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그라운드 바라보는 김기태 감독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지난 4월 1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행보는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구단 중 하나다. 지난 시즌 김기태 감독의 부임과 함께 리빌딩을 선언한 후,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겨울에는 취약 포지션에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확인했다.

올해 스토브리그는 기아가 모처럼 적극적인 외부영입을 시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투·타에 걸쳐 모처럼 대어급 선수들이 풍성하게 쏟아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아는 내부 FA였던 이범호를 잡는 데 4년 36억 원을 투자했을 뿐, 단 한 건의 외부 FA 영입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특히 가장 시급했던 불펜 보강에서는 손승락-윤길현(이상 롯데), 정우람(한화) 등 대어들을 모두 놓치며 타 구단과 계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사실 기아가 이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FA시장의 인플레는 과연 '그만한 돈을 투자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함께 5강 경쟁을 펼쳤던 한화와 롯데가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하여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것을 고려하면, 다른 길을 선택한 기아의 행보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FA보다 용병 사냥에 힘쓴 호랑이 군단

끝내기 홈런 친 브렛 필 29일 오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KIA 필이 끝내기 역전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KIA는 오늘 경기를 7대 6으로 승리하면서 개막전 이후 2연승을 이어갔다.

▲ 끝내기 홈런 친 브렛 필 지난 3월 29일 오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 초 무사 1루 상황에서 KIA 필이 끝내기 역전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KIA는 오늘 경기를 7-6으로 승리하면서 개막전 이후 2연승을 이어갔다. ⓒ 연합뉴스


FA시장에서는 사실상 빈손으로 물러난 기아지만, 대신 외국인 선수 영입은 더 신속하게 진행됐다. 기아는 FA시장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지난 2일, 외국인 선수 3명과 모두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은 90만 달러에 재계약을 끝내며 3년 연속 기아에서 뛰게 됐다. 필은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3할 2푼 5리)에 22개의 홈런까지 뽑아냈다. 중심선수들이 줄부상과 슬럼프에 허덕이던 기아 타선에 그나마 숨통을 트여줬다.

비록 테임즈나 나바로 같은 폭발력을 갖춘 타자는 아니지만, 실력이 충분히 검증된 데다 기복이 적고 꾸준하다는 게 강점이다. 팀에 대한 충성심과 적응력도 빼어나 기아 팬들 사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이다. 타이거즈와 필의 재계약은 최고의 선택이다.

관건은 새 얼굴인 두 명의 외국인 투수들이다. 기아는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이라는 우완 정통파 선발 자원들을 영입했다. 기아는 지난 시즌 조시 스틴슨-필립 험버-에반 믹 등을 기용했으나 기대만큼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노에시는 이미 한 달 전부터 기아와의 연결이 거론되던 선수였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몸값은 170만 달러로 최근 한화에 재계약한 에스밀 로저스에 이어 2위다.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이나 활약하며 107경기 12승 31패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파워피처로 알려졌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35승 28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했고, 올해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10경기에 등판해 4패 평균자책점 6.89를 기록했다. 한때나마 메이저리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을 만큼 KBO 역대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손꼽힐 만한 대어급이다.

스프루일은 노에시만큼 지명도가 높은 투수는 아니지만 26세의 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국내 팬들에게는 '프리미어 12'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미국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의 활약이 기아행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루일은 메이저리그에서는 2시즌에서 12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마이너리그에서는 8시즌 동안 모두 191경기에 나서 52승 60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기아는 스프루일과 70만 달러에 계약했다.

'선발'은 넘치지만... 고질적인 '뒷문'의 허술함

눈빛 투구 친정팀인 KIA 타이거즈에 복귀한 투수 윤석민이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회초에 등판해 강렬한 눈빛으로 앞을 보며 공을 던지고 있다.

▲ 눈빛 투구 친정팀인 KIA 타이거즈에 복귀한 투수 윤석민이 지난 3월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회 초에 등판해 강렬한 눈빛으로 앞을 보며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기아는 올 시즌 임시 마무리로 활약했던 윤석민을 다음 시즌부터 다시 본업인 선발로 복귀시킬 예정이다. 구상대로라면 기아는 그동안 에이스로 활약했던 양현종을 비롯하여 윤석민-노에시-스프루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하게 된다.

5선발도 올 시즌 가능성을 증명한 임준혁과 부상에서 돌아온 김진우, 베테랑 김병현 등 자원이 차고 넘친다. 타선과 불펜에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결국 막강한 '선발 야구'만이 2016시즌 기아가 내세울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자, 유일한 장점이기도 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뒷문이다. 기아는 최근 몇 년간 허약한 타선도 타선이지만 불펜 불안으로 더 곤욕을 치렀다. 윤석민이 지난 시즌 30세이브를 올려주며 종종 긴 이닝도 소화하는 '롱 마무리'로 분전하기는 했지만, 불펜 자체가 안정감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단지 마무리 투수의 유무만이 아니라 확실하게 필승조로 분류할 수 있는 자원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게 근본적인 고민이다.

올 시즌 기아가 FA를 통한 외부 전력 보강에 실패하며 외국인 투수라도 한 자리를 불펜 요원으로 돌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기아는 2014년 외국인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를 마무리로 영입하는 실험을 시도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 데다 브렛 필의 활용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초래하며 결국 지난해부터 다시 선발 카드로 회귀했다. KBO에서 확실히 검증이 되지 않은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결국, 기아는 올 시즌에도 내부 육성으로 불펜을 키울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심동섭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심동섭은 올해 21홀드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자책점이 무려 5.02로 높았다. 베테랑 최영필과 김광수 역시 대안이 될 만한 선수들이다. 또한 빠른 구속과 긴 이닝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춘 파이어볼러 한승혁은 기아에서 장기적으로 육성해볼 만한 젊은 투수다.

단기간에 외부 FA들을 영입하며 확실한 승부수를 던진 롯데와 한화,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제외하면 철저한 내부 단속과 육성으로 전력 구상을 마친 기아, 과연 어떤 선택이 더 옳았는지 2016년이 기다려진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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