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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국민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보다 더 궁핍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기부를 한다. 맨발로 하루종일 고된 노동을 하는 아프리카의 아이를 보고 가슴이 아파 전화를 걸어 즉석 후원을 하기도 한다. 거리에서 사랑을 나누자는 모금 캠페이너의 권유를 받고 후원을 약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기부를 받는 단체들이 도대체 그렇게 받은 기부금을 어떻게 쓰는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한국일보>가 지난해 기부 모금액 30억원 이상 45개 단체의 '투명성' 분석을 실시한 것이 그것.  

기부금 사용처 비공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기부를 받는 단체들이 도대체 그렇게 받은 기부금을 어떻게 쓰는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부를 받는 단체들이 도대체 그렇게 받은 기부금을 어떻게 쓰는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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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발표가 새삼스러운건 아니다. 지난 2011년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이 모금된 성금을 술값, 노래방비 등 유흥비로 유용한 것이 알려져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손가락질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국민적 비난은 실로 대단했다. 그 비난의 초점은 '배신감'에 있었다.   

국민들이 낸 한푼 두푼의 정성을 유용하고 남의 돈을 유흥비로 쓰는 것은 그야말로 비도덕을 넘어 성금을 낸 국민을 배신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이번 발표는 정보공개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성금을 어디에 쓰는지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 것 또한 불신감을 자아내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단 모금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사회단체중에도 이런 곳이 적지 않다. 회원 회비 납부 내역은 공개하면서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대부분 상근간사 월급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회비나 성금 사용처를 소상히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건 국민의 신뢰를 좀먹어 결국 기부문화 자체에 불신감을 가져오는 부메랑같은 행위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가 낸 돈을 어디에 쓰는지 믿을 수가 없어 안낸다"고 하는게 현실이다.     

좋은 일을 한다고 이런저런 귀찮고 복잡한 일은 하기가 싫다면 그 일을 그만둬야 한다. 사람들은 개인이 할 수 없는 공익적인 일에 자신을 대신해 사랑을 실천하는 집단의 신뢰를 믿고 돈을 낸다. 남의 돈으로 좋은 일하면서 어디에 쓰는지에 대해서는 무성의하다면 검은 유혹에 빠질 소지가 높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NPO의 기본은 투명성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기부, #모금, #후원,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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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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