농성을 하고 있다.

노숙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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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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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드러난 환경영향평가, 중단해야 합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 중단이 가능할까. 만약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 또는 허위 작성된 경우에 반려하거나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 현재 사업자인 양양군은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을 제출하였고,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8일, 국립공원위원회는 7개 부대 조건을 전제로 사업을 심의하여 통과 시켰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자 한다면 7개 부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는 국립공원위원회가 제시한 7개 부대 조건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을 보면 <1. 탐방로 회피 대책 강화방안 강구조건>과 <7.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추진>의 부대조건 이행계획을 지난 국립공원위원회에 제출된 사업 자료와 전혀 차이 없이 반영하여 제출하였고, 또한 <2. 산양 문제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 종 보호대책 수립>과 <3. 시설 안전대책 보완(지주사이의 거리, 풍속영향, 지주마다 풍속계 설치)>의 부대조건 이행계획은 직간접영향권의 직접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양의 주서식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설안전논란에도 불구, 실제 측정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보안계획안을 제출하였다. 특히 <4. 사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객관적 위원회 구성)>을 위한 이행계획은 사업자가 아니라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연구를 착수하였고, 이는 공원사업허가권자인 기관(국립공원연구원)이 사업자의 이행계획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의 동물상 조사도 거짓 자료가 섞여 있음을 다수 확인했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세 번째 동물조사를 2014년 10월 22-24일 동안 실시했다고 나와 있지만, 조사 자료로 제시된 사진들은 다수가 2014년 것이 아니라 2011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한마디로 거짓보고서인 셈인 것이다.

결국 사업자인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초안)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의 최소 조건인 7개 부대조건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심지어 거짓 자료를 활용해 허위로 작성하기까지 했다. 부실투성이의 환경영향평가서인 것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충분히 반려하거나 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다.

지난 12월 7일, 국회는 반대여론이 커지자 사회적 논란과 갈등 해소를 위해 환경부에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사업자인 양양군은 "우리는 갈등이 없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갈등조정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업자가 스스로 갈등이 없다고 판단한다니. 설악산은 양양군만의 것이 아닌 국민의 산이다. 설악산을 지키고자 한 겨울 거리에서 비박 농성을 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과연 갈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더욱 황당한 것은 이에 대한 환경부의 대답이다. 환경부는 "사업자가 참여하지 않으니,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하지 않겠다"고 하며, 국회의 요구사항 마저도 무시하고 있다.

천인행동
 천인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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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근거자료를 조작하고 주민의 갈등을 부추겨, 절대 보전해야 할 곳까지 토건업자에게 내어주는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다. 현재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은 불과 10% 남짓의 절차를 밟고 있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협의, 자연경관심의, 문화재현상변경심의 공원사업시행허가 등이 남아 있다. 아직 우리에게는 설악산을 지키기 위한 90%의 희망이 있다. 충분한 희망이다.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1월 30일 토요일 3시, 강원도청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농성 100일 문화제가 열린다.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많이 참가해주시라. 우리는 자연에 들어 아름다움을 느끼는 만큼 행동해야할 의무가 있다.

[관련 영상]
* 비박 농성장 스케치 영상 보기 (1차)
* 비박 농성장 스케치 영상 보기 (2차)
* 박그림(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대표) 인터뷰 영상 보기
문화제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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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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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녹색연합 정책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만형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설악산 케이블카를 막아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 공동 게시됩니다.



태그:#설악산 케이블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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