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의 차이잉원
ⓒ 민진당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대만 총통선거에서 여성 후보 차이잉원(蔡英文·59)을 앞세운 야당 민진당이 승리하며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는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의 주리룬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가 9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차이잉원은 59.9%, 주리룬은 29.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국민당의 주리룬도 사실상 역전이 어렵게 되자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배를 선언, 당 주석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하면서 대만 총통선거는 개표 2시간 만에 야당 민진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차이잉원는 대만 105년 역사상 첫 여성 총통에 올랐다. 중화권 역사를 통틀어도 여성이 국가 지도자에 오른 것은 당나라 시대 측천무후 이후 처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차이잉원은 오는 5월 20일 대만의 제14대 총통으로 취임하게 된다.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은?

차이잉원는 보수적인 중화권에서 여성·미혼·소수민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대만 사상 첫 여성 총통 시대를 열었다. 수도 타이베이에서 출생했지만 주로 산악 지대에서 거주하는 대만 원주민 파이완족 혈통이다.

아버지는 자동차 정비업체로 시작해 부동산, 건설,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부호이며, 처첩을 5명이나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잉원도 첩의 자녀로 태어났으나, 아버지의 넉넉한 재정적 지원을 받아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대만 최고 명문인 대만국립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법학석사, 영국 런던정경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차이잉원은 유학 시절 약혼했던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귀국 후 정치를 시작하면서 결혼할 기회를 놓쳤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국립정치대 법대 교수를 지내다가 민진당 천수이볜 정권 시절 양안 관계를 담당하는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을 맡으며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4년 입법원 선거에서 민진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고, 2006년 행정원 부원장에 올랐다.

화려한 경력과 엄청난 부를 겸비했지만, 화장기 없는 단발머리로 소탈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차이잉원은 미혼임에도 이성과의 스캔들도 없어 오히려 동성애자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08년 대만 대선에서 천수이볜 총통이 낙마하면서 민진당은 정권을 빼앗겼지만, 차이잉원에게는 정치 인생의 최대 전환점이 됐다. 당시 모두가 꺼리던 주석직을 수락한 차이잉원은 수년간 이어온 당내 파벌 싸움을 잠재우고, 집권 국민당에 맞서 연거푸 승리하며 '선거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2012년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 후보로 출마했으나 6%포인트 차이로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에게 석패한 차이잉원은 잠시 당 지도부에서 물러났다가 2014년 9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주석으로 복귀했다.

집권 국민당, '친중 노선' 고집하다 역풍

차이잉원은 민진당을 이끌고 다시 총통직에 도전했다. 국민당과 경제·사회 공약은 거의 비슷하지만,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중국과의 관계다. 친중 노선을 추구했던 국민당과 달리 민진당은 대만 독립 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당이 집권한 지난 8년간 양안(중국과 대만)은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 총통이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인 정상회담도 가졌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은 양안 관계 발전을 불편한 눈길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당의 친중 노선은 역풍을 불러왔다. 중국과 대만이 서로 시장을 개방하고 교역 규모를 늘렸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치솟은 반면 8년 전 5%가 넘었던 대만 성장률은 1%대까지 추락하면서 지나친 중국 의존도가 오히려 대만 경제를 망쳤다는 인식이 퍼졌다.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한 '대만을 밝혀라'를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민진당의 차이잉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조속히 가입하고, 다른 국가와도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함으로써 중국 시장에서 벗어나 수출 시장 다변화 하는 것을 경기 침체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만 유권자들은 민진당의 공약을 지지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민당은 총통 후보를 교체하는 극약 처방을 하고, 뒤늦게 대만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호소했지만 결국 8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양안 관계' 긴장... 중국과 미국의 엇갈린 희비

민진당의 정권 탈환을 바라보는 중국과 미국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국민당 정부와 쌓아왔던 돈독한 양안 관계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CNN은 "차이잉원이 정권을 잡으면 대만에서의 중국의 이익을 줄이고, 미국과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최근 실업률이 급속히 늘어난 대만의 젊은 세대는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차이잉원이 대만 독립을 강조했던 정치적 스승 천수이볜보다 온건적이고, 양안 관계의 현상유지라는 큰 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차이잉원이 '92 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선거 전부터 차이잉원에게 공을 들이며 정권 탈환을 도왔다. 미국 정부는 곧 고위 인사의 대만 방문을 추진하고, 무기 수출을 약속하는 등 그동안 중국에 밀렸던 대만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만약 민진당이 양안 관계를 저해한다면 중국이 각종 경제 제재를 내세워 대만을 압박할 것이 유력하다. 여기에 미국이 대만을 어떻게 돕느냐에 따라서 미·중 관계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그:#대만, #차이잉원, #민진당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