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안과 거부, 역제안과 재거부, 재고 요청과 재재거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줄다리기 속에 새정치민주연합의 혼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최고위원들의 사퇴와 원내대표의 당무 거부까지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문 대표는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탈당 선언에 가까운 '최후통첩'을 던지고 칩거 중이다.

두 대선주자 간 충돌의 한 축에는 당내 비주류가 있다. 이들은 연이은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 호남 민심의 이탈을 근거로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한다. 현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과거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를 중심으로 결성된 '구당(당을 구하는)모임'은 연일 문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구당모임 간사를 맡은 노웅래 의원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총선을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패배가 뻔한 상황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건 '자살특공대'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표가 정의당 등과 통합 전대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당내 통합도 안 되는데, 갑자기 외부와 통합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문 대표가 제안했던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임시지도체제'와 관련해 "그 자체가 잘못된 제안은 아니었다. 문제는 잘못된 방법으로 제시됐다는 것"이라며 "최고위원회의 양해를 구하고 안 전 대표에게 신뢰를 준 후에 제시돼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제안 전에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수용하겠다고 하지 못했나"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노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표에 반대한다고 해서 비주류로 취급해서는 안돼"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노웅래,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질의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매일 '구당모임'을 진행 중이다. 무엇을 논의했나? 논의에서 결론을 내린 게 있다면 무엇인가?
"결론은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거다. 혼란과 분열 상태로, 또 호남 민심이 바닥인 상황에서 총선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 조금만 지역을 다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문안박 체제'를 제안한 게 아닌가? 비주류 의원들과 비공식적으로 만났을 때도 '나 혼자는 안 되는 걸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안박 체제가 거부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마이웨이'로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책임을 지겠다는데, 참패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공허하다. 총선 승리의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데, 뻔히 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건 '자살 특공대'가 되겠다는 얘기다.

그러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과 당원의 신임을 다시 물어 새 지도부를 만들어보자는 게 안철수 전 대표의 생각이었다. 문 대표가 못 받겠다고 하니 나가겠다는 상황까지 왔다. 그렇게 되면 파국이다. 이런 파국은 막아야 한다. 야권이 갈라지면 사실상 선거는 하나마나 한 얘기다. 두 사람이 살신성인하는 자세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 문재인 대표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에서 혁신전당대회를 재차 거부했다. 문안박 체제를 보완할 다른 방안이 있으면 제시해 달라는 건데, 그런 차원의 논의는 없었나?
"문안박 체제 자체가 잘못된 제안은 아니었다. 좋은 방안이었다. 문제는 잘못된 방법으로 제시됐다는 거다. 그래서 아주 유용했던 안이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문안박 체제는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뺏는 것과 같으니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또 안 대표에게 충분한 신뢰를 심어 준 다음에 제안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사전 조치 없이 제안이 이뤄졌다.

그러니 신뢰하기 어렵다. 이미 선출직 공직자평가가 이뤄지고 당직자도 다 임명된 상황에서 당권을 나눠주겠다고 해봤자 들러리나 서라는 말밖에 안 된다. 안 전 대표의 혁신안도 이제 와서 궁지에 몰리니까 마지못해 수용하겠다고 한다. 문안박 체제를 제안하기 전에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은 왜 받아들이지 못했나?

또 정의당과 함께하는 전당대회에서는 사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지금 당내 통합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외부와 통합하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전당대회를 피하겠다는 꼼수로 읽힌다. 당 중진들이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전당대회나 선거대책위 체제로 전환하는 안을 제안했다고 하니 문 대표가 그분들의 뜻을 존중해 결단해야 하지 않겠나."

- 하지만 오늘 있었던 당무위원회 회의에서는 "현 지도부를 지지한다"는 결의를 했다. 중진들의 제안이 있지만 문 대표는 이미 생각을 굳힌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그런 결의까지 나왔다면 당 조직까지 편이 갈리는 거다. 최악의 상황이 된다. 이런 혼란을 막을 대안을 제시하는 게 지도부의 책임이다. 최고위원회 역시 2명의 선출직이 사퇴했다. 그러면 선출직 3명과 지명직 4명으로 구성되는데, 당 대표를 견제하는 선출직이 임명직보다 적다면 그건 사실상 당 대표의 독재체제다. 정상적인 당 운영이 아니다."

- 문 대표 측에서는 그런 지적을 대표 흔들기로 보고 있는 듯하다. 왜 그런 인식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나?
"그런 지적을 비주류만 하는 게 아니다. 중진들은 비주류라고 할 수 없다. '구당모임'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도 비주류 아니다. 대표에 반대한다고 해서 비주류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중진 모임에는 문 대표에 가까운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호남 민심이 떠나고 이겨야 할 선거에서 크게 패했는데 알아서 총선 치르고 책임지겠다는 건 무책임의 극치다."

"문 대표가 명예롭게 물러 날 수 있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결별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당모임' 비주류 의원들이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 계속되는 '구당모임'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결별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당모임' 비주류 의원들이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호남 민심의 이탈을 '단지 문 대표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평가도 있다. 문 대표가 사퇴한다고 해서 호남 민심이 돌아온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다. 호남 민심을 되돌릴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문 대표가 물러나면 좋아질지, 안 좋아질지 모르는 건 맞다. 하지만 호남 민심이 멀어진 것에 직접적인 책임은 문 대표에게 있다. 문 대표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 의원들의 기득권적 행태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책임은 책임자에게 물어야 한다. 대표에게는 무한 책임이 있다. 경찰의 강경 진압의 책임을 일선 경찰에 묻는 게 아니라 경찰청장에게 묻는 것과 같다.

호남에서는 문 대표가 공천하면 투표하지 않겠다고 한다. 문 대표가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천도 끼리끼리 했기 때문이다. 민심을 회복하는 건 별다른 방안이 없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승리하는 공천으로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국민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은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 그런 당의 문제가 과연 문 대표의 사퇴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 대표는 현재 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다. 특히 수도권에서 문 대표의 지지는 상당하다. 그가 사퇴하면 그에 따른 지지층 이탈도 일어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문 대표를 몰아내는 모양새가 돼서는 안 된다. 문 대표에게 불명예를 줘서는 안 된다. 문 대표는 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문 대표가 결단한다고 해도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게 해야 한다."

- 비주류가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당 혁신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혁신안은 문 대표 개인이 한 것이 아니라 당이 절차를 거쳐 결정했다.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혁신안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지금 목소리를 내는 사람 중에 공천을 불안해할 사람이 누가 있나? 오히려 최근에 문제를 일으킨 쪽은 친노나 주류 쪽 인사들이다. 우리는 당권을 달라는 것도, 공천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 문 대표가 비주류의 요구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순리대로 갈 것이고, 지금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다. 당의 고문들도 조만간 문 대표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리할 것이다. 야당의 역사를 보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반전을 통해 일어난 경우가 있었다. 결국, 최악보다는 차악, 차선보다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구당모임에 자기 공천 걱정하는 사람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유성엽, 김영록 의원 등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救黨)모임' 의원들이 지난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현안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다.
▲ 한자리에 모인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 의원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유성엽, 김영록 의원 등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救黨)모임' 의원들이 지난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현안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안 전 대표와 비주류가 사실상 탈당을 준비 중이고 지금은 명분을 쌓는 중이라는 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자살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없다. 당을 떠날 목적으로 행동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최후의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당이 갈라져서 잘 된 경우는 없다. 구당모임을 탈당파나 신당파라고 부르는 건 그 진정성을 깎아내리는 거다. 그 안에 공천이 문제 되는 사람 없다. 당을 통합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자는 얘기다."

- 안 전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를 제안하고 자신도 출마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당권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마찬가지로 공천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 당의 분란을 공천권 문제로 보는 시선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단지 당권에 욕심을 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문 대표가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서 해보겠다고 했다. 당권 경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안 전 대표는 계파나 파벌이 없다. 누구의 편도 아니다. 또 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자는 목소리를 자기 공천이나 걱정하는 거로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 안 전 대표와 비주류 측은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특별히 소통하고 있는 건 아니다. 구당모임과 안 전 대표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구당모임 안에서는 '혁신 전대'라는 용어도 안 전 대표의 편을 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니 쓰지 말자는 얘기가 나온다."

- 당의 이런 혼란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나?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말 큰 파국을 맞을 수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문재인, #안철수, #노웅래, #구당모임, #새정치연합
댓글4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