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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를 집필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
 국정교과서를 집필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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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박근혜 정부가 벌인 국정교과서 집필과 12·28 일본군 위안부 한일 정부 합의가 빼닮았다.

국정교과서와 한일 합의의 총대를 멘 곳은 각각 교육부와 외교부다. 하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두 부처는 '깃털'일 뿐이었다. '몸통'은 바로 청와대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물증과 증언이 여럿 나오고 있다. 사령탑이 같으니 두 가지 사건의 진행 방식과 내용 또한 비슷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 복면과 밀실이 닮았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작업을 하기 위해 교육부 내 전담팀과 별개로 비공개(TF) 사무실을 꾸리고 운영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 내 비공개 사무실의 모습. 한 직원이 사무실 창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작업을 하기 위해 교육부 내 전담팀과 별개로 비공개(TF) 사무실을 꾸리고 운영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 내 비공개 사무실의 모습. 한 직원이 사무실 창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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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와 한일 합의는 '복면 집필과 밀실 합의'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거나 이미 추진됐다. 두 사안 모두 국민 몰래 일을 해치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와 소통은 거의 없었다.

1월 현재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46명은 책 쓰기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지, 누구와 소통하며 집필을 하고 있는 것인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복면 집필'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나온 한일 합의문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그 합의문이 나오기 전까지 한일 사이에 위안부 관련 협상 테이블이 놓여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기는 국가 간의 협약을 비준하는 국회도 매한가지였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까지 협상 내용을 비밀에 부쳤다. 한일 합의가 밀실에서 추진됐기 때문이다.

둘, '국민 여론 따돌리기'가 닮았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한일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윤병세 외교부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한일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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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이 국정교과서와 한일 합의를 반대하는 데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도 같다. 국정교과서 찬반 여론은 4대 6 정도다. 반대가 훨씬 많다.

교육과 학습 당사자인 교사와 학생들은 반대 정도가 더 크다. 지난해 10월 재단법인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역사교과 담당교사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91.6%(925명)가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다. 고교생들도 국정화 반대 거리행진과 촛불집회에 나서는 등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일합의에 대해서도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 13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소속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합의에 대해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라면서 "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을 받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국민들의 여론도 반대가 2배 이상이다. 지난 5∼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021명에게 '한일합의'에 대해 물은 결과 '잘못됐다'는 답이 56%였다. '잘됐다'는 26%였고 평가유보는 20%였다(휴대전화 임의번호걸기 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2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반면 NHK가 지난 9∼11일 일본인 10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일합의에 대해 '잘됐다'는 답변은 64%였다.

셋, '역사 감추기'가 닮았다

지난해 12월 31일 일본대사관이 입주한 건물에 들어가 '굴욕적인 일본군위안부 한일협상 폐기' 기습시위를 벌이다 연행되었던 대학생 30여명이 2일 오후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자신들의 주장 및 경찰의 폭력연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연행자들을 향해 사랑한다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일본대사관이 입주한 건물에 들어가 '굴욕적인 일본군위안부 한일협상 폐기' 기습시위를 벌이다 연행되었던 대학생 30여명이 2일 오후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자신들의 주장 및 경찰의 폭력연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연행자들을 향해 사랑한다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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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와 한일 합의는 모두 '역사 가리기'와 '역사 감추기' 논란을 빚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는 친일과 독재 행적을 갖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아버지인 김용주 또한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이들이 '아버지 행적 지우기'를 목표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달아 나왔다.

한일 합의 또한 국정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위안부 '역사 감추기'에 합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일은 합의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두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시민 1만532명은 13일 낸 선언문을 통해 "한일합의는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지 못하고 면죄부를 줬던 '1965년 한일협정'의 복사판"이라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본에 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박탈당했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일본 정부의 위안부 '역사 감추기' 작업에 한국 정부가 동조하는 듯한 합의를 해버리면서 한국 정부는 '외교 참사를 빚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정교과서, #위안부 한일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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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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