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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시누이네, 시동생네, 우리 집까지 해서 세 집이 뭉쳐 외식할 기회가 있었는데, 애들까지 제법 인원수가 되었다. 술도 한잔 할 것이니 누구 한 사람만 '총대'를 메게하고 차 한 대로 움직이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밤인데다가 갓난아이 포함해서 애들을 전부 데리고 택시를 잡아 타는 것도 엄두가 나질 않았다. 대식구가 움직이려니 이동부터가 일이다. 그때 애들 고모부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서울에서는 한창 유행이라는데, 여수에서도 이용객이 느는 추세라고 한다.

'카카오 택시'도 '공유경제'로 봐야 할까?

말로만 듣던 카카오 택시를 타 보다니, 시골 촌구석 아낙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앱으로 간단히 예약을 하자 곧바로 택시가 배정되었고 도착까지의 시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도착에 맞춰 집 앞에 나가니 택시가 대기 중이다. 굉장히 편리하고 운전자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꼈다. 택시 이용에서 흔히 겪는 불편을 최소화 한 서비스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해 정류장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거나 하지 않아도 되니 택시 기사 입장에서도 영업하기가 훨씬 편리하다고 한다.

카카오 택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콜택시'와는 차별화된다. 카카오 택시를 '공유경제'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모바일 기술을 이용했을 뿐 택시 사업의 일종으로 공유경제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과 공급자와 수요자가 플랫폼을 공유해 서비스를 주고 받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공유경제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맞선다.

카카오 택시와 비슷한 모델인 '우버'(Uber)는 전 세계 150여 개 도시에 존재하는 세계 스타트업 기업 가치 1위(510억 달러, 59조 원)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이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른다는 면에서는 같지만, 카카오 택시는 등록된 택시만 참여할 수 있는 반면 우버는 차를 가진 모든 사람의 참여가 가능하다. 우버에 비교한다면 카카오 택시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공유경제의 모델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제한없이 우버의 플랫폼을 이용해 승객을 태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현재 우버는 전 세계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 택시는 합법이지만 우버는 불법이다. 우버의 경우 보험과 면허 관련 서류를 업로드하고 차량 검사를 통과하면 누구나 자기의 차를 택시로 바꿀 수 있다. 현행법으로는 운송법 위반인데다 기존 택시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우버의 한국 진출이 좌절된 이유다. 런던, 파리,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베를린, 밀라노, 로마 등 세계 곳곳에서는 우버를 반대하는 시위가 속출하고 있다.

법적 한계와 시장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의 '파괴적 혁신'이 결국 대세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제도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좌절될 것인가. 공유경제의 미래 전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공유경제'란 무엇인가?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 표지.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 표지.
ⓒ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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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알쏭달쏭한 '공유경제'의 실상에 대해 알고 싶다면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앨릭스 스테파니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라는 책이 도움이 된다. 유럽에서 주차공간 공유 스타트업인 '저스트파크'(JustPark)를 운영중인 앨리스 스테파니가 쓴 이 책은 공유경제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지만 공유경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서술해,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공유경제의 현 주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공유경제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유경제 확산을 위해 필요한 조건과 과제들을 제시한다.

우선, '공유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부터 살펴보자. 위키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공유경제란 인적, 물적 자산의 공유를 토대로 만들어진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 서로 다른 개인과 조직이 재화와 용역을 공동으로 창조, 생산, 분배, 거래, 소비하는 행위를 수반한다. 쉽게 풀면 공유경제는 사용빈도가 낮은 자산, 잉여 또는 남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재분배할 때 나타난다. 초고속 네트워크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스마트폰 시대, 인터넷을 통한 접근의 용이함이 공유경제를 탄생시킨 기술적 바탕이다. 

'"사람들은 모두 구매하고 소비합니다. 아니, 그저 엄청난 속도로 자원을 사대기만 하고 소비는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이 자원을 살펴본 사람들은 그 안에 엄청난 가치가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엇도 더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공유경제는 생산 과잉 사회에서 분배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집을 지었고, 필요보다 많은 옷을 만들었으며, 필요량보다 훨씬 많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헌옷을 사고파는 여성들의 공동체 '포시마크' CEO 매니시 찬드라, 141쪽)

공유경제는 '접근이 소유를 이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저자는 공유경제의 주요 요소로 ①가치, ②사용빈도가 낮은 자산, ③인터넷을 통한 접근, ④공동체, ⑤소유할 필요성의 감소를 제시한다. 공유경제에서는 플랫폼만 있으면 서로 경제적 가치를 얻는다. 여기서 '공유'란 인터넷에 업로드된 덕분에 '접근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저자는 공유경제에서 거래되는 자산은 공동체 안에서 순환해야 한다고 본다. 공동체는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근원이 아니라 가치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들의 행동과 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공동체 안에서 접근 가능한 자산은 소유할 필요성도 적어진다. 교통학 연구자 엘리엇 마틴과 수전 샤힌의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에서 차가 한 대 공유되면 17대의 구매가 연기되거나 방지된다'고(37쪽) 한다. 공유경제 기업은 숙박, 교통, 가전제품, 고급 의류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효율적 서비스로서의 사업 모델을 넓히는 중이다.

혼란의 가운데 선 공유경제

카카오 택시와 우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유경제의 정의와 범위는 사회적, 학문적으로 아직 명확하지 않다.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공유경제는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명징한 개념과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법적 사회적 여건이 갖추어지기 전까지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공유경제가 부를 재분배하거나 사유재산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했다면 굉장히 실망할 것이다. 공유경제는 정제된 자본주의다. 공유경제가 부상한 원인은 예전에는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던 사회적 생활의 양상에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는 자본주의 요구 때문이다... 용어부터가 완전히 사기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탐욕스러운 회사에 도덕이라는 허울을 씌우려 하는 기업가들의 집단적 시도라는 얘기다.' (41쪽)

이른바 공유경제의 '협력적 소비'가 부상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경제 위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금융위기)로 거품이 꺼지자 소유는 살아움직이는 악몽이 되었다, 수많은 소비자들의 수중에는 별장, 가구, 명품 구두 같은 물건이 과도하게 남겨졌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부족한 현금 때문에 겁을 먹고 과도한 자산을 활용하여 돈을 마련해야겠다는 경제적 자극을 받게 되었다"며 "이들에게 해결 방안을 계속 알려준 것이 바로 공유경제 기업이다, 공유경제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하는 사람이 없고 개봉된 적도 없으며 사용되지도 않은 한마디로 쓸모없는 물건이 인류 역사상 전례없이 많았던 시기에 불황이 시작되었기 때문"(65쪽)이라고 분석했다.

공유경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전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쉬는 "기술발전 덕분에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개별적으로 쪼개져 노동자들에게 할당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서비스와 재화를 이용하고 지불하는 요금 가운데 큰 몫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가 가져간다"며 공유경제를 노동자들이 자잘한 부분을 나눠갖는 '부스러기 경제'(share-the-scraps economy)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유경제 기업들이 주도하는 노동과 고용 형태의 변화는 현실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공유경제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우버의 사례처럼 공유경제 기업들의 경제 활동은 기존의 법 체계 바깥에 있는 경우가 많다. 경제활동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유경제 기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할 근거가 없다. 공유경제 기업의 노동이 저임금, 불안정성, 낮은 수준의 복지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위험은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을 공유한다고 치자. 그 음식의 안전성, 청결성은 어떻게 보증할 것인가. 집을 대여한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요자가 내 집을 손상없이 깨끗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Airbnb)에서는 집을 빌려줬다가 빌린 사람이 엉망으로 해 놓고 달아나는 바람에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여러 혼란과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저자를 비롯한 공유경제 기업가들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설사 다시 호황이 온다고 해도 공유경제는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생산자와 수요자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새로운 소비 방식을 알게 된 이상,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학소설이 그리는 암울한 미래상에 익숙하다. 하지만 공유경제라는 추세는 21세기에 사회가 더욱 조화를 이루며 번영하고, 전 세기에 비하여 소외현상, 불필요한 공해와 소비가 덜할 것이라는 근거가 된다. 현재 공유경제의 전망은 80%가 좋고 20%가 나쁘다. 이 정도라면 윤리학자, 소비자, 정치가, 경영자 모두가 바라는 최선이다. 공유물에 대한 위협, 이웃 관계의 수익화, 노동권의 약화 등은 피해야 할 위협이다.' (353쪽)

개인 네트워크의 확대는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고 공유경제는 본질적으로 신뢰와 협업을 증진시킨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공유, 교환, 거래, 대여에 기반을 두고 '접근'을 '소유'보다 우위에 놓는 새로운 소비 방식이 새로운 경제 모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질수록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파이가 커지면 대기업도 뛰어들테고 정부는 법제도를 마련하고 정비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앞에 드리워진 다양한 위협 요인들을 극복하고, 공유경제가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대안 경제의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 (앨릭스 스테파니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 2015.11. / 1만8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 우리가 알고 있던 소유와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

앨릭스 스테파니 지음, 위대선 옮김, 차두원 감수,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2015)


태그:#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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